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9.20 14:49
학병 보내는 세기의 감격 [춘원 이광수]
(*.229.48.39) 조회 수 4666 댓글 4
이글은 일제시대 춘원 이광수가 우리의 청년들을 죽음의 사지로 내몰기 위해 쓴 글입니다.
지금의 파병문제와 관련하여 다시 한번 음미하여 봅니다. 우리는 더 이상 역사에 죄를 범하는
어리석음을 반복하지 않아야 합니다.
이광수-학병 보내는 세기의 감격
==============================
[축 입영(祝入營)]의 노보리<깃발처럼 내거는 형태의 물건/편자 주>깃발이 입영하는 학도의 집집 앞에 달려서 바람에 펄렁거립니다. 이 집에 용장한 남아가 있어서 나라를 지키러 나섰다는 표입니다. 동네사람들이 정성을 모아서 만들어 세운 것으로 거기는 깊은 감사와 축원이 있습니다.
이 나라 어느 집에 [축 입영] 노보리가 아니 날리는 집이 있으리까. 금년부터는 징병이 되니 동네마다 이 노보리가 나부낄 것입니다. [축 입영]의 노보리, 그 다음에는 [축 출정(祝出征)]의 노보리. 이 전쟁이 끝나는 날에는 [축 개선(祝凱旋)]의 노보리가 방방곡곡에 펄펄 날릴 것입니다.
입영 노보리, 출정 노보리는 개선 노보리의 준비입니다.
초가집에나 기와집에나, 서울에나 시골에나, 귀족의 집에나 평민의 집에나 이 노보리는 평등입니다. 이 나라 어느 집에 입영 노보리, 출정 노보리 아니 날린 집이 있으리까. 이 노보리야말로 황국시민의 표요, 자랑이요, 영광입니다.
[으아]하고 사내아이가 나면 그는 입영, 출정, 개선의 노보리 셋을 마련하여 가지고 나는 것입니다. 높으신 황족께서도 입영하시고 출정하십니다.
우리 임금님의 친아우님 되시는 미가사노미야 전하께서도 지나전선에 출정하시고 돌아오셨습니다.
소화 십 삼년 조선에 지원병제도가 생긴 때로부터 조선사람들의 집 문전에 노보리가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지원병의 노보리가 조선의 바람에 기운차게 펄렁거렸으나 그것은 너무나 수효가 적었습니다. 이번에는 한꺼번에 수많은 노보리가 일시에 펄렁거리게 되었고 또 해군에 입단(入團)하는 노보리도 여러천이 나부끼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다 집집에 노보리가 펄렁거리게 될 앞잡이였습니다. 금년, 명년부터는 여러 십만 노보리가 초가집에, 기와집에 나부끼게 될 것입니다. 조선 오백만 호 어느 집에는 노보리가 안서오리까. 이노보리를 싸두고 싸두시오. 이 노보리가 쌓이고 쌓이어 나라의 힘이 되고 영광이 되는 것입니다.
입영, 출정 노보리 없는 집 자손이 어디 있으리잇까. 그것이 없고야 어떻게 고개를 들고 행세를 하리잇까. 그와 마찬가지로 입영, 출정 노보리 없는 집이 어디 있으리잇까.
한 집에 입영 노보리, 출정 노보리가 한꺼번에 둘 씩, 셋 씩 달리는 집도 있으리이다. 그 집에는 개선 노보리도 둘 씩, 셋 씩 달릴 것입니다. 참으로 번성하는 집입니다. 조선의 방방곡곡에는 둘, 셋 노보리가 달리는 집이 수수만만하게 되소서. 빌 것입니다.
아들이 없어서 노보리를 못보는 집, 아들이 있어도 몸이 약하여 못보는 집은 모두 가엾은 집입니다. 원컨대 이런 집은 하나도 없으소서. 비옵니다
원래 우리 조상은 의에 죽을지언정 불의에 살지 않는다는 것을 자랑을 삼았습니다. 신라에 화랑(花郞)들은 [사군이충(事君以忠), 임전무퇴(臨戰無退)](임금을 충성으로 섬기고 전장에 나아가 물러나지 않는다)를 주지로 수양하고 그대로 살았습니다. 오랫동안 우리는 못난 생활을 하여오더니 이제 다시 우리 조상적 보배를 뽐내게 되었습니다. 이번 입영하는 학도지원병은 반드시 용장 군인이 되어 일찍 고구려 조상들이 수당 백만 대병을 지리 밟아 버리듯이 미국과 영국을 두들겨부실 것입니다. 지금 학병의 집집에 날리는 깃발이 바로 그 깃발입니다.
