넋두리라 하기엔 좀 길고.. ㅋㅋ

by 오래살사람 posted Jul 08,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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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모처럼 열받은 하루였습니다.
제가 필요이상으로 긍정적이고 낙천적인데다 무디기까지 한 인간이라그리 스트레스 받는 일이 없는데
오늘은 살짝 열이 받았네요.

사람은 다 다르지요.
그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똑같이 생긴 사람이 한 사람도 없듯이 마음 또한 다 다르지요.

우리 반에는 학기초 무단결석을 자주하던 학생이 한명 있었습니다.  
어떻게 3학년에 올라왔는지 신기할 정도였죠.

학기초 그놈아를 불러다가 이야길 했었는데 결손가정이었죠.
마.. 느보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잘하는 아그들 많다. 나는 느 작년담임처럼 좋은 성격 아니다.
너 붙잡아서 학교에 앉혀 놓든지.. 아니면 다시는 학교에 발도 못 들여놓게 하든지 둘 중 하나다.
다 너한테 달렸고 이런 출석율로 졸업할 생각 마라.. 했죠.

그뒤로도 몇 번을 결석을 하길래 전화로 학부형께 내일부터 제가 집앞으로 데리러 가겠으니
출근(6시반에 출근하신다더군요)하시기 전에 꼭 제 손에 아이를 넘겨주고 가세요.
한달만 그렇게 해보고 그래도 안되면 그땐.. 그때가서 생각해보죠..
했는데 한번만 지켜봐주라고 하시더니 희한하게도 그때 이후론 아이가 학교에 잘 나오는 것이었어요.
새로 생긴 남자친구가 옆에서 잘 잡아주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렇게 4,5월까지 잘 버티던 아이가 5월 말부터 슬쩍 결석을 한번 하더군요. 아팠다고 합니다.
아파도 전화는 할 수 있었다. 다음에 또 이러면 그땐 사고로 처리하겠다 하며 질병처리를 했는데
좀 지나고 또 무단결석,,
그땐 잘한다잘한다 해서 취업원서까지 낸 상태였는데 제가 빠꾸(?)시켰습니다.
제가 그렇게까지 나올 줄 몰랐었는지 펑펑 울면서 갔었죠.

그뒤로 한달 후인 6월 말에 또 한번 무단결석..
그래서 이땐 '노력하고 있다 많이 좋아졌다' 하면서 그냥 넘어갔는데
그뒤로 일주일인 어제 또한번 무단결석을 한 겁니다.

오늘 방과 후에 야. 우리 사이는 늘 니가 망치는 거 같지 않나? 했더니 끄덕끄덕거립니다.
저도 오늘따라 힘이 빠져서 그냥 교실 싹 한번 청소하고 운동장 뛰고 가라 했는데
복받쳐 뛰쳐나가더니 그대로 도망갔습니다.

2년차 교사의 여유(?)라고 하면 우스울까요?.. 도망갔나 보다.. 했죠.(작년 같았으면 열이 펄펄 끓었을 텐데요.. -0-;)
근데 아까 저녁을 먹는데 전화가 와서 받아보니 아이 어머니더군요.
애가 울면서 전화를 했더랍니다.
그런 적이 없는데 무슨 일이 있었나 해서..전화하셨대요.
어제 무단결석을 했는데 이러저러해서 그러그러했는데 도망갔더라구요. 근데 뭐 땜에 울면서 전화드렸는지는 저도 모르겠네요?
그랬더니 하시는 말씀이 똑같이 결석한 아이가 있는데 우리 딸만 벌을 줬다는 겁니다.
어머니,, 그 친구는 아프다고 전화를 했었고, **는 무단이구요.
그래도 같이 결석했는데 똑같이 벌을 줘야죠. 선생님이 차별하는 거 같으니까 애가 한번도 그런 적이 없는데 울면서 전화를 하는 거잖아요.
어머니 그게 어떻게 같아요?
그래도 똑같이 결석이잖아요~
-0-;;

아니.. 그게 정말 똑같은 결석입니까?

아 무슨 언성 높이시는데 진짜 순식간에 천하의 몹쓸 교사로 만들고..
어머니 안되겠어요. 지금 이렇게 전화로 통화하면 자꾸 어머니랑 감정만 안 좋아지고
학교로 한번 오세요. 더 얘기하면 안될 것 같거든요?
했더니 지방에 계셔서 못 오신답니다-0-
결론이 뭐냐고 물어보았더니
똑같이 결석했으면 똑같이 불러다가 벌 주고 얘기하라는 거죠..
제가 볼 땐 그건 똑같은 결석이 아니라니까요?
자꾸 차별 운운하셔서 막판엔 너무 열받아서 어머니 그말은 진짜 저한테 지금 실례하시는 거에요? 했더니
살짝 물러서시면서
제가 원래 이렇게 오버할 생각이 아니었고 자격도 없는 사람인데 우리 딸 잘 봐달라고 전화한 거에요..
(어머니 덕분에 오만정이 다 떨어지는데..-_-)

이런 영양가 없는 이야기만 잔뜩 하다 그쪽 핸드폰 배터리가 나갔는지 끊어져서 쫑났습니다.

이런 사건들은 정말 기운이 쪽 빠지게 해요.
저 1년반이나 지났음에도 아직도 모르겠어요...진짜로요.
출결을 잡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조차도 잘 모르겠어요.
근데 출결이 안 좋으면 정말 모든 생활이 흐트러져요.
그리고 저 성격이 뭐같아서 흐지부지한 거 못 참거든요.(급한 성격은 좀 고쳐야 되는 부분이긴 해요)
아이들한테도 늘 그래요.
노력하는 건 무척 아름다운 일이지만 노력한 결과가 어떤지도 중요하다구요.

출결로 취업 및 진학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걸 보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출결을 잡아줘야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우리 아이들 중 출결 안 좋은 애들은 좀 안 좋아야죠..)
이런 일은 정말 그런 제 신념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습니다.
내가 무엇을 위해 이런 엄한 소리까지 들어가며 그 난리를 치고 있능가..

으아 정말 누가 이런 것 좀 가르쳐줬으면 좋겠어요.
요즘 애들은 애들 같지 않다고 해도
너무 예민하고 소녀 같은 꽃송이들이 많아서 무딘 제가 다루기에 무리가 많아요.

아 기운 빠져요.
저한테 무슨 말이든 좀 해주세요 ㅠㅠ

(이글은 나중에 지울께요..넋두리에요 그냥.. -0- 에고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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