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클래식 기타의 음량에 대한 두 가지 발상

by 신정하 posted Sep 08,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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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연주자들의 경우에도 기타의 음량에 대한 생각은 크게 판이한 두 가지로 나뉘는 것 같습니다.

첫 번째 생각은 기타의 음량을 더 키울 필요가 없다... 기타의 본래의 음향과 기능을 유지하며 오히려 좋은 음향조건을 가진 작은 홀에서 좀 더 자주 연주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의견이고...(예를 들어 브림)

두 번째 생각은 시대의 흐름과 청중의 요구, 그리고 보다 더 큰 연주회장에서의 다른 악기와 대등한 연주를 위해 음량의 증가는 기타의 구조변경 뿐 아니라 전자장비의 도움을 얻어서라도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견입니다(예를 들어 존 윌리암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아래에 두 번째 발상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그리스의 명수 코스타스 코쵸리스의 인터뷰를 올려 드립니다.
i-string 기타지에 게재되었던 기사입니다.
이 문제는 앞으로도 수십년간 기타계의 끝없는 화두로 남아있을 공산이 크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코스타스 코쵸리스와의 인터뷰-

Interview by 스가와라 준(菅原 潤)
번역 : 신정하 (한국기타협회 자문위원)
Guitar Dream 2007년 통권 3호에서 발췌



기타 애호가들 간에 카를로 마키오네와 더불어 그 실력을 직접 보고 싶어하는 기타리스트 중 한 사람으로 손꼽히는 코스타스 코쵸리스.
지명도를 떠나 많은 기타리스트 중에서도 군계일학과 같은 연주력과 음악성을 보이는 연주가 중 한 사람이다.
레오 브라우워 작품의 스페셜리스트로도 알려진 그를 2006년 가을 태국의 기타 페스티발에서 만났다.
초절기교와 듣는 이를 압도하는 박력에 새삼 감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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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는 호텔 근처 피아노 전문점 내의 작은 살롱에서 코쵸리스씨가 오전에 예정되었던 마스터클래스를 끝낸 직후에 행해졌다.
실외에서 5분 정도 걷는 거리에 위치한 곳이었지만 태국의 수도 방콕은 온 몸이 땀으로 범벅이 될 정도로 더웠다.
제6회 국제 기타 페스티벌이 한 참 열리고 있던 때였고 코쵸리스씨는 당시 두 번째 초청을 받았고, 페스티벌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그의 연주회로 대미를 장식하게 예정되어 있었다. 땀에 흠뻑 젖은 코쵸리스씨는 오전의 일정에도 피로함을 전혀 보이지 않고 인터뷰에 응해주었다.



데뷔곡은 "아란훼즈 협주곡"

- 오전에 있었던 마스터클래스는 어땠는지요?
코쵸리스(이하 CC) : 학생들의 수준이 상당히 높아서 놀랐습니다. 4년 전과 비교하여 확실히 진보하였습니다. 이번에는 태국뿐만 아니라 호주, 알바니아,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학생들이 참가하였고 이 중 2-3명은 프로급의 훌륭한 연주를 들려주었습니다. 내일 열리는 콩쿨의 본선이 저의 연주회와 겹쳐서 아쉽습니다. 태국의 기타교육 사정에 대해서 잘은 모르지만 그들의 기타에 대한 애정은 충분히 전해졌고 정말 즐겁게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저도 매년 이 페스티발에 참석합니다만, 말씀대로 매년 태국인들의 레벨은 높아지고 있다고 느낍니다.
자 그럼 첫 번째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쿄쵸리스씨는 아직 일본에서 공연을 하지 않으셨는데 어째서인지요?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웃음).
CC : (웃으며) 정말 죄송합니다. GHA에서 녹음한 저의 CD는 일본에서도 많이 팔린 것으로 알고 있어서 저의 연주를 듣고 싶어하는 분들이 많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만, 아쉽게도 아직 아무도 초청해 주지 않았습니다.

