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곳에 살기 위하여

by 엘뤼아르 posted Jul 18,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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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하늘이 나를 버렸을 때, 나는 불을 만들었다.

둥지가 되기 위한 불

겨울의 어둠 속으로 들어가기 위한 불,

보다 더 나은 삶을 위한 불을.


낮이 나에게 베풀어 준 모든 것을

나는 그 불에게 바쳤다.

울창한 숲과, 작은 숲, 보리밭과 포도밭을,

보금자리와 새들, 집과 열쇠를

벌레와 꽃들, 모피들 그리고 모든 축제를


나는 불꽃이 파닥거리며 튀는 소리만으로

그 불꽃이 타오르는 열기의 냄새만으로

살았다.

나는 흐르지 않는 물 속에 침몰하는 船泊

죽은 者처럼 나에게는 단 하나의 원소밖에

남지 않았다.


1918




II

창가의 벽이 피를 흘리고

나의 방에서 어둠은 떠나지 않는다

나의 눈이 폐허에 부딪치지 않는다면

나의 눈은 어둠 속을 들여다 볼 수 있으리라

유일한 자유의 공간은 내 마음 속 깊은 곳

그것은 죽음과 친숙한 공간

혹은 도피의 공간


상처입어 움츠러둔 날개가 그곳을 이리저리

날아다닌다.

그곳은 연약한 나의 모습으로 에워싸여져

나는 견딜 수 있을까 새벽을 잡을 수 있을까

더 이상 어둠을 보지 않기 위해

유일한 빛을 잃어버려야 한다


밤은 내 위에서만 열리고

나는 불확실한 인생의

기슭, 그리고 열쇠이다.




III

달은 숨어버리고 수탉은 볏을 긁는다.

불의 한 방울이 차가운 물 위에 뜨고

마지막 안개의 찬송을 노래부른다.


대지를 보다 잘 보기 위하여

두 개의 불타는 나무가 내 눈을 가득 채운다.


떨어져 흩어진 마지막 눈물

두 개의 불타는 나무가 나의 생명을 소생시킨다.


두 개의 나무는 벌거벗고

나의 울부짖는 외침도 벌거벗고

大地여

내 마음 속에 살아있는 大地여

먼 거리는 사라지고

샘솟는 나 자신의 새로운 리듬

그것의 영원함이여


열정이 가득찬 추위, 별들이 가득찬 추위

덧없는 가을 소멸된 추위

바쳐진 봄 시대의 첫 번째 반영

진심으로 우아한 여름 그림자 없는 영웅


나는 대지 위에 있고 모든 것은 불에 순응한다.




IV  * Jean Apr에게


손길이 자아내는 완전함

피를 찢는 창백한 손

피는 점점 둔화되어

理想의 노래를 중얼거린다.


너의 손길에 의해 자연은

평등한 매력을 이뤄내고

너의 창가에

모든 풍경은

언제나 아침이다


언제나 빛은 승리자의 胸像에 있는 것


육체에 가득찬 젊음


대지를 살며시 애무하면

대지와 寶貨는 혼합되고

풀섶을 헤치며

빛을 들춰내는

너의 손은 새로운 요람을 창조한다.




V
어떠한 인간도 사라지지 않으며

어떠한 인간도 잊혀지지 않으며

어떠한 어둠도 투명하지 않다.


나홀로 있는 곳에서 나는 많은 인간을 만나며

나의 근심은 가벼운 웃음으로 깨어지고

엄숙한 나의 목소리에 뒤섞여 들려오는 부드러운 목소리

내 눈은 순수한 시선의 그물을 유지한다.


우리는 험란한 산과 바다를 지난다

미친 듯한 나무들이 맹세한 내 손의 길을 가로막고

방황하는 동물들은 생명을 산산조각내어 나에게 몸을 바친다.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나의 영상이 풍성해지는 것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자연과 거울이 흐려진다는 것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하늘이 비어 있다는 것이

나는 외롭지가 않은데.


1939





엘뤼아르 (Paul Éluard / Eugène Émile Paul Grindel / 1895 – 1952 / 프랑스)

'이곳에 살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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