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GuitarMania

(*.113.121.62) 조회 수 6371 댓글 1














“안달루시아 지방의 오랜 음악적 전통에서 싹터 나온 플라멩꼬는 집시들의 슬픔과 위안, 괴로움과 추억을 담아, 어느 것과도 비길 바 없는 아름답고 독특한 음악이 되었다. 플라멩꼬의 노래, 기타 반주, 섬세하고도 감정 넘치는 박자를 듣노라면, 소외된 삶의 아픔과 자존심을 예술로 승화시킨 슬픔과 저항에 찬 목소리가 저 먼 과거로부터 들려오는 듯하다.”

집시라면 누구나 낭만적인 환상을 생각하게 된다. 카르멘이나 에스메랄다처럼 격렬하며 극적으로 사는 여자들. 그러나 스페인의 시인, 작가이자 수필가 펠릭스 그란데는 그렇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저서 『플라멩꼬의 추억』에서 정열적이며 화려한 집시 대신에 언제나 이방인이거나 방랑자이거나 추방자라는 숙명을 짊어진 집시들의 슬픔과 괴로움에 동정 어린 눈길을 돌려 집시 공동체의 마음을 두드려온 플라멩꼬 속에서 시와 이야기의 어울림, 개인적 회상, 정신적 매력, 영감 등을 찾아내고 있다. 집시들의 슬픔과 고통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그리 분명하지 않지만…

