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전 후기 & 불쾌했던 기분도..

by moon posted Nov 15,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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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어제 있었던 사색전 연주회를 다녀왔습니다.

프로그램 중 제가 아는 곡은 한 곡도 없었지만 연주자 4명의 기량과 음색을 골고루
즐길 수 있어 좋았던 시간이었습니다. 작년에 가고 두 번째 가는 거였지요. 앞으로 계속 열린다
면 전 앞으로도 계속 갈 생각입니다.

박우정님은 당차고 가공되지 않은 기타 고유의 음색을 두 곡을 통해 들려주었고, 두번째 곡
초반 약간 불안정한 출발을 보이기도 하셨지만 연주는 매력있었습니다.  
김인주님은 단연 돋보이는 연주를 들려주셨어요. 기타계의 백건우를 보는 듯 했습니다.
김진수님의 연주는.. 끝나고 나니 소설책 한 권 읽은 듯한 기분이 들더군요. 조근조근 얘기하듯
들려주신 연주, 역시 좋았습니다.  
피아노 반주가 곁들여진 허원경님의 연주 중 첫 곡은 제 귀가 짧아서 조금 난해하게 들렸네요.
역시 피아노와 함께 연주된 아랑훼즈 2악장은 원곡에 익숙한 제 귀가 듣기에도 충분히 멋있게 들렸지요.
실력도 실력이거니와 무엇보다 무대에서 보여주시는 카리스마가 멋진 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모든 프로그램이 끝난 뒤, 열렬한 앵콜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훌륭한 연주회의 당연한 수순이지요.    
멋쩍은 웃음으로 무대에 함께 올라오신 네 분이 같이 인사하고.. 박수는 더욱 더 커졌고..
마지막엔 그날의 마지막 주자이셨던 허원경님이 홀로 올라오셔서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연주하겠다고
하셨습니다. 관객은 아주 좋아하며 큰 박수를 보내드렸어요.
그때 짧게 던진 허원경님의 한마디, "단 반복은 없습니다."

전 처음에 알함브라 외의 다른 곡은 이제 연주하지 않겠다는 말씀으로 알아들었습니다. 그러고 귀를
기울이며 들었는데 반복이 없다는 말은 모든 도돌이를 하지 않는다는 말씀이었더군요. 덕분에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1분 30초짜리 이도 저도 아닌 곡이 되어 흘러나왔고 저는 참 애매한 기분이 들더군요.
야박하다는 느낌마저, 앵콜을 구걸한 것 마냥 연주자에게 미안한 느낌마저 들더군요.

저랑 같이 갔던 분도 같은 생각을 하셨나봐요. 저렇게 앵콜 연주를 할 거면 차라리 안하는 게 낫다고
하시더군요. 전 연주하시는 분들께 앵콜 연주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잘 모르지만, 이때까지 10년 정도
기타 공연을 보러 다니면서 - 그 중엔 세계적인 대가의 공연도 많았고요- 이런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연주 중 체력 소진이 심한 건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곡을 반토막내면서 연주를 하실 거면 차라리
짤막한 소품 하나를 들려주셨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요. "반복은 없습니다" 관객의 모골을 송연하게
만든 저 한마디는 정말 잊히지 않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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