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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 : Benjamin Britten(1913~1976)
곡명 : Nocturnal, Op. 70
연주 : Julian Bream
벤자민 브리튼의 이 작품은 1963년도에 작곡되었는데 꿈의 세계와 잠으로 빠져드는 것을 반영한 일련의 작품의 하나라고 합니다. 같은 영국의 작곡가였던 존 다울랜드(John Dowland:1563~1626)의 "First Booke of Songes"의 제 20곡 "Come, heavy sleep"과 연관성을 가진 작품이라는군요.
차제에 존 다울랜드의 곡도 함께 올립니다.
작곡 : John Dowland(1563-1626)
곡명 : Come, heavy sleep
연주 : Anthony Rooley(Lute), Emma Kirkby(Sop), The Consort of Musicke
아래의 내용은 서정실님으로부터 자료를 가져왔습니다.
Nocturnal after John Dowland, Op.70 (1963)
....Benjamin Britten
I. Musingly
II. Very agitated
III. Restless
IV. Uneasy
V. March-like
VI. Dreaming
VII. Gently rocking
VIII. Passacaglia
Come, heavy sleep the image of true Death;
깊은 잠이여, 참된 죽음의 상이여, 어서 오세요;
And close up these my weary weeping eyes:
와서 저의 눈물 젖은 지친 두 눈을 감겨 주세요:
Whose spring of tears doth stop my vital breath,
그 흐르는 눈물이 내 숨통을 누르고 있으니,
And tears my heart with sorrow's sigh-swoll'n cries:
한숨에 찬 비통한 울음이 내 가슴을 찢어놓고 있으니:
Come and possess my tired thought-worn soul,
어서 와서 생각에 지친 내 영혼을 사로잡아주세요,
That living dies, till thou on me be stole.
그대가 나를 가질 때에, 현실은 죽어 없어진답니다..
Come shadow of my end, and shape of rest,
내 종말의 환영이여, 휴식의 형상이여, 내게 와요,
Allied to Death, child to his black-fac'd Night:
검은 얼굴을 한 밤의 아이, 죽음의 동맹자여:
Come thou and charm these rebels in my breast,
그대 어서 와서 내 가슴속의 반란을 잠재워주세요,
Whose waking fancies do my mind affright.
그 무서운 악몽이 나를 자꾸 깨어나게 하니까요.
O come sweet Sleep; come or I die for ever:
오, 달콤한 잠이여; 지금 오지 않으면 난 영원히 죽습니다:
Come ere my last sleep comes, or come never.
결국 오지 않으시면, 마지막 잠이 제게 먼저 올 것입니다.
르네상스 말기 영국의 류트 연주자/가수/작곡가 존 다울랜드 (John Dowland, 1563-1626)의 "Come Heavy Sleep"의 가사입니다. 다울랜드의 주옥같은 사랑노래들에는 "사랑"이란 단어가 등장하지 않는 것들이 많습니다. 오히려, 사랑을 갈구하는 애틋한 마음, 그리고 사랑에 빠져있는 사람의 눈에 비친 밝은 세상, 그리고 사랑을 잃은 사람들의 가슴속을 파고드는 눈물과 한숨의 잠 못 이루는 밤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이 노래에서 다울랜드는 간절히 잠을 기다립니다.
여기서 잠은 휴식일 수 있습니다. 마지막 두 행이 오기 전 까지, 시인은 단지 이 아프고 쓰린 마음을 달래기 위해 잠을 청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 오지 않으면 난 영원히 죽습니다"에 이르면, 우리는 그가 잠이 아니라, 죽음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랑을 잃고, 세상을 살 희망을 잃은 사람이 "마지막 잠"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지요.