- 그것은 코쵸리스씨의 개런티가 너무 높기 때문 아닌지요?
CC : 그렇지 않습니다. 돈의 문제 때문이 아닙니다. 유럽에서 열리는 기타 페스티벌에서 친구들을 만나면 모두가 일본의 기타계가 활발하다고 이야기들을 합니다. 그래서 저도 일본에는 꼭 한번 방문을 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저는 지금까지 제가 요청해서 특정 국가를 방문한 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그것이 나의 고집이라면 고집입니다만, 만약 공식적인 요청이 들어온다면 저는 언제든 기쁜 마음으로 일본을 방문할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후꾸다 신이치, 스즈키 이치로, 스즈키 다이스케, 무라지 가오리 등 지인들도 많구요...

- 그렇다면 아마 가까운 장래에 일본에서 당신의 연주를 들을 수 있게 되겠군요. 코쵸리스씨는 세계적인 기타 연주자이기도 하지만 그리스에서 제일가는 기타 교육자로도 알려져 있으신데...
CC : 두 가지 일에서 모두 만족하고 있습니다. 연주자로서는 프로생활을 시작한 것이 1972년 제 나이 15세부터였으니 이제 연주생활도 30년 이상이 지난 셈입니다. 데뷔곡은 오케스트라와의 공연으로 "아란훼즈 협주곡"을 연주하였습니다. 그날 이후 저의 커리어가 시작되었고 오늘날까지 데뷔하던 날은 잊을 수 없습니다.

- 데뷔곡이 "아란훼즈 협주곡"이라면 대단한 것인데요...
CC : 같은 해에 베니카심의 타레가 콩쿨에서 입상하기도 했습니다. 어떤 곡을 연주하였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만... 잘 연주했던 것 같습니다. 그 이후로 세계각지를 돌면서 연주생활을 시작했죠. 오케스트라와의 협연도 많았고 덕분에 상당수의 기타협주곡을 연주했습니다. 대략 35곡 이상의 협주곡을 연주해온 것 같습니다.

- 35곡! 그렇다면 가장 좋아하시는 협주곡은 무엇인지요?
CC : 브라우워의 기타협주곡 2번 "리에쥬"를 가장 좋아합니다. 물론 다른 브라우워의 협주곡들도 연주하고 녹음도 해 왔습니다. 세계초연을 했던 협주곡은 "리에쥬", "볼로스", "파가니니 찬가(바이올린과 기타를 위한 이중협주곡)" 입니다. 브라우워의 작품 이외의 협주곡으로는 에르네스토 코르테로의 "안틸랴노스 협주곡"이 있죠. 이 작품도 매우 좋았습니다.
저는 브라우워의 음악을 무척 좋아하며, 브라우워 전문 연주자로서 인정을 받고 있는 것이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그리스에서 카라람보스 에크메쪼로우 선생님에게서 기타를 배운 이후, 강습회 등을 통해 많은 선생님들에게서 음악을 배웠는데 그 중에 레오 브라우워 선생님이 계셨지요. 제가 16-17세 무렵의 일이었지만 세월이 지나 이제 브라우워 선생님과는 마치 친구와 같은 사이로 가깝게 지내고 있습니다. 물론 호아퀸 로드리고 선생님과도 만남이 있었고 코르테로와도 친구로 지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저에게 많은 기타협주곡을 작곡해 주었지요.

- 모두 쿄쵸리스씨의 위촉으로 작곡된 것인지요?
CC : 경우에 따라 다릅니다만, 세르지오 아사드, 듀쟌 보그다노비치, 안톤 가르시아 아브릴과 같은 작곡가들도 협주곡 혹은 독주곡을 저를 위해 작곡해 주었습니다.



