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궁금한 점이 많습니다.

by 가나 posted Jun 15,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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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대구에 살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상당히 보수적인 지역이지요. 그게 나쁘다고 말하지는 않겠습니다.
여기도 촛불집회가 있었습니다. 전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미국 쇠고기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에 동조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만, 2002년 월드컵 4강 때(8강이었나..), 홍대 근처에서 술을 마시다가 빨간 옷을 입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한무더기의 빨간옷 집단에게 길에서 떠밀린 이후로(전 파란 옷을 입고 있었지요.) 떼지어서 하는 것에 아주 강한 불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원래 사람이라는 것이 떼를 지으면 이성이 마비되고, 게다가 '우리가 정의다'라고 확신까지 가지게 되면 더욱더 폭력적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새의 인터넷 테러를 봐도 그렇고 학생들이 내거는 피켓도 그렇고, 굉장히 원색적입니다. '국가의 주적' 하나 만들어놓고 신나게 다구리를 하는 것 같습니다. 하기는 그런 게 축제의 기원이라고 어디서 들은 것 같긴 합니다. (대통령이 희생양이라는 것은 아니지만, 공동의 적으로 자리매김한 것은 분명한 것 같네요.)

각설하고, 여기는 대구입니다. 그리고 저는 혁명투사가 될 생각이 없으니 사상무장 교육은 사양합니다.
제가 교과서에서 배운 바로는, 지킬 것이 많은 사람이 보수가 되고, 개혁을 바라는 사람이 진보가 된다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지킬 것이 아주 많은 사람이 보수가 되고, 중상층에서 배운 중류층 정도는 진보가 되며(자신의 이익과 반하면 언제든지 자리를 바꿔 앉을 가능성이 있습니다만. 이 계층에서 진보나 보수는 총체적인 위치를 점유하는 것이 아니라 사안에 따라 유동적일 수 있는 개념에 불과한 것 같습니다.), 경제적으로 중하층에서는 오히려 골수 보수가 됩니다.

그리고 저희 아버지는, 가정형편도 어려웠고 학식도 낮은 분입니다만, 확실히 보수입니다. 이성적인 이유가 아니라, 감정적으로 보수입니다. 저는 그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하층 노동자이니까(살림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지만;;) 노동자끼리 뭉치는 것이, 상류층의 부를 분배하여 가지는 것이 아버지에게 유리합니다. 그런데 민노당을 매우매우 싫어하십니다. 반미도 싫어하십니다.(촛불집회를 반미라고 생각하심. 뭐, 아주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요. 원래도 마음에 안들었는데 미운 짓을 하니 이 기회에 매를 세게 때리고 싶은 거 아닙니까. 그런 분들 꽤 많을 겁니다. 어느 방향으로 가든 아픈 것은 한국일 테지만.)
어제 잡지를 읽는데, 미국 흑인 후보(이름이 뭐더라)의 제일 반대 세력은 미국의 하층 노동자라고 하더군요. 그들이 확실히 보수이고, 인종차별의 강도가 세다면서요.
며칠전에는 베트남참전용사단?이 가스통을 지고 방송국에 시위하러 갔다면서요.
왜 가난하고 못배운 사람들이 보수의 행동대장이 되는 걸까요.

대다수 인간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움직이는 게 맞을 것입니다. 아무리 못배운 사람이라도 셈은 할 줄 압니다. 틀림없이 그분들이 그 자리에 있을 수 밖에 없는, 그분들께 이득이 되는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개인적인 주장이 아닌, 비정의적인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대구는, 국사교과서에 따르면 신라시대부터 보수적인 지역이었습니다. 충청도에는 가보지 않았지만, 조선시대에도 서울경기는 진보가 되고 영호남은 보수가 됩니다. 뭐, 농경시대에야 평야를 기반으로 경제력을 축적할 수 있었겠습니다만, 지금의 대구 경기는 참 한심하답니다. 발전을 할 건덕지가 없어요. 찜통에서 나온 호빵처럼 서서히 쪼그라들고 있지요. 그러니 낙동강운하라도 하자고 발벗고 나서는 거지요. 환경을 생각하면 운하를 하면 안되지만, 그럼 삽질경제 아닌 뭘로 경제를 붕 띄워 보겠느냐 하면 답이 없으니까요. 제가 시장이라도 골치아플 거에요. 뭔가 하긴 해야 잘한다는 말을 들을 텐데.

냉정하게 따지자면 도시의 쇠퇴를 그냥 관망해야 하겠지만, 저도 대구 시민인지라 어떻게 하면 대구가 타 도시와 발맞추어 그럭저럭 평균치의 발전을 할 수 있을까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전체적인 인구가 주는 것보다, 고급인재가 유출되는 것이 더욱더 큰 문제인데, 뭐 어디나 그렇겠지만 고급인재는 돈을 따라 가니까요.
지금의 보수적인 분위기를 쇄신하고 개혁에 친화적인 마인드를 가지면 좋지 않을까 라고 생각을 하다가(불가능하겠지만. 신라시대부터의 전통이라니까요. ㅋㅋ), 이런저런 잡생각이 더해져서 이렇게 장문의 글을 쓰게 되었네요. (아, 위의 개혁이 파이의 분배를 따지는 시각의 개혁은 아닙니다. 개혁과 진보와 좌파는 같이 쓰자니 다른 점이 많네요.)

이생각 저생각 많은데 답이 없네요. 공무원 면접 준비중이라서. 뭔가 대구를 위한 비책이 제 머리속에 나와주면 좋을 텐데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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