노보리의 센닌바리(千人針, 출정군인의 무운장구를 빌기 위해 천명의 여자가 무명천에 붉은 실로 한땀씩 매듭을 뜬것/편자 주)와 아카다스키(입대할 때 엇매던 붉은 어깨띠/편자 주).요새 날마다 이것을 가진 학도지원병들이 작별인사로 찾아옵니다.
나는 현관에 끓어앉아서 그들을 맞고 그들을 보냅니다. 얼마나 귀한 사람들입니까. 얼마나 소중한 사람들입니까. 나라를 위하여 나를 위하여 내처지를 위하여 나가는 이들이 아닙니까.
사람들아, 가다가 입영이나 출정 노보리를 보거든 절하라. 그리고 개선 노보리를 준비하면서 그들의 무운장구를 빌고 총후의 봉공을 한층 더 힘쓰자. 증산에, 공출에, 방첩에, 정신진흥에.
지금의 파병문제와 관련하여 다시 한번 음미하여 봅니다. 우리는 더 이상 역사에 죄를 범하는
어리석음을 반복하지 않아야 합니다.
이광수-학병 보내는 세기의 감격
==============================
[축 입영(祝入營)]의 노보리<깃발처럼 내거는 형태의 물건/편자 주>깃발이 입영하는 학도의 집집 앞에 달려서 바람에 펄렁거립니다. 이 집에 용장한 남아가 있어서 나라를 지키러 나섰다는 표입니다. 동네사람들이 정성을 모아서 만들어 세운 것으로 거기는 깊은 감사와 축원이 있습니다.
이 나라 어느 집에 [축 입영] 노보리가 아니 날리는 집이 있으리까. 금년부터는 징병이 되니 동네마다 이 노보리가 나부낄 것입니다. [축 입영]의 노보리, 그 다음에는 [축 출정(祝出征)]의 노보리. 이 전쟁이 끝나는 날에는 [축 개선(祝凱旋)]의 노보리가 방방곡곡에 펄펄 날릴 것입니다.
입영 노보리, 출정 노보리는 개선 노보리의 준비입니다.
초가집에나 기와집에나, 서울에나 시골에나, 귀족의 집에나 평민의 집에나 이 노보리는 평등입니다. 이 나라 어느 집에 입영 노보리, 출정 노보리 아니 날린 집이 있으리까. 이 노보리야말로 황국시민의 표요, 자랑이요, 영광입니다.
[으아]하고 사내아이가 나면 그는 입영, 출정, 개선의 노보리 셋을 마련하여 가지고 나는 것입니다. 높으신 황족께서도 입영하시고 출정하십니다.
우리 임금님의 친아우님 되시는 미가사노미야 전하께서도 지나전선에 출정하시고 돌아오셨습니다.
소화 십 삼년 조선에 지원병제도가 생긴 때로부터 조선사람들의 집 문전에 노보리가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지원병의 노보리가 조선의 바람에 기운차게 펄렁거렸으나 그것은 너무나 수효가 적었습니다. 이번에는 한꺼번에 수많은 노보리가 일시에 펄렁거리게 되었고 또 해군에 입단(入團)하는 노보리도 여러천이 나부끼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다 집집에 노보리가 펄렁거리게 될 앞잡이였습니다. 금년, 명년부터는 여러 십만 노보리가 초가집에, 기와집에 나부끼게 될 것입니다. 조선 오백만 호 어느 집에는 노보리가 안서오리까. 이노보리를 싸두고 싸두시오. 이 노보리가 쌓이고 쌓이어 나라의 힘이 되고 영광이 되는 것입니다.
입영, 출정 노보리 없는 집 자손이 어디 있으리잇까. 그것이 없고야 어떻게 고개를 들고 행세를 하리잇까. 그와 마찬가지로 입영, 출정 노보리 없는 집이 어디 있으리잇까.