음향 시스템이 기타의 장래를 좌우

- 오케스트라와 공연을 할 경우 음향 시스템을 사용하시는지요?
CC : 저는 항상 음향 시스템을 사용합니다. 저는 기타의 장래는 음향 시스템에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날 공연장이 점차 규모가 커지는 추세입니다만, 실제 음향은 그다지 좋지 않은 곳이 많습니다. 기타는 매우 섬세한 악기이지만 오늘날과 같은 21세기의 규모가 큰 연주장에 발맞춰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19세기와는 상황이 많이 다릅니다.
더우기 오늘날의 청중들은 큰 음량에 길들여져 있습니다. 예를 들어 텔레비젼, 라디오, CD, DVD, 큰 연주홀, 바, 디스코텍 등... 우리 주변은 모두 큰 음량의 전자음투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생활의 속도도 점점 빨라지고 있어서-안타까운 일지만-우리들은 강력한 음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어 버렸습니다.
그래서 콘써트홀의 음향 시스템은 보다 큰 음량을 내어주지 않으면 안됩니다. 여지껏 많은 기타 제작자들이 보다 강력한 음을 내는 악기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만 이제 이러한 발상도 조금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악기의 개량만으로 지금 정도보다 더 큰 음량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 현재 사용하시는 악기는 무엇입니까?
CC : 그라나다의 파코 마린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내부에 마이크가 장착되어 있습니다만 그 마이크를 통해 나오는 사운드가 매우 훌륭합니다. 음향 시스템의 본체장치인 앰프와 스피커 자체도 심플하지만 아주 좋습니다. 크기가 작아서 공간에 구애받지 않으므로 연주여행시에 휴대가 간편합니다. 이미 저는 연주홀의 크기나 음향, 오케스트라의 규모 등에는 전혀 신경쓸 필요가 없습니다.

- 그 음향 시스템은 누가 제작한 것인지요?
CC : 독일 브레멘에 거주하는 쉬테판 쉬렘퍼(Stephan Schlemper) 입니다. 쉬렘퍼는 기타 제작자이기도한데 그는 반드시 그의 기타에 이 마이크를 장착하고 있습니다. 음향 시스템 본체의 박스에는 1개의 스피커가 달려 있으며 박스 그대로 의자 아래에 두고 연주를 합니다. 최근 3-4년간 어떤 연주홀에서도 이것을 사용했습니다. 내일 연주회에서도 이것을 사용합니다. 정말 마음에 드는 시스템입니다.
기타의 미래는 사운드에 달려있으므로 강력한 음을 얻기 위하여 마이크를 사용하는 일을 피해서는 안됩니다. 1987년에 테오도라키스의 "기타와 오케스트라와 합창을 위한 로르카"를 초연할 당시에는 스탠드 마이크를 사용하였습니다. 오케스트라와 합창에 기타의 소리가 묻혀버려서는 안되기 때문이죠. 이럴 경우 문제는 사운드 엔지니어에 달려있는데 엔지니어가 기타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문제가 없습니다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기타리스트가 가르쳐주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러나 쉬렘퍼의 음향 시스템은 연주하는 기타리스트 본인이 조정합니다.

- 연주중에 장치를 조절하는 경우도 있습니까?
CC : 필요하다면 조절을 하겠지만, 지금까지 그런 적은 없었습니다. 지금까지 한번도 문제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여하튼 콘서트 기타리스트라면 음향 시스템에 대하여 잘 연구해 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클래식기타의 세계에서 이 문제에 관하여 깨닫고 있었던 사람은 존 윌리암스 단 한 사람이었습니다. 음향 시스템을 사용한 결과 그는 오늘날 많은 청중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잘 생각해보고 실제로 음향 시스템을 사용해 보기를 바랍니다. 기타의 사운드가 변하지 않으면 기타의 장래는 어둡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기타리스트는 기타를 연주하는 사람들만을 위해서 연주를 해서는 안됩니다. 음악애호가 중에서 기타를 연주하는 사람의 비율은 얼마 되지 않으며, 기타만이 음악애호가를 독점할 수도 물론 없습니다. 더우기 시대적 변화의 영향도 커서 클래식음악의 연주회에 에 사람들을 오게 만드는 것은 더욱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독일의 대형 CD 취급점에서는 쇼스타코비치의 전집 6매가 65유로에 팔리고 있습니다만 마돈나의 CD 1장 가격은 23유로입니다. 따라서 기타음악은 앞으로 더욱 사람들이 듣기 쉽게 하지 않는다면 청중들을 실망시키게 될 수 밖에 없습니다.