♠ ‘집시의 유랑과 풍기문란 단속 및 처벌법’
이 세상의 뭇 사회들은 언제나, 또 다른 곳들로부터 그들에게 온 이방인들을 종종 얕잡아 보고 경멸의 대상으로 삼아왔다. 그들은 꼭 공감적으로 여겨지지만은 않은 남이었다. 가난과 오해 속에서 가느다란 희망을 안고 수백 년을 유랑한 끝에 첫번째 집시의 무리가 이베리아 반도에 도착, 스페인 땅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15세기 초의 일이다. 1425년 1월 아라곤 왕국의 알폰소 5세는 앞으로 3개월 동안 ‘소 이집트’에서 온 존과 그의 무리들이 가는 길을 막지 말라고 신하들에게 명을 내리면서 친히 서명한 안전통행증을 발급했다. 이 안전통행증은 집시의 스페인 도착을 증명해 주는 가장 오래된 현존 문서로서, 현재 바르셀로나에 있는 아라곤 왕립기록보관소에서 소장하고 있다.
알폰소 왕은 다시 넉 달 후인 1425년 5월, ‘이집트’에서 온 토마스와 그의 무리들에게 왕국 내에서의 여행과 거주를 허가하는 안전통행증을 발급하고 있다. 얼마 안되어 다른 집시의 무리들도 뒤따라 들어왔고 안전통행증도 더 많이 발급되었다. 그렇게 해서 집시들은 당국의 보호 아래 수십 년 동안 이베리아 반도 곳곳을 자유로이 떠돌아다닐 수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집시들이 이집트로부터 아프리카 해안선을 따라 뱃길로 안달루시아에 들어왔다고 주장하기도 하나 이는 전혀 근거가 없는 주장이다. 스페인 집시의 언어엔 아라비아 어휘의 흔적을 전혀 찾아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들이 안달루시아에 도착했을 때 교황과 프랑스 왕, 까스띠야 왕이 내린 안전통행증을 갖고 있다고 밝힌 점으로 보아 그들이 지나 온 길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몇몇 집시들은 자기네가 로마나 산띠아고 데 꼼뽀스뗄라(스페인 북서부에 있는 야곱의 무덤으로 예루살렘, 로마와 더불어 기독교도들의 3대 성지 중의 하나)로 성지순례중이라고 말하곤 했다. 물론 처음엔 이런 말로 당국의 호의를 얻고 사람들의 환심을 샀으나, 이런 수법은 오래가지 못했다.
사람들은 오래지 않아 집시들의 진짜 모습에 달갑지 않은 눈길을 보내기 시작했다. 집시들은 스페인을 여행하던 도중에 종종 그들과 언어와 풍습이 다른 토착민들 가까이에 머물며 그들로부터 약간의 문화적 언어적 영향을 받기도 했으나, 늘 완전히 집시의식과 자기 본래의 모습을 잃어버릴 정도로 동화되기 전에 서둘러 그곳을 떠났다. 또 그들은 한 지역에 머물 때에도, 그 지역 안에서 이곳저곳으로 옮겨 다녔다.
토착민들은 어째서 집시들이 늘 떠돌아다니는지 궁금했다. 그들이 쓰는 낯선 언어, 낯선 옷차림, 괴상한 행동은 종종 말썽을 일으켰다. 도시나 농촌 사람 모두 길들여진 곰의 묘기, 염소의 춤, 점치기 등을 보고 즐거워하면서도 집시들의 이런 재주를 볼 때마다 악마를 연상하곤 했다. 기독교가 지배하던 당시로서는 집시들의 마법이나 요술을 받아들일 수 없었고 비나 해, 우박 등의 횡포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이들의 떠돌이 습성은 마침내 토착민들로 하여금 경계를 확립하고 구획선 -신체적이든 정신적이든- 을 그을 필요성을 느끼게 만들었던 것이다.
구조가 조직적이고 윤곽이 뚜렷한 사회에서는 그 외의 모든 사람들과는 다른 사람인 이방인을 집어내기가 쉬운 법이다. 서로 어울리기 힘든 이들 두 문화 -토착문화와 유랑문화- 가 사이좋게 지내던 시절은 너무나 빨리 끝나고 말았다.
1499년 4월 페르디난드 왕과 이사벨라 여왕이 집시들의 유랑생활을 금지하는 법령에 서명하고 추방, 매질, 귀 자르기, 종신 노예형 등을 포함하는 형벌법을 마련하였다. 유랑을 금지하는 것은 집시들의 얼을 빼앗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이 법령이야말로 그 후 삼백 년에 걸쳐 시행된 일련의 반(反)집시법 중 첫번째 법령이었던 것이다. 이 법령이 공포된 후 1783년 9월 19일 찰스 3세가 ‘집시의 유랑과 풍기문란 단속 및 처벌법’이라는 법령을 서명, 공포한 날까지 스페인의 집시들에게 끔찍한 벌을 주는 법령이 백 가지 이상 통과되었다.
집시가 폭행이나 좀도둑질을 했을 때만 이런 벌을 준 것은 아니었다. 많은 경우, 그들이 단지 고분고분하지 않다고 해서, 집시 고유의 언어를 쓰거나 옷을 입었다고 해서, 점을 친다고 해서, 또는 심술궂고 악의적인 사람들이 꾸며낸 모략 때문에도 가혹한 형벌을 받았다. 뭐든지 잘못되면 집시 탓으로 돌렸다. 한 마디로 집시이기 때문에 형벌을 받았던 것이다.
자손이 많고 생명력 또한 끈질긴 긴 역사의 민족, 집시들은 인종폭력의 만만한 표적이 되어 죽음에 맞서 싸웠으나 원수의 잔인함과 힘을 이겨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결코 자기를 잃지 않았다.
이와 같이 끊임없는 집시에 대한 탄압은 18세기 말까지 계속되었으며, 바로 이때부터 남쪽 안달루시아에선 집시들의 슬픔에 찬 노래 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음악의 천재들은 보편적인 어리석음이 정신적 진실을 흐리게 하고 없애려 한다는 것을 세상 사람들에게 알리기 시작한 것이다.
바로 플라멩꼬라는 피맺힌 한(恨)의 노래, 눈물의 기타로…