한 집에 입영 노보리, 출정 노보리가 한꺼번에 둘 씩, 셋 씩 달리는 집도 있으리이다. 그 집에는 개선 노보리도 둘 씩, 셋 씩 달릴 것입니다. 참으로 번성하는 집입니다. 조선의 방방곡곡에는 둘, 셋 노보리가 달리는 집이 수수만만하게 되소서. 빌 것입니다.
아들이 없어서 노보리를 못보는 집, 아들이 있어도 몸이 약하여 못보는 집은 모두 가엾은 집입니다. 원컨대 이런 집은 하나도 없으소서. 비옵니다
원래 우리 조상은 의에 죽을지언정 불의에 살지 않는다는 것을 자랑을 삼았습니다. 신라에 화랑(花郞)들은 [사군이충(事君以忠), 임전무퇴(臨戰無退)](임금을 충성으로 섬기고 전장에 나아가 물러나지 않는다)를 주지로 수양하고 그대로 살았습니다. 오랫동안 우리는 못난 생활을 하여오더니 이제 다시 우리 조상적 보배를 뽐내게 되었습니다. 이번 입영하는 학도지원병은 반드시 용장 군인이 되어 일찍 고구려 조상들이 수당 백만 대병을 지리 밟아 버리듯이 미국과 영국을 두들겨부실 것입니다. 지금 학병의 집집에 날리는 깃발이 바로 그 깃발입니다.
노보리의 센닌바리(千人針, 출정군인의 무운장구를 빌기 위해 천명의 여자가 무명천에 붉은 실로 한땀씩 매듭을 뜬것/편자 주)와 아카다스키(입대할 때 엇매던 붉은 어깨띠/편자 주).요새 날마다 이것을 가진 학도지원병들이 작별인사로 찾아옵니다.
나는 현관에 끓어앉아서 그들을 맞고 그들을 보냅니다. 얼마나 귀한 사람들입니까. 얼마나 소중한 사람들입니까. 나라를 위하여 나를 위하여 내처지를 위하여 나가는 이들이 아닙니까.
사람들아, 가다가 입영이나 출정 노보리를 보거든 절하라. 그리고 개선 노보리를 준비하면서 그들의 무운장구를 빌고 총후의 봉공을 한층 더 힘쓰자. 증산에, 공출에, 방첩에, 정신진흥에.
Comment '4'
-
어라...춘원 이광수 학교댕길때 시험에나온다고 밑줄치면서 배운사람같은데....이런종류의 인간이었다니..
-
춘원 이광수를 중요하게생각하고 시험출제까지 하던분들이 누구였을까?
-
설마 노동자나 어부는 아니었겠죠?
-
친일파들도 딴엔 나라위한 일이라고 변명했었죠. 지금 파병하든 안하든 그에 걸맞는 그럴싸한 명분도 갖지 못한 채 정세읽기가 안되는 정부가 답답한 것이야 온국민이 마찬가지일거예요 ㅠㅠ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7192 | 충고에 토달기.. (조금 수정) 6 | 으니 | 2003.08.28 | 4225 |
7191 | [퍼옴] 이런 귀한 글이 있었다니.. 14 | ^^;; | 2003.08.27 | 4499 |
7190 | 썰렁~ | B612 | 2003.08.27 | 4126 |
7189 | 매트릭스 탁구 1 | 빌라로보트 | 2003.08.28 | 3774 |
7188 | .... 잼있는 이름들... ^^ 3 | 09 | 2003.08.28 | 4460 |
7187 | 아직은 따뜻한 세상? 7 | nenne | 2003.08.29 | 3825 |
7186 | 낙서.. 2 | 마뇨 | 2003.08.29 | 3062 |
7185 | ★조은글이라 쥔장 허락업시 퍼왔시여★ 17 | 펌이 | 2003.08.29 | 4627 |
7184 | 컴터와의 싸움... 3 | 마뇨 | 2003.08.30 | 4506 |
7183 | ★★★훈련소에서의 종교 선택에 관한 고찰 - (퍼옴) 5 | 쵸코파이 | 2003.08.31 | 4562 |
7182 | 보고싶다..보고싶다..보고싶다.. | 천지대야망 | 2003.08.31 | 3653 |
7181 | 나두...보고싶다 보고싶다 보고싶다 1 | 잉그비 | 2003.08.31 | 4555 |
7180 | 알고 싶어요. 2 | 기타사랑 | 2003.09.01 | 3287 |
7179 | 음악의 즐거움 1 | 無明 | 2003.09.01 | 3798 |
7178 | 자꾸 눈물이 나려해서... 1 | eveNam | 2003.09.02 | 3897 |
