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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itarMania

한국어
(*.254.17.248) 조회 수 6192 댓글 14
어느 카페에서도 쓰기는 했지만 국내에서 기타를 본게 10년 전이었다.
인터넷 상으로 유명하던 변보경양의 연주를 보려고 티켓을 구했지만 구할 수가 없어서
그냥 서서 보기로 작정을 하고 DS홀에 갔는데 의외로 빈자리가 많았다.
예약하고 펑크 내는건 옛날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
어쨌던 내게는 다행이었다.
첫곡부터 연주는 심상치 않았다.
여자 아이 답지 않은 파워에 현란한 아르페지오, 음을 빠뜨리지 않으면서도 제 스피드로 밀어 붙이는 스케일....
어디 하나 흠 잡을데 없는 테크닉이었다.
그것도 열아홉살짜리가...

지난 10년 동안 유럽에서 많은 연주회를 보아 온 탓에 귀와 눈만 높아져서 적응이 어려울까 걱정도 들었다.
그런데 그 사이에 대한민국에 기타 인구도 많아졌고 연주가도 많고, 연주회도 정말 많아졌다.
요즘 여기저기 다니면서 연주회 보느라고 행복하기는 했고, 이번 연주회도 그랬다.
한마디로 준비가 되어있는 재목으로 보였다.
풍부한 레퍼토리에 겁없는 연주, 그를 뒷받침 해주는 테크닉.
무엇하나 흠잡을데가 없었다.
그런데 한가지 이상한 점이, 연주회가 전반부가 끝날 때 쯤부터지루해지기 시작했다.
심지어는 기가 막힐 정도로 막힘없이 연주했던 코윤바바까지도 귀에 거슬릴 정도였다.

왜 그럴까.
그 답을 찾는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처음부터 계속되는 연주에 각 곡마다 색깔이 없었다.
음악은 각 작곡가마다, 또 곡 마다 각기 다른 맛이 있다.
모짤트나 브람스, 줄리아니나 소르 혹은 이사이처럼 각각의 이름이 있듯이 그 사람들의 곡도 각기 다를 수 밖에 없는데 처음부터 똑같은 느낌만 주는 연주였다.
부지런히 움직이는 손 놀림의 시각적 효과를 없애보려고 잠시 눈을 감고 연주를 들어 보니 더욱 그러했다.
기타가 테크닉 의존도가 높은 악기라는 단점 때문에 그럴 수도 있지만, 그래도 그렇게 치부해 버리기에는 아쉬움이 남았다.
아직도 훌륭한 연주를 보면서 배우고자 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이제는 음악을 즐기기 위한 경우도 많아졌을거라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엄지의 힘에 짓 눌리는 저음선, 끊임없이 땡땡거리는 1번 선의 귀 따가운 소리는 구슬이 구르는 듯한 아르페지오의 아름다움을 뭉개버리기 일쑤였다.
또 어떤 곡은 악보상으로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템포도 있었다.

음악은 음악이다.
눈으로 악보를 보고 손으로 악기를 작살내는 싸움이 아니다.
악기와 손은 음악을 표현하는 도구에 불과하다.
악기에서 내는 소리로 우리의 마음을 보여주고 갖지 못할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 주는 것이다.
이런게 잘 안되는 가장 큰 이유는 다른 음악을 잘 듣지 않는데서 오는거다.
기타를 배우거나 연주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음악을 알지 못하고 곧바로 기타로 돌진한다.
그러다 보니 자신이 아는건 오로지 기타소리와 그에 관련된 곡 뿐이다.
이건 비단 우리나라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유럽에서 만난 연주자들도 어떤 이는 기타 이외의 음악은 알지도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독일 중고등학교에도 특별활동 시간이 있다.
여러가지 과목이 있는데 그 중에서 클래식 기타를 택하는 아이들의 경우를 보면 정말 이유가 다양하다.
그런데 그 중에 음악이 좋아서 한다고 하는 아이들도 있는걸 보면 생활속에 묻어있는 문화적인 배경을 무시할 수는 없다.
대부분이 클래식 음악을 모르는 그 아이들에게는 수업이 끝나면서 한 곡을 지정해 주고 들어오도록 숙제를 내주었다.
숙제 중에는 실내악도 있고 독주곡도 있다. 관현악곡도 좀 흥미로울 만한 곡으로 해 주기도 했다.
독일이 음악의 나라라고 하지만 실상 현대인은 우리의 상상과는 좀 다르다.
어쨌거나 다음 시간에 아이들에게 그 곡을 들은 느낌을 물으면 얼마나 재미있는 대답을 하는지....
그렇게 음악을 하나하나 이해하면서 기타를 배우니 속도는 정말 느리다.
더군다나 내 독일어가 흡족하지 않아 영어로 수업을 하니 더욱 그랬다.
하지만 년말에 열리는 학교 음악회에 출연해서 연주하는 기타반 학생들은 정말 진지하다.
테크닉적으로 부족해 비록 쉽고 간단한 곡을 하지만 정말로 음악을 즐기면서 그 느낌을 관객에게 전해주려고 애쓴다.
끝없는 박수가 이어지고 환호가 터져나오는건 당연지사.

