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번잡이는 현재 7년째 나와 동거중이다.
동족인 개를 비롯해서 사람마저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이 고독한 수컷이
일년 중 유일하게 신이 나서 개판 나는 날이 있다.
우리 할머니 제삿날.
내 쓸모 없을 없을 농처럼 지나치는 말로 정녕 우리 할머니의 환생일까...
며느리 하나 없이 노친네 혼자서 차려 드리는 힘겹지만 정성스런 젯상이
고맙고 반가워서 우리 번잡이는 그토록 광분하는가...
유월은 호국의 달.
이 나라를 지켜 주신 조상들은 물론이고...할아버지, 할머니를 무성의 하게
보내 버린 그 미안한 시간이다.
할머니...
미안해요.
지금 이 시간에 이 곳에서 저와 함께 계셔 주셔도 되려 제가 당신의 피 빨아
먹고 살 것이 분명할 것입니다.
우리 할머니...
조선의 할머니들 중에서 눈물 머금게 하지 않을 인생이 과연 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