7177 | 필명 13 | 낙서맨 | 2003.09.02 | 4282 |
7176 | 직장상사 감동시키는 10가지 전략 3 | 초보 | 2003.09.02 | 4342 |
7175 | 어제 히스토리 채널을 보다보니.. | 쩜쩜쩜 | 2003.09.03 | 5797 |
7174 | [퍼온글] 야구해설가 차명석 시리즈 2 | 야구가 좋아 | 2003.09.03 | 4005 |
7173 | <만화>돌아온둘리 펌~ 1 | 넘버삼 | 2003.09.03 | 4008 |
7172 | 그림판으로 그린만화라는데.. 1 | 넘버삼 | 2003.09.03 | 3779 |
7171 | 일본의 한교수가낸 문제라네요..이문제 풀면 I.Q 140 이상이라는데 13 | 넘버삼 | 2003.09.03 | 5414 |
7170 | 그냥 좋은글인것 같아서요... 2 | 기타사랑 | 2003.09.04 | 4366 |
7169 | 샘 페킨파와 제임스 코번... 8 | eveNam | 2003.09.05 | 5042 |
7168 | 바둑이 검둥이 청삽사리중에 1 | 영서부 | 2003.09.06 | 6755 |
7167 | 낙서... | 마뇨 | 2003.09.07 | 3732 |
7166 | ㅎㅎㅎ... 허탈이란... 5 | pepe | 2003.09.07 | 4555 |
7165 | 太行路 | 영서부 | 2003.09.09 | 5225 |
7164 | 아름답게 볼 수 있는 눈 2 | 으니 | 2003.09.09 | 4487 |
7163 | [펌] 우주인이 바라본 아름다운 지구!!!!!!!!! 7 | 일랴나 | 2003.09.12 | 4520 |
7162 | [펌]여러분의 성향 테스트..-잘맞아요~ 5 | 석재 | 2003.09.12 | 4433 |
7161 | 네 입술, 비밀이 너무 많아... 2 | eveNam | 2003.09.12 | 4197 |
7160 | 흠냐... 내가 모르는 전차가 있다니... ㅡㅡ^ 13 | eveNam | 2003.09.14 | 6056 |
7159 | 중국에서 본 차차 4 | 수 | 2003.09.16 | 4571 |
7158 | 중국이 온다. 2 | 수 | 2003.09.16 | 4460 |
7157 | 조선이 있다. 1 | 수 | 2003.09.16 | 4834 |
7156 | 기록에 도전하기... 수전증 유발하니 주의! 3 | eveNam | 2003.09.17 | 4700 |
7155 | [re] 전 바둑은... 5 | 아랑 | 2003.09.18 | 4375 |
7154 | 한국 왕따를 종식시킨 이창호 1 | 찾던이 | 2003.09.17 | 4492 |
7153 | [펌] 있다 없다 문제. 29 | 석재 | 2003.09.17 | 5822 |
7152 | 벙어리컴....... 3 | 무사시 | 2003.09.18 | 4087 |
7151 | 또 다른 문제~ 16 | 석재 | 2003.09.18 | 4045 |
7150 | [벙개???까진 아니고요...] 마뇨님 환송회가 있슴돠... 11 | pepe | 2003.09.18 | 4666 |
7149 | 기왕이면 동작까지 보면서 | Anon | 2003.09.20 | 3326 |
7148 | 추억의 음악 시리즈 (1) - 국민체조 3 | eveNam | 2003.09.19 | 4787 |
7147 | 꼭 가고 싶습니다. | 그놈참 | 2003.09.19 | 4687 |
7146 | 이런연주 보신 적 있으신가요??? 2 | 그놈참 | 2003.09.19 | 4103 |
7145 | [re] 미당 서정주도 그에 못지 않았지요. 3 | 미당 | 2003.09.21 | 4568 |
» | 학병 보내는 세기의 감격 [춘원 이광수] 4 | 노보리 | 2003.09.20 | 4666 |
7143 | 추억의 음악 시리즈 (2) - Combat!! | eveNam | 2003.09.21 | 4866 |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