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코와의 하루...서울 도심을 산책하며...

by 기타레타 듀오 posted Feb 08,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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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코와 서울을 산책하며...11 to 11



마르코 연주회 기획자와 마르코의 요청으로

하루 동안 마르코와의 서울시내 산책을 위해,

토요일 아침 서둘러 그가 묶고 있는 호텔로 향했다.

생각해둔 스케줄을 차안에서 떠올리며

그가 힘들지 않게 다닐 곳을 다시한번 머리 한켠에 적어두었다.

거의 11시가 다 되어 늦지않게 도착한 Vabien2 호텔.

불어로 '잘가~'라는 뜻의 이 호텔은 서울에서만 주욱 살았던 내게 웬지 생소했다

아마도 최근에 건축되었든가 아니면 세상에 대한 나의 무심함이 정도를 넘었든가 둘중 하나일 듯하다.

호텔문을 여니 벌써 내려와서 기다리고 있는 듯 마르코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스페인의 따뜻한 남쪽 '말라가'라는 지역에서 살아서인지

차가운 서울의 날씨에 대비하려는 듯 커다란 장갑과 모자를 들고 있었다.

어제 서울 도심에서 혼자 구입했다고 살짝 귀뜸한다. 거리 산책을 위해서...

그는 스페인 대사관 담당자와 잠시 약속을 하게되어 조금만 기달려 달라고 내게 조심스럽게 요청했다.



로비에서 오분 쯤 지나도 안 나타나 우리는 로비에 있는 레스토랑에 들어가 차를 마시며 기다렸다.

조금 후, 어제 대사관주최 마르코 연주회에서 시작전 청중에게 스페인 대사를 소개하며 콘서트 취지를 알렸던,

수염을 자연스레 기른게 인상에 남았던 키큰 남자가 등장했다.

둘은 나를 의식한 듯 처음에는 스페인어를 사용하다가 곧 바로 영어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마르코는 그의 제안으로 아리랑을 앙콜곡으로 정하게 되었다고 이야기하며 웃음을 지어보였다.

둘은 계약서 서명이 끝나자 나와 함께 한국에 대한 이야기로 화제를 돌려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한국에 온지 1년 남짓밖에 안된 이 젊은 외교관이 어찌된 일인지

나보다 한국의 정서와 문화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어 놀라움을 표하지 않을수 없었다.

sky 대학입학으로의 전쟁이라든지, 대학에서 학생들간에 주고받는 호칭의 시대적 변화,

현재 한국학생들이 현실적으로 처한 문제를 극복하는 방식,

존칭어의 다양한 버전과 용례...그것들이 의미하는 한국사회의 의식기반....

그 문화 속에 젖어 살지않고 책으로 습득해서 알기에는 다소 어려운 내용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는게 내게는 놀라움으로 다가왔다.

또 하나 내게 낯설게 보였던 것은 한국인의 경우, 이렇게 공식적인 서류처리를 위해서 사람을 만날경우

친근한 대화를 하지않는 편인데 이들은 마치 친구라도 되든듯 담소를 나누며,

마지막에는 마르코 시디 3장 을 구입하는 열의를 보였다.

시디를 가지러 마르코가 자리를 비운 사이,

그는 이번에는 불어로 한국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고 또 내게 묻기도 했다.



그가 떠나자, 마르코가 하고싶은 게 무엇인지 물어보았으나

자신은 모든걸 다 좋아한다며 어디든 좋다고 웃었다...

그래도 선호가 있을터인데...

어쨌거나 아침에 이전기획자가 덕수궁 현대 미술관에서의 한국화가전을 추천한게 떠올라 그리로 향했다.

티켓을 구매하려고 보니 한국화가전은 커녕 엉뚱한 것을 하고 있었다...

잠시 제안자를 원망하며 속으로 눈을 흘겼다...

여기까지 왔는데..되돌아갈 수는 없는 터라 덕수궁 내부를 산책하기로 했다.  