- (줄리안 브림은 기타드림 창간호의 인터뷰에서 큰 연주회장보다 작은 연주회장에서 자주 연주회를 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발상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그렇고, 기타를 시작하신 것은 언제부터입니까?
CC : 6살 무렵입니다. 14세에 아테나 음악원을 졸업하였고, 그 이후부터는 마스터클래스나 콩쿨에 참가하였습니다. 기타교육에 뛰어든 것은 19세부터입니다. 반가운 일은 이미 몇 명의 그리스인 기타리스트가 배출된 것입니다. 국제콩쿨에는 16회 입상하였습니다. 그 콩쿨들에 함께 참가했던 기타리스트들도 국제적인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솔로활동 이외에도 그들과 이중주 활동도 하는 등 활동의 폭을 넓혀 왔습니다.
1978년부터는 그리스에서 국제 기타 페스티벌을 주최하고 있습니다. 이것도 자랑거리입니다. 그동안 줄곧 볼로스에서 페스티벌을 개최해왔는데, 올해부터는 낙소스로 장소를 옮겼습니다. 마니에로 데지데리오, 졸란 두키치, 호아킨 크레르치 등은 이 페스티벌에서 캐리어를 쌓기 시작한 기타리스트들입니다. 그들 모두가 젊은 연주자들이고 국제적인 무대에서 연주하는 것이 처음이었지만 이 페스티벌이 계기가 되어 서로 교류하게 되었습니다. 젊은 기타리스트들에게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기쁜 일입니다.

- 그 외에도 주최하고 계시는 페스티벌이 있는지요?
CC : 현재는 이 낙소스 페스티벌 뿐입니다. 이전에는 아테나와 테살로니키에서도 주최를 했습니다만...

- 현재 교편을 잡고 계시는 곳은 어디입니까?
CC : 아테나와 피레우스, 그리고 테살로니키의 음악원에서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번에 코르푸의 이오니안 대학에서도 마스터클래스를 열기로 결정이 되었습니다. 정말로 바쁘게 일하고 있습니다.

- 다시 기타를 시작하셨던 무렵으로 화제를 돌려서... 가족분들 중에는 기타를 연주하시는 분이 계시는지요? 예를 들어 아버님이라든가...
CC : 가족 중에는 기타를 연주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형이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정도였습니다. 형은 아코디언을 연주하면서 테크닉 연습도 같이 하였는데 연주곡이 아닌 기교연습곡을 연주하면서 노래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참으로 이상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저는 그런 곡으로 노래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매우 어렵다고 생각하였거든요. 당시 6살이던 저는 그것이 매우 인상적인 일이었고 지금도 귀에 남아 있습니다.
그러고 얼마되지않아 형은 다른 악기를 배우고 싶다고 아버지께 말씀드렸고, 그래서 아버님께서 사 오신 악기가 기타였습니다. 우리 집은 그다지 여유가 있는 집이 아니었으므로 오로지 살 수 있는 악기는 기타 이외에는 없었습니다. 기타는 여하튼 제일 싼 악기였으니까... 이렇게 되어 저도 기타를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 기타 이외에 다른 악기는 연주하지 않으셨는지요?
CC : 피아노를 배웠습니다. 시작한 것은 기타보다 한참 뒤였지만.
- 피아노는 기타를 연주하는데 도움이 됩니까?
CC : 도움이 됩니다. 우선 손가락이 강해지죠.



위대한 음악가 레오 브라우워

- 지금까지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인물은 누구입니까?
CC : 먼저 생각나는 것은 알리리오 디아즈입니다. 12살 무렵에 아테네의 연주회에서 처음으로 디아즈의 연주를 들었습니다. 그는 비루투오조 연주자이자 천성적인 음악가로서 매우 영향을 크게 받았습니다. 기타에의 정열을 불태우게 한 분입니다. 그리고 레오 브라우워. 그는 프랑스에서 알게 되었는데 그를 통해 기타에 대해 보다 깊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두 사람에게서 큰 영향을 받아 자신을 좀 더 발전시키게 되었다고 믿고 있습니다.