사실 나도 한국에서 있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다.
그저 죽어라고 기타줄만 쪼아대고 직감으로만 연주를 했던것 같다.
바이올린이나 피아노의 대가들과 만나서 이야기 하는 가운데 배우게 되고, 유명하다는 기타리스트들과 지내면서 저절로 음악이라는 것이 몸에 배면서 느린곡이 더 어렵다는 말을 실감하게 되었다.
악보를 처음부터 다시 읽고 음표를 하나하나 되짚어 보니 곡에 대한 느낌이 완전히 새로웠던게 엊그제 일만 같다.

변보경
나로서는 부럽기만 할 뿐이다.
나이도 아직 어리고, 파워는 넘쳐 흐르고, 테크닉도 그만하면 됐고.....
이제 종이 한 장 차이만 넘으면 될것 같다.
지금은 좀 거칠고 그 종이 한 장의 차이를 극복하는데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모르지만
머지않아 대가의 모습으로 다시 볼 수 있기를 바란다.
Comment '14'
  • 콩쥐 2009.10.19 10:41 (*.161.67.92)
    본문에 19세가 아니라 15세입니다....
    독일서 살다오셨군요...방갑습니다....
  • Jason 2009.10.19 11:42 (*.163.9.220)
    변보경양에겐 정말 채칙이되고 담금질이 되는 좋은 말씀인것 같습니다.
    변보경양의 보다 나은 발전을 기대해 봅니다.
  • ^^ 2009.10.19 12:17 (*.49.75.23)
    이번 연주회는 보경양의 기량적인 모든 면을 보여주는 기회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저도 듣다보니 중간에 지루한면이 없지않아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중간에 소곡을 하나씩 프로그램에 넣었으면 했어요,.. 너무 계속 파워풀한곡으로 나가버리니 나중엔 정신이 없어져서 감상을 제대로 못하겠더라는...
    이번 연주회가 보경양에게 도약의 기회가 되길 바래봅니다.
  • 그리고 2009.10.19 12:21 (*.49.75.23)
    한마디 더 덧붙이자면 프로그램이 기량을 보여주는것이라는게 바로 드러나는 곡들이었습니다만, 아직 어린 보경양에게는 너무 무리아니었나 생각이 듭니다.. 전설까지는 괜찮았는데 숲속의꿈에서 실수를 몇번하더니 마음에 담아두고 부담을 떨쳐내지 못했는지 다음곡에서도 몇번씩 실수를... 아쉬운 대목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리고 보경양도 인터미션 전 몇곡부터는 힘들어하는거같더라구요..
  • . 2009.10.19 12:24 (*.49.75.23)
    보경양은 테크닉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아직 어려서 그 긴 대곡들을 연속해서 치기에 체력적으로 극히 부담되었을것같네요.
  • 유학생 2009.10.19 12:26 (*.111.142.156)
    보경양...더 나은 연주자가 되기위해..유럽쪽으로 유학을 보내는게 어떨지...^^;;
  • 아마도 2009.10.19 12:52 (*.42.123.12)
    너무 집중된 조명의 열기로 처음겪는 힘든 무대였을 것이라 여겨집니다
    나도 옛날 합주반 시절 머리맏에서 뿜어지는 열기로 정신이 혼미해졌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지금은 멀리서 스포트로 쏴주는 조명이기에 관계가 없는 데
    어제는 스포트 대신 머리맏의 7~8개의 모든 조명이 집중되어 고정된 위치에서 성인들도 30분이상 견디기 힘든 상황일 거 같습니다
    런닝타임이 앵콜까지 2시간 20여분의 연주였다고 본다면 엄청난 고난(?)
    경험상 저런경우엔 손가락도 바싹 말라버려 터치도 힘든 게 당연해집니다 줄이 늘어지는 건 기본이고...
    연주가 끝나고서 펑펑 울었다는 말도..... ;;;;
    연주 두세곡 마치고 ..도저히 연주 못하겠다고 포기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대단한 칭찬을 받을만 합니다
  • hmmm 2009.10.19 13:26 (*.94.44.1)
    보경양 연주 잘 감상했습니다. 대곡들을 도대체 몇 곡을 친 거지요? 휴우~
    기타 줄이 계속 말썽이어서 애먹은 것 치고는 흔들림 없이 잘 친 것 같습니다.
    위에서 지적하신 사항 듣고보니 그런 부분에서 고쳐야 될 점도 있구나...하고 글을 읽고서야 알았습니다.
    하지만 나이를 생각하면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이 있는 거지요^^ 그 나이에 독주회를 할 정도면...
  • 충고는 2009.10.19 13:35 (*.203.40.32)
    겸허히 받아들여야 겠지요.
    성격이 서로 다른 3대의 기타를 가지고 일반 연주보다 비교적 많은 곡들을 연주해내는데는 어려움이 많았다고 보입니다.
    그러함에도 보경양의 의지와 배짱이 돋보이는 연주였던 것 같습니다.
  • 타레가 2009.10.19 14:16 (*.251.185.171)
    미안합니다.