그는 이방인이라 그런지 우리문화가 일상적으로 다가오는 내게

눈에 들어오는 것과는 다른 것들이 보이는 듯 정교하게 사진을 찍었다.

덕수궁 입구에 서있는 전통복장의 수문장들과 사진도 찍으며

신기해하는 모습에 다행이다 생각하며 잠시 시간을 보냈다.

덕수궁 돌담길을 걸으며 서울시립미술관을 지나 정동교회 앞에서 잠시 쉬었다.

그는 우리의 것들이 모두 오래된 느낌이 안들어서인지 여러번 언제 생겼느냐고 내게 질문했다...

사실 전들 정확히 알겠습니까만은....



추운 날씨에 좀 걸었더니 다리도 아프고해서 점심을 먹기로 하고

미술관에 오면 내가 잘가던 국수집을 찾았다.

비빔국수와 냄비우동을 먹으며 음식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다행히 맛있어 하는 듯 사실 매운데도 불평은 없었다.

그리고 몇년 전에 자신이 폭식을 하여 뚱보였는데 지금 조절하여 좋아졌다고 고백했다^^



한참을 얘기하고 나니 디저트를 먹자며 다른곳으로 가자고 제안했다.

나는 서울시내 카페가 이렇게나 북적이는지 몰랐는데 두집 모두 자리가 없어 세번째 스타벅스로 이동했다.

그는 매번 어딜가든 자신이 모든 비용을 지불하며 내게 기회를 도통 주지 않았다.

한번은 내가 계산서를 들고 내려고 하니 자기가 화를 낼거라며 여전히 사양했다...

정말이지 계산에는 양보를 모르는 이상한(?)사람이었다.

나는 카푸치노, 그는 치즈케익 한조각과 엑스프레소를 마시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름에 숨겨있는 스페인의 족보문화. 우리 한글과 중국문자...

그는 우리말이 있는데 왜 한자어로 이름을 짓는지 잘 이해하지못했다.

그때마다 나는 그에게 조금있다 더 자세히 설명해주겠다고 기다리라고 했더니

그 다음부터 그는 내 별명을 하나 지어주었다. 'Madame Attendre'(불어로 기다리다라는 뜻)라고..

그리고 좀더 젊은 시절, 자신이 첫 눈에 반했던 사랑 이야기도 해주었다.



잠시후 마르코는 오늘 저녁에 갈만한 공연을 알아봐서 가자고 내게 제안했지만

연극이나 뮤지컬공연을 가본지 오래라 사실 어디서 뭘하는지 조차 몰라 조금 당황했다.

할수 없이 그런 정보를 잘 아는 친구에게 물어본다며 기획자에게 인터넷으로 검색해달라고 부탁했다.

답을 기다리며 차를 마시고 있는데

그는 스페인에서 구입한 자신의 전화를 꺼내보이며 한국의 LG라며 재미있어 했다.

다시 전화를 들어 공연에 관련된 문자를 확인하려하자

자신에게 전화를 해보라고 하며 복잡한 전화번호를 메모지에 적어보였다.

로밍된 전화라 그런지 바로앞에 있는사람한테 거는데도

통신상으로는 스페인을 갔다가 한국으로 입국해야하는 상황...(입국절차 까다로움!)

그의 전화기가 울리자 그는 그 번호로 내게 전화를 했으나 국제 전화 통신망으로는 작동안했다

아마도 한국 통신체계를 따르기 때문인듯..

어쨌거나 의아한 듯 여러 방법을 시도하더니,

이번에는 앞의 숫자를 모두 지우고 직접 번호를 입력하자 전화가 걸렸다.

이젠 마르코를 길에서 잃어버려 미아로 만들 염려가 없어져 안도했다. 전화걸면 되니까....



그는 시종일관 유머와 재치를 보이며

나를 지루하게 만들기는 커녕 내가 더 유쾌한 시간을 보내게 했다.

