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식과 살생

by 아포얀도 posted Oct 09,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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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그제 또 살생을 하였다.

요즈음 꽃게가 한창이라 살아있는 꽃게 1키로를 사다가 탕을 끓였는데...

수산시장에서 사온 꽃게가 집에서도 살아있다.

꽃게의 등껍질을 분리하라는 마눌의 명령에 산채로 꽃게의 등껍질을 분리했다.

고무장갑을 낀 손으로 꽃게를 잡으니...  이놈이 무언가를 직감했는지 발버둥을 친다.

그런놈을 어금니 꽉 께물고 등껍질을 벗겨버렸다. 등껍질이 벗겨졌는데도 계속 버둥거린다.

나는 마음이 너무 괴로웠다. 나는 이토록 야만스러운 놈이었던가...

방에 들어와 있는데 ... 마눌의 목소리가 들린다.

"여보 꽃게가 뜨거운 물에서도 버둥거려" 등껍질이 없는 꽃게가 뜨거운 물에서 버둥거린다는

것이다. 마눌은 꽃게를 죽이는 것에 아무런 감정이 없는 듯했다.

나는 먹고 사는 문제에는 여자들이 더 독하다는 것을 실감했다. 머리속에는 꽃게라면 환장하는

딸네미에게 먹일 생각 뿐이리라.

낚시를 좋아하는 나는 사실 물고기 킬러이다. 허구헌날 물고기들을 죽인다.

붕어의 흙냄새를 없애려면 피를 제거해야 한다는 것을 최근에 알고 요사이는 붕어를

산채로 머리를 잘라버린다. 그러면 피가 깨끗하게 제거 되는 것이다. 붕어의 피를 완전히

제거하고 나면 신기하게도 요리에서 흙냄새가 나지 않는다. 그리고 최근에 안 중요한사실은

붕어가 보신탕과 같은 기능을 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요즈음 붕어를 자주 잡아먹는다.

개고기를 먹는 사람은 야만인 취급받지만 붕어먹는 사람은 그런 취급 안받아서 좋다.

그런데 문제는 붕어는 죽이기에는 너무 예쁘다는 것이다. 붕어의 맑은 눈을 쳐다보며 "미안해

금방 끝날 꺼야" 하면서 머리를 잘라버린다. 그런데 그러고 나면 너무나 마음이 괴롭다.

나이를 먹기시작하면서 마음이 약해져서인가 이제는 살생을 하는 것이 이상하게 부담이 된다.

그런데 마음에 드는 한가지 의문은 남이 살생한 고기를 먹는 것과 내가 직접 죽인 고기를

먹는 것은 어떠한 차이가 있는것 일까? 이다.

내손에 피 안묻히면 나는 살생의 죄에서 면책이 되는 것인지 ...

조금 혼란스럽다.

어찌되었건 나의 낚시 행각은 계속될 것이다. 다음주 수요일은 우럭과 광어를  잡으러 바다로 간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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