- 브라우워의 첫 인상은 어떠하셨는지요?
CC : 그야말로 crazy-(웃음)! 그때까지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음악가, 기타리스트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보아도, 브라우워는 당시의 일반적인 통념에서 벗어난 인물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아란훼즈 협주곡", "어느 귀인을 위한 환상곡", 그리고 마뉴엘 폰세 정도가 연주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 때 브라우워가 등장하여 "영원의 나선" 이나 "타란토스"를 연주하였습니다. 그 새로운 음이라든가 새로운 발상으로 만들어진 기타곡은 당시로서는 매우 인상적인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기타뿐만이 아니라 다른 악기를 위해서도 매우 흥미있는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이런 점에서도 그는 유일무이한 존재입니다. 브라우워의 협주곡을 지휘해 본 지휘자라면 모두가 "도대체 어떻게 이러한 음악이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인가?" 라고 이야기들을 합니다. 그런 위대한 음악가가 곡을 만들어주는 악기를 연주하고 있는 것을 저는 무척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동감입니다. 당시의 브라우워는 저의 우상이었지요. 실력있는 기타리스트, 훌륭한 작곡가, 진정한 음악가 모두를 겸비한 사람이라면 그를 두고 하는 말이겠지요. 하지만 그 이후의 브라우워는...
CC : 그렇죠. 아시는 바와 같이 연주활동은 그만두었습니다. 하지만 덕분에 작곡에 전념할 수 있게 되었지요(웃음).
그리고 브라우워는 지휘자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많은 오케스트라를 지휘하였죠. 또한 아까도 말씀드렷지만 다른 악기를 위해서도 많은 작품을 쓰고 있습니다. 관현악곡, 플룻곡, 바이올린곡, 하프곡, 바이올린 협주곡, 플룻 협주곡, 현악3중주, 현악4중주, 그리고 영화음악에 이르기까지... 그는 항상 말하기를 "나는 연주가, 작곡가로서 음악의 세계에서 기타의 세계로 넘어온 사람이다' 라고 합니다. 그야말로 위대한 음악가입니다.

- 지휘 이야기가 나왔습니다만 브라우워가 기타 협주곡을 지휘할 때 지휘대에서 솔리스트의 조율을 직접 행하기도 하더군요. 마리아 에스텔 구즈만이 협주곡을 연주하던 때였는데 휴지부가 없어서 게속 연주하지 않으면 안되는 부분이라 연주중에 튜닝을 할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 때 브라우워가 지휘대에서 손을 뻗어 조율을 해 주었습니다.
CC : 브라우워는 그런 일을 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상대가 우아한 여성이라면 더욱 친절하게 하죠. 글쎄, 누구에게나 그렇게 한다고 해야하나... 저를 포함해서(폭소).

- 코쵸리스씨가 브라우워의 작품 베스트 5를 골라주신다면...
CC : 먼저 가장 좋아하는 고은 "영원의 나선", 그리고 "경구에 의한 전주곡집(Hai-Ku)"...그리고 너무 많아서 순위를 매기기가 어렵군요. 전부 다 좋습니다. 모든 곡을 다 연주해 보고 싶어요.

- "페루쟈 칸타타(Concerto-Cantata de Perugia)"도 코쵸리스씨가 초연한 것인지요?
CC : 아니오, 이탈리아의 레오나르도 데 안젤리스가 초연하였습니다. 그 작품도 걸작이죠. 기타가 오케스트라 및 합창과 융합하고 있습니다만 기타의 음은 언제나 완전하게 들리게끔 작곡하였습니다. 따라서 그 작품에서도 기타의 역할은 상당히 크게 작용을 합니다.

