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을 우리와 함께 살던 거북이가....

by 아이모레스 posted May 28,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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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 죽었다... ㅠ.ㅠ 녀석은 강아지처럼 이쁜 짓을 한적도 한번 없었지만... 다리를 들고서는 아무데나 영역표시를 하는 바람에  마루바닥이 들고 일어나게 하는 미운 짓도 하지 않던 놈인데... 그저... 늘 있는듯 없는 듯... 근데... 막상 오늘 녀석을 집 앞에 있는 Luz공원 바나나 나무 밑에 파묻고 오면서는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아직 우리집 아이들이 엄마 아빠를 따라 바캉스를 다니는 걸 무지 좋아라 했을 때였으니까... 내가 그 녀석을 젤 첨 만난 게 지금부터 한 20년쯤 된 일이다... 그날... 나는 아르헨티나의 빰빠스의 남쪽 끝자락쯤 되는 사반나 지역을 자동차를 타고 달리고 있었는데... 아르헨티나 남쪽지방은 워낙 사람들이라곤 별로 살고있지 않았고 밤이고 낮이고 할 것 없이 들짐승과 파충류들의 천국이 되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었으니까... 길가에서 거북이를 만난들 놀랄 것도 없었다...

자동차가 별로 다니지 않고... 곧을대로 곧은 아스팔트 길 위에서는... 별로 크지않은 것이 맨 눈으로도 마치 망원경으로 보는 것처럼 눈에 잘 띈다는 건  누구라도 그런 길을 몇시간쯤 달려보면 어렵지않게 알 수 있는 일이고... 그날 내 시야에 보이는 아스팔트 위에는 자동차라곤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었을테구...

멀리 아스팔트 위로 나의 시야가 겨우 닿기 시작하는 거리에... 뭔가 가물가물 보이기 시작했으니 경험적으로 5km쯤?? 아무리 멀리 있었어도 첫눈에도 그건 자동차는 아니었고... 시간 상으로도 밤 새 자동차에 치어죽은 들토끼는 아니라는 것도 금방 알 수 있었다... 왜냐하면... 밤 사이 자동차의 헤드라이트를 보고 마구 돌진해서 자동차에 치어죽은  토끼들은 대체로 이른 새벽 동이 트기 시작해서 한시간 이내에 독수리나 들짐승들이 말끔하게 청소를 해버리니까... ^^

하지만... 그 녀석이 땅거북이란 것을 안 것은... 자동차가 그녀석을 지나치는 순간!!!!  "와~아 거북이다~~~"  라구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을테구... 우리 아이들은 방금 전까지 목이 잘려 죽은 토끼를 보고 놀래있었던 터라... 살아있는 거북이를 본 순간 머리가 잘려나간 토끼는 잊어버렸을게다... 그러니 내가 소리를 좀 친들 손해 볼 것도 없었을테고... ^^ 나는 급히 자동차 브레이크를 잡구서두 이삼백미터나 더 지나치고서야 자동차를 멈출 수 있었다.... 자동차를 돌려 엉금엉금 기어가던 녀석을 잡아 들어올렸을 때... 그 녀석이 얼마나 놀랐으면  쉬~~이를 하고 말았을까??^^

몇년 후에... 우리 작은 누님이 나와 비슷한 경우로 숫놈 한마리를 줏어와 우리한테 입양시킨 다음에야... 그동안 내가 기르고있던 거북이가 암놈인 줄 알게 되었다...^^  내가 그걸  어찌 알아냈는지 자세히 설명하려면?? ㅋㅋㅋ... 내 얼굴이 뜨거워질 것 같으니 생략하겠음...^^  

아무튼... 그 녀석들의 거사(?)는 더운 여름일수록 한층 더 바쁘게 치르는 편이었고...^^ 더운 여름이 끝나갈 즈음엔 달걀처럼 타원형 모양이 아니라... 탁구공같이 아주 동그란 알을 서너개쯤 낳곤 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대부분의 거북이 알들은 우리 강아지의 눈에 먼저 띄곤했고... 그러면 그들의 먹이가 되곤 했다...^^  하지만... 어쩌다가 운 좋게 강아지들보다 내 눈에 빨리 띈 적도 있었지만... 결국 부화시키적이 한번도 없었으니... 우리 강아지들을 너무 탓할 필요는 없겠다.....^^

거북이도 우리 아이들처럼 입이 상당히 짧다는 것을 알게되었는데...... 하지만... 우리가 주는 야채 중에서 오이를 가장 좋아한다는 것을 내가 알게 된 것이... 어쩌면 그녀석한테는 가장 불행한 일이 아니었을까 싶다...^^  왜냐하면... 녀석은 그 이후로 죽으나 사나  주구장창 오이만을 먹고 살아야 했으니까... ㅠ.ㅠ  난... 녀석이 좋아하는 거 먹인다고... 오이철이 아닌 때도... 그 비싼 걸 하루도 걸르지 않고 먹였던건데... 이렇게 그녀석을 보내고나서야... 좀 골고루 먹일 걸 하는 마음이 든다...ㅠ.ㅠ  

아르헨티나나 쌍파울로는 영하로는 거의 떨어지지 않으니까... 겨울같지도 않은 겨울이었지만... 그래도 계절상 겨울이 되면 꼬박 몇개월씩 동면을 취하는 게 첨엔 참 신기했었다... 동면 중엔 라면 박스에 넣어 마당 한 귀퉁이에 넣어두면 그만이었으니 한참동안 잊고 살다보면??  녀석은 영락없이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냈고... 그럼 봄이 된 줄 알았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을지도...^^ 그만큼 초창기 이민 생활이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

아르헨티나서 브라질로 삼민 올 때도... (두번째 이민을 흔히들 삼민이라고 함^^)  녀석을 자동차에 태워 2700km를 함께 올만큼 예쁜 놈이었는데......  그동안 우리 아이들은 키도 마음도 훌쩍 커버렸고... 거북이도 자라는 게 크게 눈에 띄지는 않았지만... 작은 냄비뚜껑만 하던 녀석이 작은 솥뚜껑만은 해졌을게다...^^ 그리고... 나도 이젠 제법 삼민 생활이 자리를 잡혔고... 이젠 녀석의 부스럭 소리를 듣구서야 봄이 온 줄 깨닫지 않아도 될만큼 넉넉해졌는데.....

그렇게... 나와 스므해동안 이,삼민생활을 함께 하던 녀석이... 오늘... 나를 두고 아주 먼 곳으로 떠나버리고 말았다.......



(사진 설명) 첨부한 사진은 녀석을 묻으러 가기 전... 장독 뚜껑 위에 올려놓고 찍었음... 이젠 다시 태어나면... 오이는 그만 먹구,  밥 먹구 사는 놈으로 태어나길 바라는 맘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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