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7.18 14:26
기다린 보람이 있다는 것
(*.145.237.177) 조회 수 3209 댓글 4
고전 영화 "셰인"의 한 장면, 독립기념일 축제날, 준비가 다 된 마차에 두 남자가 올라타고 있다. 스타렛의 부인인 마리안을 기다리는 것이다. 한참끝에 마리안이 폭이 넓은 드레스를 살짝 걷어들고 활짝 웃으면서 걸어나와서는 오래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는 식의 인사를 센스있게 건낸다. 스타렛은 옆자리의 셰인을 돌아보면서 자랑스럽게 말한다. 내 말을 들으라구. 기다린 보람이 있는 여자랑 결혼하라구.
글쎄, 그 파티 드레스가 웨딩드레스를 한땀한땀 수선해서 다시 입은건지 아니면 마리안의 등장장면에 스타렛이 자랑스러운 만큼 셰인도 남몰래 가슴이 설레었는지는 자세히 기억나지 않지만. 기다린 보람이 있는 여자랑 결혼하라구. 하는 대사만큼은 지금도 그 발음까지 또렷하게 기억이 난다.
나는 내가 누군가를 기다리는데 참으로 관대하다. 이삼십분 늦는것쯤이야 아예 감지 불능, 두시간 세시간정도 기다린 것은 그저 웃어버리고 하루종일도 기다려보기도 했다. 물론 기다리는 시간동안 혼자서도 할 놀이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그만큼이나 내가 많은 친구들을, 많은 사람들을 기다리게 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나는 약속시간에 제대로 닿는 법이 없었고 다음번엔 늦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도 또 늦고 또 늦었다. 미안해 내가 밥 맛난것 살게, 라든가 이거 챙긴다구 늦었어 이러면서 생뚱맞은 선물을 건내는 것도 한두번. 그들은 어쩌겠어, 내가 기다려야지 하는 자포자기의 상태로 이르던가, 본인이 화를 내지 않기 위해 아예 말을 하지 않거나, 내 버릇을 고쳐보겠다고 성질을 피우다가 그보다 더한 내 성깔에 그저 입을 다물거나 했다.
그리고, 그런 일상적인 것 말고도.. 내가 기다리게 한 많은 것들..
신중함이 아니라 사실은 옹졸하고 용기없었던 것.. 사실은 두려웠던 것.. 해야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하지 못한 것.. 미루어두고 합리화했던 것.. 이 모든 것들에게 사람에 세상에 나에게 용서를 구한다.
기다린 보람이 있다는 것, 그 기다린 보람이란 결국 사랑이다.
그 친구에 대한 애정이 기다림의 시간을 무색하게 만들어버리고 화를 낼 것도 거두어들이게 만들며 다시 손잡고 같은 방향을 향해 걸어나가도록 만들어버린다.
어쨌든 기운내야만한다.
우리 인생, 다시는 오지 않을 그 어떤 순간에, "정말 당신을 기다린 보람이 있군" 이란 말을 들을 수 있도록.
참고문헌 : 으니(2004,c) 누군가를 기다릴 때 혼자서 할 수 있는 놀이
글쎄, 그 파티 드레스가 웨딩드레스를 한땀한땀 수선해서 다시 입은건지 아니면 마리안의 등장장면에 스타렛이 자랑스러운 만큼 셰인도 남몰래 가슴이 설레었는지는 자세히 기억나지 않지만. 기다린 보람이 있는 여자랑 결혼하라구. 하는 대사만큼은 지금도 그 발음까지 또렷하게 기억이 난다.
나는 내가 누군가를 기다리는데 참으로 관대하다. 이삼십분 늦는것쯤이야 아예 감지 불능, 두시간 세시간정도 기다린 것은 그저 웃어버리고 하루종일도 기다려보기도 했다. 물론 기다리는 시간동안 혼자서도 할 놀이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그만큼이나 내가 많은 친구들을, 많은 사람들을 기다리게 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나는 약속시간에 제대로 닿는 법이 없었고 다음번엔 늦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도 또 늦고 또 늦었다. 미안해 내가 밥 맛난것 살게, 라든가 이거 챙긴다구 늦었어 이러면서 생뚱맞은 선물을 건내는 것도 한두번. 그들은 어쩌겠어, 내가 기다려야지 하는 자포자기의 상태로 이르던가, 본인이 화를 내지 않기 위해 아예 말을 하지 않거나, 내 버릇을 고쳐보겠다고 성질을 피우다가 그보다 더한 내 성깔에 그저 입을 다물거나 했다.
그리고, 그런 일상적인 것 말고도.. 내가 기다리게 한 많은 것들..
신중함이 아니라 사실은 옹졸하고 용기없었던 것.. 사실은 두려웠던 것.. 해야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하지 못한 것.. 미루어두고 합리화했던 것.. 이 모든 것들에게 사람에 세상에 나에게 용서를 구한다.
기다린 보람이 있다는 것, 그 기다린 보람이란 결국 사랑이다.
그 친구에 대한 애정이 기다림의 시간을 무색하게 만들어버리고 화를 낼 것도 거두어들이게 만들며 다시 손잡고 같은 방향을 향해 걸어나가도록 만들어버린다.
어쨌든 기운내야만한다.
우리 인생, 다시는 오지 않을 그 어떤 순간에, "정말 당신을 기다린 보람이 있군" 이란 말을 들을 수 있도록.