- 협주곡은 "리에쥬"를 가장 좋아하신다고 하셨는데 그 작품은 상당한 난곡이지요. 역시 코쵸리스씨를 의식하고 작곡한 것인지요?
CC : 저는 그 작품을 브라우워 다음으로 연주한 최초의 연주자입니다. 1982년으로 기억합니다만, 브라우워의 마지막 연주회에서 그가 직접 "리에쥬'를 연주하였습니다. 연주회가 끝난 그날 저녁 브라우워는 저에게 "나의 이 작품을 계속 이어서 연주할 사람은 자네밖에 없네"라고 말했습니다. 저로서는 정말 영광이었고 흥분하였지요. 그 작품을 저에게 건네주어서 정말로 기뻤습니다.
단지 불만인 것은 젊은 기타리스트들이 이 작품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 작품뿐만 아니라 "파가니니 찬가", "페루쟈 협주곡", "볼로스 협주곡", "토론토 협주곡" 등의 음악을 잘 이해하지 못합니다.  
많은 콩쿨 입상경력을 가지고 많은 연주회를 하는 훌륭한 연주자들임에도, 기타의 레파토리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기타에 공헌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들이 연주하는 곡은 항상 "아란훼즈 협주곡" 뿐입니다. "아란훼즈"도 확실히 좋은 곡이고 청중도 좋아하며 저도 몇번씩 연주를 합니다. 하지만 저는 음악적으로 브라우워의 협주곡과는 비교가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진정으로 청중이 좋아할 수 있는 곡은 브라우워 쪽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청중들은 클래식 음악을 듣기 위해 오시는 분들이니까요. 클래식 음악을 잘 알고 듣는 귀를 가지고 있다면 기타음악도 본격적인 것을 듣기 원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존 윌리암스와 함께 연주한 이중 협주곡

- 그렇지요... 많은 기타리스트들이 피아졸라의 탱고나 미롱가 등 남미물을 주로 연주하고 있기도 하고...
CC : 그것은 나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저는 찬성하는 입장입니다. 피아졸라와 같은 위대한 음악가의 곡은 청중에게 많이 들려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아, 제 말씀은 편곡물이 아니라 피아졸라가 기타를 위해 작곡한 "5개의 탱고풍 소품"을 보다 더 연주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훌륭한 오리지널 작품으로서...
CC : 확실히 그런 점은 있습니다. 그러나 편곡에는 2가지가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트랜스크립션과 어레인지먼트. 예를 들어 피아노나 바이올린곡을 쓰여진 그대로 기타로 연주하는 것은 트랜스크립션이지요. 하지만 어레인지먼트라고 하는 것은 하나의 생각에 기초하여 원곡을 다른 악기를 위해 바꾸는 작업입니다. 코러스를 형상화하고 프레이징을 잡고 새로운 하모니를 생각해내고, 곡을 기타를 위해 변모시키는 것입니다. 이것이 어레인지먼트입니다. 저는 어레인지먼트에는 찬성을 하지만 트랜스크립션에 대해서는 부정적입니다. 일례로 피아졸라 자신도 5중주곡을 오케스트라 용으로 어레인지하지 않습니까? 때로는 같은 곡을 다른 곡 안에 다시 사용하기도 합니다. "아디오스 노니노”도 피아졸라 자신이 5중주를 위해 편곡한 버전도 있고 오케스트라 버전도 있습니다. "기타와 반도네온을 위한 협주곡" 중간에는 그의 다른 작품인 "미롱가"가 나타나기도 하죠. 작곡가들은 자주 어레인지먼트를 행합니다. 브라우워도 마찬가지로 이런 작업을 합니다.

- 그러나 기타에는 브리튼을 비롯하여 마르탕, 월튼 등 오리지널 걸작들이 많이 있습니다. 보다 이런 오리지널 작품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CC : 물론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연주자마다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그들 작품을 하나의 프로그램 안에 모아서 연주하여서는 안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연주회 하루의 프로그램에 안토니오 호세의 "소나타", 프랑크 마르탕, 브리튼의 "녹터널", 폰세의 소나타 중 하나를 넣어 프로그램을 만든다고 가정합시다. 이렇게 되면 프로그램은 너무 내용이 어려워집니다. 확실히 이런 프로그램은 연주자 입장에서는 만족스러울지는 모르지만, 청중의 입장에서는 견디기 힘든 프로그램입니다. 오늘날의 젊은 기타리스트들은 이런 점에서 우를 범하기 쉽습니다. 1회의 리싸이틀에 바흐의 "소나타", 스카를라티, 월튼, 그리고 히나스테라의 "소나타"... 이러한 프로그램의 리싸이틀을 들으러 가는 사람들은 기타를 연주하는 사람들 뿐일겁니다. 그것도 즐기러 간다기 보다는 비평을 하러 가는 것이겠지요.

