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에서

by 금모래 posted Aug 14,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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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가 부족해서 가끔씩 저녁 식사후 세 개의 다리를 건너 청계천으로 해서 한강 성수대교까지 걷기를 합니다.

청계천에 가면 어렸을 때 외할머니집 앞 냇가에 있던 징검다리를 보고 시냇물 소리를 듣습니다. 정말 저만큼 가면 외할머니집이 있을 것만 같죠. 흐르는 물을 보노라면 여기가 서울의 도심 한복판이라는 생각이 안 듭니다.

얼마전 봄에는 찔레꽃도 피었더군요. 이 세상에 꽃 중에 찔레꽃처럼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도 없을 겁니다. 그 순결한 흰 색의 꽃잎하며 노란 꽃술 그리고 향기는 머리가 아찔할 정도죠.

청계천에 가면 조명 섞인 분수도 있고 신데렐라 마차도 있고 물가의 휴식처며 벤치며 정말 분위기 좋습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삭막했던 콘크리트 고가도로였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입니다. 맞아요. 그렇게 믿지 못하는 사람이 있을까봐 교각 세 개를 남겨두었어요. 번호가, 기억이 틀리지 않다면 189, 190, 191번입니다.

청계천을 되살린 것은 정말 잘한 일입니다. 도심에서 흐르는 물줄기를 볼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축복입니다.

그런데 과잉충성하는 사람들이 이것을 자꾸 생태하천이라고 선전을 하는 모양입니다. 얼마전에는 은어가 산다고 했다는데요. 새가 날아갈 소리입니다. 아, 물고기 잡아 먹으러 백로 같은 다리 긴 새가 오는 걸 보면 물고기가 있기는 합니다. 하긴 우리 동네앞 그 썩은 물에까지 물고기를 풀어놓아 거기까지 백로가 날아오니 물고기가 있기는 합니다. 우리집 어향에도 물고기는 있죠.

수질이 청계 5가 6가까지는 그런대로 봐줄만 합니다. 그러나 그 아래 특히 마장동 그 아래 한양여대 쪽까지 가면 바닥에 대걸레자루 같은 수태가 허옇게 끼어서 고약한 냄새까지 납니다. 시궁창에서 나는 전형적인 냄새죠. 붕어도 살기가 힘든 환경인데 은어가 그 물을 거슬러 청계천까지 왔다는 건 있을 수가 없는 노릇이죠.

청계천에 가면 외할머니댁 시냇물 소리를 듣습니다. 그 물소리를 들으며 아련한 추억에 빠집니다.속살이 다 보이는 맑은 물, 조약돌, 징검다리, 반짝이는 금모래, 모래무지 같은 것이 생각납니다.
그 냇가의 밤하늘에 수없이 반짝이는 별들이 모두 내려와 네온이 되었습니다.  교감집 딸 행덕이는 무엇이 되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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