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꽃밭 / 김윤한

by 1000식 posted Mar 31,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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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친구 김윤한 시인의 '찔레꽃밭'이라는시입니다.
시동인지 글밭 2004년호에 실렸던 작품.

봄에 돋아나는 찔레 순을 꺽어서 먹어보셨는지.
파릇한 싹은 그런대로 먹을 만했고, 땅에서 바로 올라오는 볼그레한 싹은 쌉쌀한 맛이 다소 강하지만 이 조차도 먹어보려고 더러는 가시에 찔리기도.
먹을 게 없던 시절 봄이면 밭둑에 돋아난 쑥, 냉이, 달래로 허기를 달랬는데 이것도 무슨 추억이라고 이제는 그립기도 하군요.

이 친구는 작년 이맘 때 부친상을 당했는데 돌아가신 아버님을 생각하며 어릴 때의 기억을 더듬어 쓴 이 시가 옛 추억을 상기시키는군요.
음악을 들으면서 감상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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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레꽃밭 / 김윤한

      

뒷산 뻐꾸기 무심히 울어댔다.

허기 잔자갈로 곱게 짓누르며  찔레꽃 무표정하게 피어났다.

양푼에 깜둥 보리밥 고추장 팍팍 비벼먹고 놀기에 바쁜 사이

아버지 어머닌 목젖 길게 늘이고 보리개떡을 먹었다.

흐릿한 호롱불, 어머닌 언제나 구멍 난 런닝구를 꿰맸고

우린 열심히 동화책을 읽었지만 밤은 늘 그렇게 지겨웠다.

꽃순 꺾어 먹으며 봄날을 보냈다.

가시에 찔리면 피가 잘 멎지 않았다.

공장으로 떠난 누나가 덩굴 위로 어른거렸다.

꽃밭 속에서 눈이 동그란 뱀 한 마리가 우릴 노려보고 있었다.

검둥 고무신 벗어 쥐고 냅다 달렸다.

장에 가신 아버지 늦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마중 가는 길섶에는 동화 속 풍경처럼 꽃들 피어 있었다.

고향 생각 날 적마다 꽃잎 쌉쌀한 맛, 뒤란의 찔레꽃 그늘,

슬프도록 빠알간 열매가 다시 생각나곤 했다.

'處士安東金公之柩'

아버지 관 위로 한 삽 흙이 무겁게 뿌려졌다.

남매들 흐느낌 사이로 윙윙거리며 벌들 지나다녔다.

오랫동안 잊혀졌던 꽃향내 다시 코끝으로 달려들어 왔다.

무덤 옆은 찔레 꽃 온통 눈부시게 흐드러진 꽃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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