- 그렇게 말씀하시니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이 듭니다... 화제를 바꾸어, 최근 Schott 출판사에서 테오드라키스의 "Epitaphios"가 드디어 출판이 되었지요. 존 윌리암스의 녹음을 채보한 것이라는데...
CC : 알고 있습니다. 마리오스 이리오포우로스(Marios Iliopoulos)의 편곡이죠. 존 윌리암스는 스텐리 마이어즈의 편곡으로 연주를 하고 있구요.

- 코쵸리스씨는 어떤 편곡을 사용하고 있습니까?
CC : 저는 제가 직접 편곡한 버전으로 연주하고 있습니다. 마이어즈의 편곡을 다시 어레인지먼트하여 연주하고 있지요. 노래는 어디까지나 노래이므로 어레인지먼트를 할 때에는 어떻게 기타의 기능을 살려낼 것인가를 생각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러한 처리가 잘 되어있는 편곡을 좋아합니다. 예를 들자면 아사드 편곡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사계"와 같은 것이지요.

- 다시 화제를 바꾸어 세고비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코쵸리스씨는 세고비아에게서 지도를 받으신 적이 있으신지요?
CC : 있습니다. 하지만 세고비아에 대한 제 인상은 그다지 좋게 남아있지 않습니다. 15세 무렵에 처음으로 세고비아의 앞에서 연주를 해 보았습니다. 그는 나의 연주를 몇번이고 중간에서 멈추게 하였습니다. 뭔가가 그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느낌이었고 그야말로 "나가버려" 라고 말하는 것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계속 틀리게 연주해 버리게 되고...

- 그 당시에 무엇을 연주하셨습니까?
CC : 폰세의 "주제, 변주와 종곡"이었을겁니다. 세고비아는 "어이 자네, 어떻게 된건가? 자네 정도라면 할 수 있잖아. 뭘 하고 있는거야"라고 격려하고 있었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지요. 알리리오 디아즈에게서도 "세고비아는 자네에게 기대를 하는 것이 있어서 그렇게 이야기 한 것이네"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당시에는 크게 낙담하였지요.

- 그럼, 예페스에게서는요?
CC : 그에게서는 배우지 못했습니다. 아쉽게도 줄리안 브림에게서도 지도를 받지 못했구요. 예페스에게서도 브림에게서도 배우지 못했습니다. 배울 기회가 없었지요. 단 존 윌리암스에게서는 정말 친절한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그와는 여러차례 같이 연주도 하였으며 기타 뿐만이 아니라 여러가지 일들에 관하여 이야기하기도 하였습니다. 친구와도 같은 관계라고나 할까요. 브라우워도 우리 두 사람을 위한 곡을 작곡해 주기도 하였습니다. 이 곡을 2번 정도 연주회에서 연주했습니다. 작년에는 코르도바의 페스티벌에서 연주했지요.

- 그 작품은 어떤 곡입니까?
CC : 2대의 기타를 위한 협주곡 "El Libro de los Signos"입니다. 저와 존 윌리암스 두 사람에게 헌정된 곡입니다. 조만간 체스터 출판사에서 출판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존이 이야기를 꺼낸 것입니다. 아테네에서 그는 저와 같이 연주회를 열었는데 그 당시 지휘자가 브라우워였고 존이 "토론토 협주곡"을 연주하였고 제가 다른 협주곡을 연주하였습니다. 그날 저녁 만찬에서 존이 브라우워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레오, 우리 두 사람을 위해 협주곡을 써 주지 않겠소?" "좋지, 해 볼까?" 저는 놀랐습니다. 그리고 흥분하였죠. 존 윌리암스라면 기타의 역사에 남을 빅 네임 아닙니까. 그런 대단한 연주자가 저를 파트너로서 지명하고 같이 연주를 하자고 하니 정말 영광스러운 일이었죠.

- 어떤 내용의 작품입니까?
CC : 1악장은 베토벤 풍의 느낌으로서, 베토벤의 주제에 의한 변주곡과 종곡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2악장은 브라우워의 쿠바에 대한 상념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이 악장도 참 멋진 악장입니다. 3악장은 확실히 아프로-쿠바 음악입니다.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과 아주 흡사한 그런 리듬입니다. 여하튼 훌륭한 작품입니다.