글·서남준(음악평론가)
--월간 피아노 뮤직에서 펌



Comment '1'
  • 2001.12.17 19:24 (*.62.26.140)
    집시들은 방랑을 왜 그토록 오래하게됐을까요? 항상 돌아다니면 힘들었을텐데....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13 탱고 이야기(3)-탱고의 역사1 변소반장 2001.02.19 6771
412 제가 보았던 아랑훼즈 실황자료들..... space 2001.02.19 4160
411 ☞ 실황연주를 보았는데... 셰인 2001.02.19 4153
410 앙헬 로메로의 아랑훼즈 협주곡.. 형서기 2001.02.19 4676
409 [추천요망] 오케스트라로 연주되는 샤콘느. 눈물반짝 2001.02.16 4546
408 야마시타 그는 누구인가?! 답변좀부탁 크흐 2001.02.15 4291
407 ☞ 소르의 러시아의 회상에 관한 질문 매니악 2001.02.14 4618
406 소르의 러시아의 회상에 관한 질문 파뿌리 2001.02.14 4159
405 ☞ 형 장흠 영산아트홀연주..여깃어.. 오모씨 2001.02.13 4553
404 ☞ 그의 콩쿨우승 기념 음반을 들어보았는데 셰인 2001.02.12 4157
403 오모씨만 보슈~ 예진아빠 2001.02.12 4787
402 Mi Buenos Aires Querido file 변소반장 2001.02.12 5467
401 Por una cabeza file 변소반장 2001.02.12 6178
400 Volver file 변소반장 2001.02.12 5209
399 Lejana tierra mia file 변소반장 2001.02.12 5331
398 El dia que me quieras file 변소반장 2001.02.12 6449
397 탱고이야기(2)-카를로스 가르델 file 변소반장 2001.02.12 5997
396 비도비치의 오빠.. 형서기 2001.02.12 4281
395 바덴재즈 곡좀 부탁할수 있을까요. 기타맨 2001.02.11 4965
394 탱고 이야기(1) file 변소반장 2001.02.10 6124
393 다른 음악에서의 예가 하나 있어서여..... 당근 2001.02.09 4144
392 흥미로운 발견입니다... 미니압바 2001.02.09 4996
391 바흐의 마태수난곡에 류트? 셰인 2001.02.09 4296
390 ☞ 울트라 인스트루먼트!! 왕초보 2001.02.09 4321
389 ☞ 저도요... 비도비치팬 2001.02.09 4516
388 저는요... 미니압바 2001.02.09 4065
387 기교가 100% 해결된다면.... Filliads 2001.02.08 4158
386 류트 연주 악보와 류트-기타 양수겸장 연주자 미니압바 2001.02.08 4660
385 좋은정보 너무감사합니다. 그리고.. 파뿌리 2001.02.08 4048
384 류트음악과 현대기타의 몇가지 문제 미니압바 2001.02.08 5322
383 류트음악에 대해서 질문입니다 파뿌리 2001.02.07 4307
382 저기 이 미디 파일 제목 아시는 분 계신가요? file 09 2001.02.05 4195
381 ☞ ☞ 본인 글에 대한 본인의 대답 차차 2001.02.05 4039
380 ☞ ☞ 한계? 구조상의 특징이 아닐까요? 왕초보 2001.02.05 4370
379 ☞ 본인 글에 대한 본인의 대답 filliads 2001.02.04 4357
378 Digital Output 가능한 MD가 있습니다. file 박지찬 2001.02.03 4680
377 ☞ ☞ 미니디스크 녹음기 SONY MZ-R70PC 를 써 봤는데... 셰인 2001.02.02 4158
376 ☞ 미니디스크 녹음기 SONY MZ-R70PC 를 써 봤는데... 고정석 2001.02.02 4739
375 미니디스크 녹음기 SONY MZ-R70PC 를 써 봤는데... 셰인 2001.02.02 4224
374 ☞ 위에 님 말씀중 한부분...... 명노창 2001.02.02 4090
373 ☞문제제기가 좀? gaspar 2001.02.02 4317
372 ☞ 기타 음악은 왜 .... 고정석 2001.02.02 4272
371 기타 음악은 왜 .... filliads 2001.02.01 4170
370 컴퓨터를 통해 녹음하는 방법. 사운드스미스 2001.02.01 5245
369 형서기형 넘 고마워여...요셉 숙(josef suk) 2001.01.27 5831
368 ☞ 존 윌리암스와 그렉 스몰맨 미니압바 2001.01.26 5107
367 존 윌리암스의 변화(?)와 그렉 스몰맨 왕초보 2001.01.26 4296
366 여러분들이 생각하시는 소르 2중주의 베스트는? 미니압바 2001.01.26 4555
365 첼로 3대 협주곡 반짱 2001.01.26 8413
364 참으로 오래동안.... 미니압바 2001.01.26 4029
363 Tchaikovsky Symphony No.5 형서기 2001.01.23 5960
362 3대 협주곡...어서 글 올려줘요. 2001.01.23 4624
