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사람 얼 (野人精神) 中

by 磨者 posted Jun 20,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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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堯)는 천하(天下)을 얻어 임금이 된 다음, 세상에서 자기의 다스림을 어찌 아나 알아보려고 한 번은
시골로 나갔다. 밭에서 노래를 부르며 일하는 농사꾼을 보고 슬쩍

"당신은 우리 나라 임금을 아시오?" 했다.

농부가 이 말을 듣고 거들떠보지도 않고 흙덩이만 깨뜨리며 하는 말이

"아, 내가 해 뜨면 나오구 해 지면 들어가구, 내 손으로 우물 파 물 마시구,
밭갈아 밥 먹구 사는데 임금이구 뭐구 상관이 뭐야?" 했다.


요는 속으로 '내가 나 있는 줄 모를 만큼 했으니 어지간히 하기는 했구나.
하면서도 아무래도 마음이 시원치가 못했다. 어디까지 백성(百姓)을 위하자는 마음이요,
가르치자는 생각이므로, 호강이나 세력을 부리자는 뜻은 없어 집을 지어도 백성보다 나은 것이 겨우
흙으로 싼 세 층계(層階)에서 더한 것이 없음을 자기도 스스로 알지만, 그래도 어쩐지 마음의 한구석에
불안이 있었다. 그래 사람을 영천 냇가에 보내어 거기서 농사를 짓고 있는, 전에 도(道)를 같이 닦던
시절(時節)의 친구인 소부(巢父), 허유(許由)에게 가서, 나와서 벼슬을 하고 같이 일을 하자고 권했다.
그랬더니 허유가 그 말을 듣고는

"에이 , 더러운 소리를 들었군." 하고, 그 영천수 흐르는 물에 귀를 씻었다.

소부가 송아지를 먹이면서 마침 송아지에게 물을 먹이려다가 그 모양을 보고,

"야, 그 물 더러워졌다. 그것 먹이면 내 송아지 더러워진다." 하고 끌고 위로 올라갔다.


장자(莊子)가 초(楚)나라엘 갔다가 어느 냇가에서 낚시질을 했더니,
그 나라의 임금이 듣고 신하를 보내어 예물을 잔뜩 가지고 와서 하는 말이

"우리 나라 임금이 선생님의 어지신 소문을 듣고, 꼭 오시어 우리 나라를 위해 일을 해 주시기를 청합니다."
했다.

장자 그 이야기를 듣고 하는 말이

"여기 제사 돼지가 있다. 그놈 살았을 때 진창 속에 뒹굴고 있지만, 제삿날이 오면 비단으로 입히고
정한 자리를 깔고 도마 위에 눕히고 칼을 들어 잡는다.
그때 돼지가 되어 생각한다면 그렇게 죽는 것이 좋겠느냐? 진창 속에서나마 살고 싶겠느냐?
또, 너희 나라 사당 안에 점치는 거북 껍질 있지? 그놈은 살았을 때 바닷가 감탕 속에 꼬리를 끌고 놀던 것인데,
한 번 잡힌즉 죽어 그 껍질을 미래(未來)를 점치는 신령(神靈)이라 하여 비단보로 싸서 장 안에 간직해 두게
되니, 거북이 되어 생각한다면 죽어서 그 영광을 받고 싶겠느냐? 감탕 속에 꼬리를 끌면서라도 살고 싶겠느냐?"
했다.

왔던 사신(使臣)의 대답이

"그야 물론 진창ㆍ감탕 속에서 뒹굴고 꼬리를 끌면서라도 살고 싶겠지요."

"그렇다면 가서 너희 임금보고 나도 감탕 속에 꼬리를 치고 싶다고 해라.
  천하(天下)니 임금질이니 그게 다 뭐라더냐?" 하고 장자는 물 위에 낚시를 휙 던졌다.


마케도니아의 한 절반 야만인(野蠻人)의 자식(子息)인 알렉산더는 천하를 정복(征服)할 적에 당시 문화의
동산인 그리이스를 말발굽 밑에 두루 짓밟았다. 오는 놈마다 말 앞에 무릎을 꿇었다.
들려 오는 소문에 디오게네스란 유명한 어진 이가 있다는 말을 들었다. 젊은 아이의 영웅심ㆍ자만심에 으레
제가 나를 보러 오겠거니 했다. 기다려도 기다려도 아니 왔다. 약도 올랐고 호기심도 일어나고 하여 그는 부하
(部下)를 데리고 디오게네스 있는 곳을 찾아 갔다. 가 보니 늙은이 하나가 몸에는 누더기를 입고, 머리는 언제
빗질을 햇는지 메도우사의 머리의 뱀처럼 흐트러졌는데, 바야흐로 나무통 옆에 앉아 볕을 쬐고 있었다.
이 나무통은 그의 소유의 전부인데, 낮에는 어디나 가고 싶은 데로 그것을 굴려 가지고 가고,
밤에는 그 안에 들어가 자는 것이었다. 디오게네스는 누가 왔거나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젊은 영웅은 화가 났다.

"너 알렉산더를 모르나?"

제 이름만 들으면 나는 새도 떨어지고, 울던 아기도 그치는 줄만 아는 알렉산더는 마음 속에 '저놈의 영감장이가
몰라 그렇지, 제가 정말 나인 줄 알면야 질겁을 해 벌떡 일어설 테지."하는 기대를 가지고 한 소리였다. 그러나
디오게네스는 놀라지도, 코를 찡긋도 않고, 기웃해 알렉산더를 물끄러미 보고 하는 말이

"너 디오게네스를 모르나?"

그리고는 목구멍에 침이 타 마르고 있는 젊은 정복자를 보고,

"비켜, 해 드는 데 그림자 져."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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