정말 타인에 대한 배려가 몸에 배어 있을 뿐 아니라 표현할 줄도 아는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배도 부르니 이젠 조금 걷는게 좋을 듯하여 갈 곳을 찾으니 마땅치않아 교보문고를 들어갔다...

한국인의 책문화와 약간의 기념품도 있지 않을까해서...

그는 어리둥절해 하는 듯 했다. 규모는 너무 크고 사람은 많고...

책을 보고 나오는 길에 전시된 인형들을 가리키며 조카 선물로 어떠냐고 제안했더니

조카가 서른이 넘었다며 한참이나 웃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기념품 파는곳으로 이동하기 위해

한국에서 지하철을 한번도 안 타보았다는 마르코와 함께 종로 3가에 내려 인사동으로 갔다.

도심의 어두운 냄새가 풍겨나기도 하는 뒷골목을 지나자니 조금 우울해지기도 했다.

기념품 가게가 이렇게도 많다니...

전에 한번 와보았다는 마르코보다 처음 가게 안에까지 들어가 본 내가 더 신기해했다...

그는 한복에 여자들이 장식으로 다는 노리개...벼갯잇, 테이블보, 종이로 만든 각종 그릇등에 관심을 보였다..

아무래도 자신의 문화권에 낯선 것들에 흥미를 가지는 듯 했다.

그는 내게 어떠냐고 상품들에 대해 자문을 구했고 가격을 흥정해보기도 했다.

거리를 걷는 동안 계속 내게 춥지않냐고 친절하게 물어왔다.

물론 그때마다 나는 꿋꿋하게 아니라고 사실을 왜곡했다^^(사실 추웠기 때문-.-:;)

선물가게를 거의 다 돌다보니 도시는 어느새 어두워져 지척이 구분이 안되었다.

언제 이렇게 시간이 많이 흘렀나....



나의 공연정보 제공자가  인터넷 검색 결과, 난타공연을 제안해,

공연표를 예약해야 할 듯하여 다시 서대문 쪽으로 향했다.

가서 보니 그의 숙소 가까운 곳이라 나중에 시간을 절약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공연은 예약으로 꽉차 겨우 좌석 두개를 마련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난타 공연이 이렇게 인기인지 몰랐다.

그나저나  입장료 또한 만만치 않아 일반석이 5만원, 그는 이번에도 자기가 초대한다며 티켓값을 지불했다.

이번에는 부담스러워 극구 내가 내겠다고 고집했으나 허사였다.

사실 공연요금으로 보면 평소에도 내가 선뜻 가보기 어려운 게 사실이기에....

나는 부담스럽고 마음이 무거워 공연이라도 그의 맘에 들기를 기대했다...



공연시간에 맞추자니 시간이 좀 남아 가까운 빠리 바게트에서 차를 마셨다,

그는 자신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화제를 이어갔다.

부모가 모두 피아니스트여서 어린시절 피아노, 플루트, 클라리넷을 배웠는데

결국 10살때 부터는 기타를 선택해 독일에서 14년간 공부를 했다고...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그는 꽤 오랜동안 독일에서 음악공부를 한 듯 했다. 베를린과 쾔른에서 각각 7년씩....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요새 유럽과 미국 일본 등지에서 관심을 갖는 '氣'에 대해 그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심지어 약간의 경험도 가지고 있다며 내게 조금 실연해 보이기도 했다.

그는 현대 과학이 설명하지 못하는 이 분야에 대해

언젠가 미래에 설명할 수 있는 날이 올거라며  매우 철학적인 비젼을 갖고 있었다.

나는 현대의 지식 체계로 설명하지 못한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며 맞장구를 쳤다.

말할 수는 없지만 보여줄 수는 있는.... 우리가 설명한다는 것은 결국 기존의 인식틀과 지식틀로만

담아낼 수 있는 것이기에, 그것에 걸러지지 않는 것들은 그물을 빠져나갈 수 밖에....