    다시보니 정말 15살이군요.

    한번 더 허걱~
  • 김PD 2009.10.19 15:49 (*.189.186.36)
    프로그램이 나이 어린 연주자를 너무 혹사시키도록 짜여진것 같네요.
    선곡을 보니 지금까지 연주해온 변보경양의 주요곡들을 모두 집어넣었는데 ...
    그것들이 대부분 기교적으로 상당한 곡들인데요...
    아무리 뛰어난 기량의 연주자일지라도~ 적절한 안배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한 곡내에서도 쉬어가는 부분이 필요하듯이 말이지요.
    무대가 전투장, 혹사장이 아니라 자신의 감성을 편하게 펼칠 수 있는 그런 생각을 가지게끔 하는게 좋을 것 같은데 말이죠~
  • 변보경 2009.10.20 01:18 (*.147.126.116)
    다음에도 연주회를 할 기회가 있다면..ㅎㅎ
    관객을 위한 낭만~적인 곡도 넣고, 말랑말랑(?)한 곡도 있는 무대를 만들고 싶어요.
    이번 연주회는 나름의 의미가 있었으니까요..

    글 감사합니다. 연주회에 와주신것도 감사하고,
    더욱더 노력하겠습니다! 화이팅!
  • 널마루 2009.10.20 18:26 (*.216.182.143)
    "다음에도 연주회를 할 기회가 있다면..ㅎㅎ
    관객을 위한 낭만~적인 곡도 넣고, 말랑말랑(?)한 곡도 있는 무대를 만들고 싶어요."

    ㅎㅎ 정말 유머가 있어요
    사실 이번 레퍼토리 .... 너무 엄청났어요^^
  • 공감 2009.10.22 20:36 (*.80.118.132)
    타레가님의 후기중에

    '여자 아이 답지 않은 파워에 현란한 아르페지오, 음을 빠뜨리지 않으면서도 제 스피드로 밀어 붙이는 스케일....

    어디 하나 흠 잡을데 없는 테크닉이었다. 준비되어 있는 재목으로 보였다" 라는 표현에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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