비루투오조는 15세까지

- 아- 빨리 들어보고 싶군요. 태국 페스티발 이후의 스케쥴은 어떻습니까?
CC : 세고비아의 출생지인 리나레스에서 페스티벌이 있습니다. 리싸이틀은 브라우워, 히나스테라, 바리오스를 연주할 예정입니다.

- 세고비아의 레파토리는 프로그램에 들어있지 않은지요(웃음).
CC : 이런이런(웃음). 세고비아가 위대한 업적을 남긴 것은 사실입니다. 현재에는 세고비아와 같은 대 기타리스트는 없을지 모르지만, 수많은 훌륭한 기타리스트들이 있습니다. 그들 모두가 저마다의 개성이 있으며 다양한 방법으로 기타계에 공헌을 하고 있습니다. 결국은 그것이 하나의 커다란 흐름으로 이어지는 것이지요. 기타는 매일 조금씩 조금씩 진보하고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장래에 전설로 남을 위대한 이름이 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 두 사람은 연주뿐만이 아니라 음악이라는 의미에서 기타를 크게 변화시켰습니다. 그 두 사람은 클래식 기타에서는 레오 브라우워, 그리고 플라멩고 기타에서는 파코 데 루시아 입니다.
세고비아가 기타를 콘서트 악기의 위치까지 끌어올렸음은 사실이지만, 아구스틴 바리오스나 아벨 깔레바로도 같은 시대에 태어난 사람들입니다. 확실히 세고비아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기타에 크게 공헌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브라우워와 파코의 이름이야말로 역사에 남는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출중한 연주가는 역사상 언제나 존재하기 마련이고 어느 시대에나 나타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음악이라는 관점에서의 변화라고 한다면 그 악기에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부가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지요. 그것을 이룬 시림이 브라우워와 파코 두 사람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 확실히 두 사람은 위대한 사람들입니다만...(흠...이 이야기는 잘 다루기 힘든 주제이지요) 그건 그렇고, 코쵸리스씨는 경이적인 테크닉으로 유명합니다만 어떻게 그런 테크닉을 얻게 되었는지요?
CC : 경이적이라... 글쎄 어떻게 말해야 할지(웃음).
학교 등에서 흔히 하는 이야기 중에 "비루투오조가 되느냐 아니냐는 15세 정도에 결정된다" "어린 시절에 시작하지 않으면 완벽한 테크닉을 몸에 익히지 못한다"라는 말들이 있지요. 요컨데 유연성의 문제입니다만, 어린 시절과 성장한 후에는 기술 습득의 방향이 완전히 다릅니다. 이것이 첫 번째 조건이지요.
그리고 어떠한 시기에도 연습해야만 할 것들을 연습하여야 하는 것이 두 번째로 중요합니다. 저는 지금도 연습하는 시간에는 정신을 집중해서 연습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특히 협주곡과 같은 레파토리를 많이 보유하게 되는 것이 가능한 것입니다. 그리고 연습중에는 자신이 무엇을 위해 연습을 하는가 명확히 파악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천천히 느리고 명확하게 생각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빠르고 명확하게 생각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몸에 정확히 익힌다면 누구라도 빠르고 명확하게 연주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 이제 인터뷰에 할당된 시간이 거의 다 끝나가는 것 같습니다. CD에 관한 질문입니다. 신보의 예정은 없으신지요?
CC : 실은 브라우워의 지휘로 그의 협주곡 전집을 녹음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브라우워가 눈, 심장, 뇌 등 여러가지 건강이 좋지 않아서 쿠바에 돌아가 줄곧 요양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태로는 지휘는 무리라서 다른 지휘자를 찾아서 이 기획을 다시 진행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독주 CD는 이 협주곡 전집 이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녹음은 2007년이나 혹은 좀 더 앞서 이루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앞으로도 새로운 녹음을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 반드시.

- 오늘 여러모로 피곤하셨을텐데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다음날, 태국 국제 페스티벌에서의 그의 연주는 훌륭하였다. 그리고 그가 연주하는 기타의 음은 연주회장 구석구석까지 울려 퍼졌다. 물론 그의 의자 아래에는 검은색의 작은 박스가 놓여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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