19세기에 등장한 과학도 마찬가지의 과정을 거쳤으니까...

그의 얘기를 듣고 있자니 어느덧 나도 기의 세계에 들어선 느낌이 들었다.



시간이 흘러 공연장으로 다시 향했더니,

시끄러운 음악과 아이들, 청소년 관객이 많은 공연장은 좀 어수선했다.

나는 그의 표정을 관찰하며 괜찬겠냐고 물었지만...물어보나 마나 늘 괜찬다고 하니....

두들기는 소리와 다소 격한 음악에 좀 혼미해진 듯 하기에 공연에 대해 물어보았더니

어떤 부분은 재미있었지만 어떤 부분은 좀 그랬다고 솔직하게 내게 말해주었다...

나는 그가 인사치레로 그동안 괜찬다고 말한게 아니라는 생각에 나 좋을대로 조금 안심했다...

공연장을 빠져나와 저녁을 먹으려고 나오니 시계바늘은 어느덧 9시 4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아까 오기로 하고 봐두었던 음식점들은 모두 문을 닫아 잘못하다가는 굶을 지경이었다.

허술한 음식점을 찾아 겨우 들어가 만두를 시켜 맛을 보자,

맛있다며 마르코는 많지 않은 양의 식사를 끝내고 숙소로 행했다



이제 내게 남은 임무는 그를 호텔 로비까지 바래다 주는일.

호텔까지 멀지않아 함께 걸어 도착하니,

인터넷으로 비행기 티켓을 확인해야한다며 조금 기달려 달라고 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컴퓨터라는 기계는 작동하지 않았다. IT강국의 수치가 아닐 수 없었다.

두대가 모두 고장나 프론트에 문의하니 담당직원이 퇴근했다며 불가능하다고 했다.

아니 인터넷이 퇴근을 하다니?

정보도 출퇴근개념으로 작동하는거냐며 조금 격앙된 어조로 전문가를 불러줄 것을 요청했다.



잠시후에 직원이 왔으나 이번에는 커서가 말을 듣지 않았다. 이건또 무슨일인가?

직원은 3층에도 컴퓨터가 있으니 그리로 안내하겠다고 하여 따라 올라갔다.

그러나 무슨 해리포터에 나오는 마법의 문이라도 되는듯,

곳곳에 비밀번호가 걸려있는데 번호를 잘못눌렀는지 여러번 시도해도 그는 결국 문여는데 실패했다.  

베란다쪽 문을 뚫고 결국 안으로 들어가서 우리에게 문을 열어주었다.

어두운 곳에 후레쉬 불을 비쳐가며 컴퓨터를 작동시켜보았으나 이번에도 한 쪽은 고장,

다행히 다른 한쪽이 작동하여 마르코는 겨우 메일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을 마치고 나오며 그는 대단한 어드벤쳐라며 시종일관 웃으며 안내직원에게 고맙다고 인사했다.

그는 도무지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는 방법을 모르는 듯 했다ㅠ.ㅜ

음악적으로  경지에 오르면 저렇게 되나 혼자 생각해 보았다. 그렇다면 나는? ㅠ.ㅜ



어쨌거나 모든일이 다 정리되어 그를 남기고 그곳을 떠나려하자

그는 나의 만류를 뿌리치고 극구 나를 배웅해주려고 나왔다..

차를 타러 가는길에 그에게 내일 연주에 대해 준비나 생각은 따로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그건 생각하기보다는 언제나 느끼고 있다고....

그건 사고의 영역이 아니라 감각의 영역이라고....

추운 날씨에 완전히 그와 함께 12시간을 보냈지만 상쾌하고 유쾌한 하루였다.

마르코가 남은 연주회를 무사히 마치고 한국에 대한 좋은기억을 갖고

행복하게 귀국하기를 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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