361 에구...3대 협주곡이였군요.....--;; 화음 2001.01.22 4252
360 브람스의 현악6중주를 들으며.... illiana 2001.01.22 4486
359 콩나물 이야기 illiana 2001.01.22 4173
358 Lauro 곡을 연습하며... illiana 2001.01.21 6272
357 ☞ 컴에서 음악(파일)을 들을때 .... 2001.01.19 4528
356 제 경험상... 왕초보 2001.01.19 4054
355 ☞ ☞ 전 실제로 가봤는데여.... 눈물반짝 2001.01.19 4015
354 ☞ 전 실제로 가봤는데여.... 음... 2001.01.19 3863
353 라디오에서 무라지 카오리를 듣다. 눈물반짝 2001.01.19 4298
352 컴퓨터스피커 음악감상하는데 어떤거라도 상관없나요? 2001.01.19 4081
351 텔레만의 소나타G장조를 들어볼수 없을까요..부탁드립니다. 이크 2001.01.18 4159
350 야마시타가 연주한 '전람회의 그림, 신세계 교향곡'을 듣다... 왕초보 2001.01.17 4580
349 ☞ 제 잡문 넘 신경쓰지 마세여 셰인 2001.01.15 4038
348 ☞ 무슨생각으로 편곡하려 하는가....... 오모씨 2001.01.15 4058
347 마자!! 마자!! 신동훈 2001.01.15 4137
346 [펀글] 편곡 연주에 대한 셰인님의 견해 형서기 2001.01.15 4073
345 부끄럽습니다...저두 잘 모르는데요... 왕초보 2001.01.13 3971
344 Porro가 음반자료실에....떳어요! 반짱 2001.01.13 4031
343 왜 아무도 답을 안 주시죠. 그러면 곡 올린 왕초보님께 부탁을.... illiana 2001.01.12 3945
342 수님이 극찬(?)을 하시는 콜롬비아 모음곡중 Porro가 뭐에요? 왕초보 2001.01.12 4169
341 드디어 어느 사형수의 아침을 들었어요 2001.01.11 4166
340 사형수의 아침을 묘사해 주실분 illiana 2001.01.11 4317
339 어느 사형수의 아침... 2001.01.11 4423
338 기타 음악 중 가장 제목이 아름답다고 생각된 곡명...? 2001.01.10 4087
337 ☞ 도서안내...인류와 기타.....정상수님과 토레스회원들의 편집. 21대 토레시안 2001.01.10 4098
336 도서안내...인류와 기타.....정상수님과 토레스회원들의 편집. 2001.01.09 4341
335 데이비드 러쎌에 대하여... 왕초보 2001.01.09 4122
334 퍼온글.......추천협주곡,실내악곡,독주곡. 2001.01.07 5942
333 ☞ 야마시타의 오른손 셰인 2001.01.06 4224
332 에로틱한 기타의 선율 -- 야마시타 카즈히토 고은별 2001.01.05 4250
331 바하의 쳄발로 협주곡....퍼온글 신동훈 2000.12.29 4588
330 안나 비도비치의 bwv1006 를 듣고나서..^^ 기타라 2000.12.28 5844
329 역사적으로 볼 때... 미니압바 2000.12.28 4264
328 칭구연주는 어떻게 하면 들을수 있남요? 2000.12.28 4178
327 야마시타 비디오를 보고.... 야마시타 오버액션에 관한 이야기 기타랑 2000.12.28 3983
326 알리리오 디아즈랑, 오스카길리아얘긴 왜 없죠? 2000.12.28 4083
325 ☞ 그림의 떡이군...... 예진아빠 2000.12.28 4200
324 야마시따 연주를 보고.. giny 2000.12.27 4063
323 어...그건(?) 보내드렸구여.. 뽀짱 2000.12.26 4265
322 ☞ 와~ 역시 실천에 옮기시는군요~ ^^ Clara 2000.12.26 4007
321 ☞ 존경하는?....형서기님....보셔.. illiana 2000.12.26 4063
320 깔레바로의 고백..... 오모씨 2000.12.26 4608
319 크흐흑...[-ㅜ ];; 깔레바로의 "Confesion"을 듣고난 소감입니다~~!! 정슬기 2000.12.25 4168
318 게시판 제대로 안찾아올리면.... 2000.12.25 4219
317 존경하는?....형서기님....보셔.. 예진아빠 2000.12.25 4024
316 고맙습니다! 잘 듣겠습니다! (냉무) 반짱 2000.12.25 4116
315 ☞ NAXOS의 기타음반에 관한 이야기 매니악 2000.12.25 4237
314 음반장님 보세요. 2000.12.25 4198
Board Pagination ‹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Next ›
/ 1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Powered by Xpress Engine / Designed by hikaru100

abcXYZ, 세종대왕,1234

abcXYZ, 세종대왕,1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