영국의 작곡가 벤자민 브리튼 (Benjamin Britten: 1913-1976)은 세계적인 기타리스트 줄리안 브림 (Julian Bream: 1933- )이 아니었던들 기타를 위한 곡은 쓰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브림은 세고비아의 뒤를 이어 기타리스트가 아닌 작곡가들로부터 곡을 받아 기타의 레퍼토리를 넓히는 일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세고비아가 소위 "전위음악"에 대한 개인적인 경멸로 인해 동시대의 위대한 주류작곡가 (드뷔시, 라벨, 쉔베르크, 스트라빈스키 등) 보다 남미/스페인풍의 음악을 작곡하는 사람들을 선호하는 한계를 보였다면, 브림은 유럽(특히 영국)을 중심으로 활발히 활동하던 현대음악 작곡가들 (한스 베르너 헨제, 마이클 티펫, 말콤 아놀드, 벤자민 브리튼 등등)을 주 타겟으로 삼아 곡을 청했습니다.
이들은 브림을 위해서 연주회용 대곡들을 내 놓았고, 오늘 연주되는 브리튼의 유일한 기타 독주곡인 "존 다울랜드 주제에 의한 녹터널" (1963)은 그 중에서도 대표작으로 꼽히는 걸작입니다. 어떤 이들은 이 곡을 "20세기 기타 음악의 신약전서"라고까지 부르며 칭송하기도 합니다.
이 작품의 모습을 살펴보면 특이한 점이 하나 눈에 띕니다. 변주곡들이 보통 주제를 맨 앞에 내어놓고 그 주제가 변해 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반하여, 브리튼은 주제를 곡의 맨 마지막에 두고, 여러 가지의 변형된 모습으로부터 주제가 서서히 나타나는 듯한 구성을 택하고 있다는 점이 상당히 특이하지요.
첫 눈에 이 곡은 다울랜드의 노래를 길게 풀어 해설한 듯한 느낌을 줍니다. 각 변주는 고달픈 삶의 중간에 휴식을 위해 잠자리에 들었을 때 아직도 떠나지 않고 사람을 괴롭히는 여러 가지 복잡한 느낌을 표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요.
명상하듯 조용히 잠들고 싶었으나 (musingly),
오히려 흥분되는 마음 (very agitated),
전전반측 잠 못 이루는데 (restless)
자꾸 쓸데없는 걱정과 염려만 (uneasy)
마치 행진하는 군인들처럼 몰려오고 (march-like),
잠시 잠이 드는 듯 했으나 (dreaming),
어지러운 생각에 다시 마음에 자잘한 파문이 일고 (gently rocking)...
다울랜드의 류트 반주부분에 나타나는 하행 음계(도 시라솔 파 미)를 기초로 한 긴 파사칼리아는 잠이 들듯 잠이 들듯 잠들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나타내듯 맴돌다가. 서서히 주제로 변화하며, 결국 모든 것이 휴식이 있는 아름다운 무의식의 세계, 즉 잠으로 돌아갔다는 것을 암시하듯 다울랜드의 노래가 연주됩니다.
하지만 한차례 뒤집어 뜯어보면, 브리튼은 다울랜드의 시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위와 같은 전전반측 (輾轉反側)의 고통스러운 밤이 지나고, 새로운 생활의 희망이 있는 새 날이 밝아오는 그림을 상상할 수도 있습니다. 즉, 다울랜드에게 지나간 삶의 현실이 고통이었으며, 휴식의 참된 형상으로서의 '긴 잠'이 그의 소원이었다고 생각한다면, 브리튼에게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이 고통스러운 악몽에 끌려 다녔던 긴긴 밤보다는 새로운 날이 찾아오는 것이 더 기다려지는 일이었다고도 볼 수 있는 것입니다.
마지막에 끝맺지 못하고 허공으로 사라지는 선율은 무엇을 말할까요. 휴식일까요, 희망일까요, 아니면 변함없이 다시 또 밝아오는 현실에 대한 암담한 심정일까요...
(c)2000 서정실 sixstring@sixstring.pe.kr / http://sixstring.pe.kr
곡명 : Nocturnal, Op. 70
연주 : Julian Bream
벤자민 브리튼의 이 작품은 1963년도에 작곡되었는데 꿈의 세계와 잠으로 빠져드는 것을 반영한 일련의 작품의 하나라고 합니다. 같은 영국의 작곡가였던 존 다울랜드(John Dowland:1563~1626)의 "First Booke of Songes"의 제 20곡 "Come, heavy sleep"과 연관성을 가진 작품이라는군요.
