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 赦蕩拔琳

by 추파춥스 posted Oct 22,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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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소와 조조가 하북의 패권을 걸고 다툰 관도대전의 전초전에서

원소 수하의 문관 진림은 조조를 맹렬히 비난하는 격문을 씁니다.


이 격문에서 진림은 조조만이 아니라 그 선대들까지 철저하게 깎아내리고

조롱했는데, 그 문장이 매우 뛰어나 이를 받아본 조조가 무척 놀랐다고 합니다.



관도에서 원소가 패하자 진림 역시 포로가 되어 조조

앞으로 끌려왔는데, 조조가 짐짓 힐문하여 말하기를



"나만 욕하면 될 것이지 선대까지 조롱할

것은 또 무엇이냐? 그 글이 심히 방자하도다."



라고 하자 진림은 체념 비슷한 어조로 답하여 말하기를



"화살은 시위에 먹여지면 나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라고 하였습니다.



이에 그 글재주를 아깝게 여긴 조조는



"화살은 그저 나아갈 뿐이라면 그 글의 방자함도 화살 탓이

아니라 나아갈 방향을 결정한 활 탓일 터, 그러하니 그대는

이제 나의 화살이 되도록 하라."



라고 하며 격문 건을 용서한 뒤 자기 신하로 등용하였습니다.

응당 죽을 줄 알았는데 목숨을 살리고 등용이 된 터라 진림도

열심히 일했다고 합니다.



이는 흔히 조조의 넓은 배포와 인재에 대한 피아를 가리지 않는 존중을

보여주는 일화로 종종 언급됩니다만, 적어도 삼국지 이야기가 민간에

돌던 시기부터의 전근대 시기에는 조조가 무조건 악의 화신으로 묘사되다

보니 보아줄 만한 행위들도 그 뜻이 곡해되거나 나쁘게 해석되곤 하는

일이 종종 있었습니다.



이 일화도 마찬가지여서, 일부 사람들은 이 일을 평하여 말할 때



'본디 조조는 서주에서 백성을 학살하였으며 원소와 싸울 때도 살 길을 찾아 투항한 병사들을 산채로 묻어버리는 등, 제 기분에 따라 아무렇지도 않게 많은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잔인한 인물이었다.



이러한 자가 자신만이 아니라 선대까지 욕한 자를 풀어주고 말로 달랜 것은 그 배포가 넓어서가 아니라 오로지 화북을 온전히 평정하지 못했으매 선비를 잔인하게 대하면 그 땅의 선비들이 일제히 일어나 대항하여 사세를 위태롭게 할 것이 두려웠던 때문이니 공도를 따른 것이 아니라 사욕을 따른 것이었을 따름이다.



진림 한 명을 좋은 말로 꼬드겨 방자함을 용서하고 등용하매 화북의 수많은 선비들이 이를 뒤따라 절개를 굽히고 꼬드겨지게 되었으니, 역시 간웅다운 꾀가 아니겠는가'



라고 말하며 조조의 행동을 폄하하였습니다.



그런데 조조가 순전한 악인으로 평가되던 민간에서는

이러한 해석이 오히려 인기를 끌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후세 사람들은 자기 이익을 위해 상대를 듣기 좋은 말로

꼬드기는 것을 가리킬 때 원소에게 승리한 조조가 '내 화살이 되도록

하라'는 말로 자신과 자신의 조상을 욕한 진림의 방자함을 용서하고

오히려 등용한 일을 그저 자기 이익을 위해 꼬드긴 것이라고 해석했던

저 평에 종종 빗대었다 합니다.



이 말이 바로







사탕발림(赦蕩拔琳)



-방자함을 용서하고 (진)림을 뽑아 쓰다-



입니다.



용례

A: 누님 오늘따라 한층 젊어보이시네요.

B: 그런 사탕발림(赦蕩拔琳)으로 꼬드겨도 밥은 안 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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