참고문헌 : 으니(2004,c) 누군가를 기다릴 때 혼자서 할 수 있는 놀이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6538 | 한국인 조상은 동남아시아인 2 | 동남아 | 2014.05.17 | 3940 |
6537 | 영리병원의 숨은 타락한 자본주의의 그림자를 제대로 보아야 5 | 마스티븐 | 2014.05.17 | 5242 |
6536 | 개의 공격으로부터 아이를 구한 고양이 9 | 꽁생원 | 2014.05.16 | 4668 |
6535 | 브이 포 벤데타 1 | 콩쥐 | 2014.05.16 | 5073 |
6534 | 영리병원의 숨은 타락한 자본주의의 그림자를 제대로 보아야 4 | 마스티븐 | 2014.05.16 | 5346 |
6533 | 곰곰히 생각해보니 | 지각 | 2014.05.16 | 2722 |
6532 | 어느 KBS 기자의 양심 | 양심선언 | 2014.05.15 | 4792 |
6531 | 바른언론 목록 1 | 구별 | 2014.05.15 | 5052 |
6530 | 세월호 사건은 처음이 아니었다. | 기사 | 2014.05.15 | 5173 |
6529 | "기사" = " 성찰" | 반사 | 2014.05.14 | 2632 |
6528 | 부패지수 높은 나라에서 벌어지는 현상 | 기사 | 2014.05.14 | 5761 |
6527 | 사고공화국 | 기사 | 2014.05.14 | 3194 |
6526 | 전세계 울린 다섯살 꼬마와 오빠의 그림 | 기사 | 2014.05.14 | 3235 |
6525 | 언딘 "손 떼겠다." | 그렇군요 | 2014.05.13 | 3955 |
6524 | 이제부터 시작이다 1 | 기사 | 2014.05.13 | 7100 |
6523 |
강화도 용흥궁 공원
![]() |
콩쥐 | 2014.05.12 | 4644 |
6522 | 세월호 구조의 미스터리 1 | 기사 | 2014.05.12 | 4239 |
6521 | 대학생들의 슬픈 시위 1 | 기사 | 2014.05.12 | 4497 |
6520 |
그림 11
![]() |
훈 | 2014.05.10 | 3975 |
6519 | 한국 부패지수 | 기사 | 2014.05.10 | 4311 |
6518 | 신성국신부의 역사읽기 2 | 역사 | 2014.05.09 | 5629 |
6517 | 학부모님의 의견 1 | 학부모 | 2014.05.09 | 3767 |
6516 | 미국에서 바라본 한반도 모습 | 기사 | 2014.05.09 | 4255 |
6515 |
그림 10
1 ![]() |
훈 | 2014.05.09 | 4605 |
6514 | 여객선 침몰 72시간의 기록 | 기사 | 2014.05.08 | 3134 |
6513 | 사이비종교 비판검토 사이트 4 | 콩쥐 | 2014.05.07 | 4554 |
6512 | 이게 나라냐 | 기사 | 2014.05.07 | 5567 |
6511 | 과학적인 추론 몇가지 (수정) | 기사 | 2014.05.06 | 4712 |
6510 | 알바활동 재개 4 | 이런 | 2014.05.05 | 4294 |
6509 | 어린학생들이 대통령에게 1 | 기사 | 2014.05.04 | 5284 |
6508 | 정곡을 찌르는 얘기 | 기사 | 2014.05.03 | 3332 |
6507 | 음악계의 비리관행떄문에 음악을 그만둔 분이 들려주는 이야기 | 기사 | 2014.05.02 | 4377 |
6506 |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 아직도 | 2014.05.02 | 5412 |
6505 | 최소 200명이상 더 살렸을 수 있었다. 1 | 기사 | 2014.05.02 | 5041 |
6504 | 부끄럽고 더러운세상... 6 | 나그네 | 2014.05.01 | 4324 |
6503 | 돈지랄 ... | 칸타빌레 | 2014.05.01 | 4138 |
6502 | 세월호 참사, MB때 잉태...박근혜정부서 터졌다 | 기사 | 2014.05.01 | 5333 |
6501 | 이 나라에 세금내며 살고싶지 않다. 2 | 기사 | 2014.04.30 | 5208 |
6500 | 한국 해경과 이태리 해경 대응차이 | 기사 | 2014.04.30 | 3776 |
6499 | 유가족 공식 입장 발표 | 기사 | 2014.04.30 | 5893 |
6498 | 사고첫날 구조작업 없었다 | 기사 | 2014.04.30 | 6169 |
6497 | 아이들이 찍은 두번째 영상 1 | 기사 | 2014.04.30 | 4564 |
6496 | 아픔을 나누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분노 표출' 대한민국은 치유불가에 가까운 중증의 사고 장애를 앓고 있는가 ? - 펌글 1 | 마스티븐 | 2014.04.30 | 3109 |
6495 | 세월호 학생들 대다수 구명조끼 못입었다. | 기사 | 2014.04.29 | 6008 |
6494 |
재즈맨님 ...책에 보니깐...
2 ![]() |
칸타빌레 | 2014.04.29 | 3884 |
6493 | 쫒겨난 화환 1 | 칸타빌레 | 2014.04.29 | 4577 |
6492 | 정부는 왜 미국헬기를 돌려보냈나? | 기사 | 2014.04.29 | 5070 |
6491 | [세월호 현장] 마지막까지 유가족 분노케 한 정부 | 기사 | 2014.04.29 | 4646 |
6490 | 예비군 특전잠수사의 절규 | 기사 | 2014.04.29 | 5067 |
6489 | 아베-세월호 참배 | 기사 | 2014.04.29 | 6191 |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