차제에 존 다울랜드의 곡도 함께 올립니다.
작곡 : John Dowland(1563-1626)
곡명 : Come, heavy sleep
연주 : Anthony Rooley(Lute), Emma Kirkby(Sop), The Consort of Musicke
아래의 내용은 서정실님으로부터 자료를 가져왔습니다.
Nocturnal after John Dowland, Op.70 (1963)
....Benjamin Britten
I. Musingly
II. Very agitated
III. Restless
IV. Uneasy
V. March-like
VI. Dreaming
VII. Gently rocking
VIII. Passacaglia
Come, heavy sleep the image of true Death;
깊은 잠이여, 참된 죽음의 상이여, 어서 오세요;
And close up these my weary weeping eyes:
와서 저의 눈물 젖은 지친 두 눈을 감겨 주세요:
Whose spring of tears doth stop my vital breath,
그 흐르는 눈물이 내 숨통을 누르고 있으니,
And tears my heart with sorrow's sigh-swoll'n cries:
한숨에 찬 비통한 울음이 내 가슴을 찢어놓고 있으니:
Come and possess my tired thought-worn soul,
어서 와서 생각에 지친 내 영혼을 사로잡아주세요,
That living dies, till thou on me be stole.
그대가 나를 가질 때에, 현실은 죽어 없어진답니다..
Come shadow of my end, and shape of rest,
내 종말의 환영이여, 휴식의 형상이여, 내게 와요,
Allied to Death, child to his black-fac'd Night:
검은 얼굴을 한 밤의 아이, 죽음의 동맹자여:
Come thou and charm these rebels in my breast,
그대 어서 와서 내 가슴속의 반란을 잠재워주세요,
Whose waking fancies do my mind affright.
그 무서운 악몽이 나를 자꾸 깨어나게 하니까요.
O come sweet Sleep; come or I die for ever:
오, 달콤한 잠이여; 지금 오지 않으면 난 영원히 죽습니다:
Come ere my last sleep comes, or come never.
결국 오지 않으시면, 마지막 잠이 제게 먼저 올 것입니다.
르네상스 말기 영국의 류트 연주자/가수/작곡가 존 다울랜드 (John Dowland, 1563-1626)의 "Come Heavy Sleep"의 가사입니다. 다울랜드의 주옥같은 사랑노래들에는 "사랑"이란 단어가 등장하지 않는 것들이 많습니다. 오히려, 사랑을 갈구하는 애틋한 마음, 그리고 사랑에 빠져있는 사람의 눈에 비친 밝은 세상, 그리고 사랑을 잃은 사람들의 가슴속을 파고드는 눈물과 한숨의 잠 못 이루는 밤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이 노래에서 다울랜드는 간절히 잠을 기다립니다.
여기서 잠은 휴식일 수 있습니다. 마지막 두 행이 오기 전 까지, 시인은 단지 이 아프고 쓰린 마음을 달래기 위해 잠을 청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 오지 않으면 난 영원히 죽습니다"에 이르면, 우리는 그가 잠이 아니라, 죽음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랑을 잃고, 세상을 살 희망을 잃은 사람이 "마지막 잠"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지요.
영국의 작곡가 벤자민 브리튼 (Benjamin Britten: 1913-1976)은 세계적인 기타리스트 줄리안 브림 (Julian Bream: 1933- )이 아니었던들 기타를 위한 곡은 쓰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브림은 세고비아의 뒤를 이어 기타리스트가 아닌 작곡가들로부터 곡을 받아 기타의 레퍼토리를 넓히는 일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세고비아가 소위 "전위음악"에 대한 개인적인 경멸로 인해 동시대의 위대한 주류작곡가 (드뷔시, 라벨, 쉔베르크, 스트라빈스키 등) 보다 남미/스페인풍의 음악을 작곡하는 사람들을 선호하는 한계를 보였다면, 브림은 유럽(특히 영국)을 중심으로 활발히 활동하던 현대음악 작곡가들 (한스 베르너 헨제, 마이클 티펫, 말콤 아놀드, 벤자민 브리튼 등등)을 주 타겟으로 삼아 곡을 청했습니다.
