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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itarMania

SAD
(*.85.253.99) 조회 수 2391 댓글 2

내 첫기타는 세고비아 7 만원 짜리 (83 년 구입). 당시 3-5 만원에 합판 기타를 살 수 있었으니 아주 싸구려는 아닌 셈이었다 (그렇다고 비싼 것도 아니지만). 아무튼 참 소리가 예뻤고 난 그걸 들고 교회 문학의 밤에서 숱하게 박수를 받았었다.

대학 입학 후 좀 더 업그레이드 된 수제품 기타를 구입. 나의 첫 기타가 집에서 잠자고 있었다.

대학 입학 후 알게 된 친구 M. 기타 동아리에서 활동하던 그 친구는 참 기타를 잘 쳤던 것 같다. (나는 기타 동아리에 안 들어 있었다.) 지방에서 온 물리학을 전공하는 고학생. 그런데 기타 잘 치는 M은 정작 기타가 없었다. 난 그래서 좋은 기타 생길 때까지 오래 오래 치라고 나의 첫기타를 조건없이 무기한 무상 임대하였다.

그 친구 ... 기타 좋아하던 그 친구 ... 아마 내 첫기타를 참 열심히 쳤던 것 같다. 그러다 나는 군대를 갔고 ... 이 친구는 입대 미루고 대학원에 들어가고 ... 그냥 자연스럽게 몇 년 동안 연락이 없었다.

나의 복학 후 얼마 안 되어 학교 도서관 앞에서 나는 충격에 사로 잡혔다. "M 학우의 치료비를 모금합니다~" 병명도 모른단다. 그냥 어느날 학교 갔다 와서 고열로 쓰러졌고 현재 혼수 상태. 병명도 모르는데 죽어야만 한단다. 그리고 며칠 뒤 ... "M 학우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슬픈 공지가 물리학과 근처에 붙었다.

어쩐 일인지 ... 나는 M의 병상에도 그의 장례식에도 가지 않았다. 그냥 조금은 바빴던 것 같고 ... 무지무지 슬펐지만 어쩐지 가기가 두려웠다. 그리고 지금은 그때 M의 임종을 못 지킨 것이 아쉽고 미안하다.

나의 첫기타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M과 함께 불에 탔을까? M의 가족이나 친구 중 누군가가 지금도 어디서 치고 있을까? 아니면 M의 유품들 대다수와 함께 쓰레기 더미로 들어갔을까? 참 행방이 궁금하지만 ... 알 길은 없고 ... 개인적인 바램은 M과 함께 산화되어 ... M이 천국에서 열심히 치고 있으면 좋겠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 한 번 다시 만져보고 싶기도 하고.

SAD~

Comment '2'
  • 무사시 2003.05.19 00:35 (*.32.123.238)
    아마 그분께서는 그 기타를 치시며 SAD님께 많이 감사하셨을 거에요.. 나중에라도 그 친구분 잠드신 곳에라도 함 찾아가세여..
  • 으니 2003.06.09 16:50 (*.118.81.8)
    첫기타엔 정말 숨겨진 이야기들이 많았군요..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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