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을 마치고.

by 차차 posted Aug 31,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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兵可百年不用 : 군대는 백년동안 쓸일이 없을지 몰라도.

不可一日不備 : 단 하루라도 갖추지 아니할 수 없사옵니다.



율곡 이이가 임진왜란 10년전에 10만 양병을 주장하며 남긴 말이다.

평화주의자라도, 아니 평화를 사랑한다면 절대로 없어서는 안되는것이 아이러니 하게도 이 무력이라는 것이다.



혹자는 군대 2년 시쳇말로 뺑이치다가 나온다고 하지만. 아니, 나 또한 대한민국에 태어난 죄로 어쩔 수 없이 끌려갔다 오는거라고 눈 딱 감고 2년만 참자고. 그렇게 맘 먹고 간 군대이지만. 입대한지 1년 반이 지나고, 현역으로 참가하는 마지막 훈련을 마치고 나니 예전과는 사뭇 다른 감개무량함 같은 것이 생기는 것이다.



내가 이렇게 보낸 하루 하루가 비록 작고 하찮아 보여도 내 나라의 평화를 유지하는데 꼭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을 이번 훈련을 통해서 하게 된것 같다. 하는 일이 통역이고, 있는 부서가 연합사사령부이다 보니 전쟁이 어떻게 일어나고, 어떤 양상으로 진행되고, 그 피해가 얼마나 어마어마한지 직접 수치 데이타로 시시각각 느낄수가 있다. 그런 경험을 통해서 지금 우리가 누리는 평화가 얼마나 소중한지 너무나도 새록새록 와 닿는 것이다. 그리고 그 평화를 지키기 위해 밤낮없이 구슬땀 흘리는 한측 미측 장교들의 철저한 직업정신과 전문가적인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면 평화는 정말 공짜로 얻어지는게 아니라는 사실에 자연 마음이 숙연해 진다. 장교들의 노력 뿐만 아니라 그보다 더 나에게 크게 와 닿는것은 나와 같은 병의 신분으로서 지금 전방 GP에서 땀흘리고 있을 전우들, 후방 이름모를 해안초소에서 밤새고 있을 스물 몇살짜리 새파란 청춘들의 그 한 시간 한 시간이 그렇게 크고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하물며 서해바다에서, 전방 철책선 어딘가에서 총탄에 스러져간 그 앞길이 구만리 같은 젊은 목숨들, 그 한명 한명의 삶과 희생이 지니는 무게야 더 말해 무엇하랴.



국방의 의무가 신성한 이유. 그 까닭은 군대 안가본 사람들은 절대 알수가 없다. 왜냐하면 평화가 얼마나 소중한지 느껴보지 못했기 때문이고, 그 평화를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하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고, 또 자기가 그것을 위해 헌신해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방의 의무는 신성하며, 그것은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생명체를 지키는 소중한 방패다. 끌려갈땐 가기싫다고 징징대던 철부지 어린애라도, 자신의 소중한 부분을 바쳐 한명의 장정으로 제몫을 하고 제대해본 사람은 안다. 아무리 좃뺑이 치다 왔다고, 대한민국 좃같다고 입으로는 말하고 다닐지 몰라도 다들 마음속으로는 안다. 그 희생이 얼마나 값진것인지를. 대한민국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나는 전역하면 그 누구에게라도 자랑스럽게 말하리라.



나는 내 손으로 내 나라를 지켰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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