이들은 브림을 위해서 연주회용 대곡들을 내 놓았고, 오늘 연주되는 브리튼의 유일한 기타 독주곡인 "존 다울랜드 주제에 의한 녹터널" (1963)은 그 중에서도 대표작으로 꼽히는 걸작입니다. 어떤 이들은 이 곡을 "20세기 기타 음악의 신약전서"라고까지 부르며 칭송하기도 합니다.
이 작품의 모습을 살펴보면 특이한 점이 하나 눈에 띕니다. 변주곡들이 보통 주제를 맨 앞에 내어놓고 그 주제가 변해 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반하여, 브리튼은 주제를 곡의 맨 마지막에 두고, 여러 가지의 변형된 모습으로부터 주제가 서서히 나타나는 듯한 구성을 택하고 있다는 점이 상당히 특이하지요.
첫 눈에 이 곡은 다울랜드의 노래를 길게 풀어 해설한 듯한 느낌을 줍니다. 각 변주는 고달픈 삶의 중간에 휴식을 위해 잠자리에 들었을 때 아직도 떠나지 않고 사람을 괴롭히는 여러 가지 복잡한 느낌을 표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요.
명상하듯 조용히 잠들고 싶었으나 (musingly),
오히려 흥분되는 마음 (very agitated),
전전반측 잠 못 이루는데 (restless)
자꾸 쓸데없는 걱정과 염려만 (uneasy)
마치 행진하는 군인들처럼 몰려오고 (march-like),
잠시 잠이 드는 듯 했으나 (dreaming),
어지러운 생각에 다시 마음에 자잘한 파문이 일고 (gently rocking)...
다울랜드의 류트 반주부분에 나타나는 하행 음계(도 시라솔 파 미)를 기초로 한 긴 파사칼리아는 잠이 들듯 잠이 들듯 잠들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나타내듯 맴돌다가. 서서히 주제로 변화하며, 결국 모든 것이 휴식이 있는 아름다운 무의식의 세계, 즉 잠으로 돌아갔다는 것을 암시하듯 다울랜드의 노래가 연주됩니다.
하지만 한차례 뒤집어 뜯어보면, 브리튼은 다울랜드의 시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위와 같은 전전반측 (輾轉反側)의 고통스러운 밤이 지나고, 새로운 생활의 희망이 있는 새 날이 밝아오는 그림을 상상할 수도 있습니다. 즉, 다울랜드에게 지나간 삶의 현실이 고통이었으며, 휴식의 참된 형상으로서의 '긴 잠'이 그의 소원이었다고 생각한다면, 브리튼에게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이 고통스러운 악몽에 끌려 다녔던 긴긴 밤보다는 새로운 날이 찾아오는 것이 더 기다려지는 일이었다고도 볼 수 있는 것입니다.
마지막에 끝맺지 못하고 허공으로 사라지는 선율은 무엇을 말할까요. 휴식일까요, 희망일까요, 아니면 변함없이 다시 또 밝아오는 현실에 대한 암담한 심정일까요...
(c)2000 서정실 sixstring@sixstring.pe.kr / http://sixstring.pe.kr
Comment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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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듣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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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e, heavy sleep의 링크를 수정했습니다. 이젠 잘 들리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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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실님 해설이 많은 도움이 되네여. Dowland 음악은 애절하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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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말이 없는 걸 보니 끝까지 안들으신 모양입니다. 16분 경에 주제가 나오는데 끝부분이 잘린 것을 이제야 발견하고 링크를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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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천식님, 잘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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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곡은 참 재미있는 곡이지요...주제를 앞에 제시하지 않고 맨 뒤로 이동시킨 점, 그리고 앞에 놓인 각 변주가 잠못이루는 내면의 다양한 심리를 너무나 잘 묘사하고 있다는 점 등.
-
브림에게 헌정된 소위 브리티쉬 컨템포라리 계열 작곡가들의 작품은 정말 작품성이 뛰어납니다...월튼의 바가텔 등도 그러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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