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o days with Angela -인연

by 달맞이길 posted Oct 02,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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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벙덤벙 기타제작 마스터 클라스 參加記
Two Days with Fraulein Angela
Angela Waltner Classical Guitar Master Class

인연

그러니까 35년 전쯤 고등학교 2학년 때인 것으로 기억한다.
선배가 연주하는 클래식기타에 매료되어 ‘엄마’를 졸라 세고비아 기타를 손에 쥐게 된다.
교습소(학원) 갈 형편도, 마땅히 가르쳐 주는 사람도 없이 꽤 두꺼운 카르카시 교본 하나를
사서 무작정 시작했다. 50의 연습곡은 꽤나 꾸준히 했고, 25의 연습곡은 어려운 것 빼고 대충 대충 건너뛰었던 것 같다. 그 뒤에 ‘김금헌 클래식기타 명곡선’인가 하는 악보집을 4권까지 샀지만, 하나의 곡을 완전히 소화하기 보다는 조각 조각내어 조금씩 흉내 내는 정도였다. 대학에 올라가서는 4년 내내 기숙사 비슷한 곳에서 단체생활을 해야 했기 때문에 자연히 기타와는 멀어지게 되었다. 그 때의 그 기타는 자연스럽게 동생 차지가 되었다.

대학을 졸업한 뒤, 직장을 다니고 결혼을 한 뒤에도 기타는 완전히 잊혀졌다.
그럭저럭 30대 중반이 되던 어느 날. ‘기타를 치고 싶어’하는 내 말에 아내는 생일선물이라며 기타를 사주었다. 세고비아기타 SC-72 김진영 198×년! 그 이후 기타는 그저 심심하면 악보 펼치고 조각조각 흉내되는 소일거리로 옆에 있었지만, 어떤 때에는 몇 년씩 비닐로 만든 기타 집에 처박히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기타야! 너도 힘들었지만, 나도 그동안 밥 먹고 살아가기 힘들었단다. 이해해다오.’      

그러고 2년 전! 인터넷에서 바리오스 망고레의 ‘숲속의 꿈’이라는 연주를 우연히 듣게 된 나는 소름이 끼치는 전율을 느끼게 된다. 다시 제대로 해보자! SC-72는 다시 햇빛을 보게 된다. 꺼내보니 줄감개는 완전히 녹이 슬어 부서지고 있었다. 줄감개를 교체하려고 인터넷 뒤지다가 ‘기타메니아’ 알게 되고, 하현주 갈아내면 편하고 어떻고 하는 이야기에 무작정 갈다가 버징나고, 이를 해결해줄 공방 찾다가 곽웅수 선생님께 가게 되고, 선생님의 도움으로 SC-72는 간신히 제 소리를 찾게 되었다. 줄감개교체, 하현주 교체, 지판 재조정!

나는 기타는 다 똑같은 줄 알았다. 기타를 처음 접하게 된 고등학생 때에도 기타교본 뒷장에 그려진 토레스, 하우저, 라미레즈 등 사진들을 보고 명기라는 것이 있구나 알았지만, 그저 장인들이 직접 손으로 만드는 것 정도의 차이만 있는 줄 알았지 구조적으로, 재료적으로 그리고 장인의 셋팅 노하우가 들어가는 것은 알지 못했다. 무식했다. 아니 좋게 이야기해서 무지했다. 올 솔리드 원목기타가 있다는 것을 2년 전에야 알았으니까!

그리고 그 며칠 뒤!
이러저러 하더라는 나의 이야기를 들은 아내는 생일 선물로 샤콘느 180호 정도는 사주겠다는 것이다. 물론 나의 강한 어필은 있었지만 그래도 내게는 천사 같은 아내이다.
주문! 640mm(손이 작아서)/20프렛(망고레 숲속의 꿈)! 이것이 2년 전쯤 곽웅수 선생님께 드린 나의 주문이다. 물론 ‘브라만’이라는 훌륭한 기타를 들어 알고 있었지만, 여러 가지 면에서 내 능력 밖이라고 생각되었다. 나의 메인 기타가 될 이 기타는 이런저런 사정으로 2년이 다 되어가는 아직도 제작중이다. ( 곽 선생님! 장인의 정성과 시간은 다 돈입니다. 얼른 만드셔서 넘겨주세요.  더 이상 합판기타는 싫어요. ㅋㅋ  )

나의 기타생활에 있어서 지난 2년간은 그 앞의 30년을 능가한다. 연주실력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리 작은 소품이라도 소중하게 여기고 그것을 음악적으로 잘 표현하려는 마음를 알게 된 것 같다. 또 안치고 삼사일 지나면 잊게 되지만 항상 암보로 곡을 마무리하려고 애쓴다. 좋은 기타, 연주하기 편한 기타라는 것은 분명히 있다. 지난 여름 한 두어달간
칠 등 마무리 완성이 되지 않은 기타를 곽 선생님이 유럽 가시기 전에 전해 받았는데, 매우 놀라운 경험을 하였다. 장대건의 CD에 있는 곡들을 연습하는 중, 음악적 접근성에 굉장한 속도를 느끼게 되었다. 에밀리 퓨홀의 ‘로만제’, 소르의 ‘바가텔’, 료벳의 카탈로니아 민요들이 아주 쉽게 손끝에 다가왔다. 자, 주제가 이것이 아니니 본론으로 돌아가자.

나는 기타메니아에 많은 빚을 지고 있다. 수많은 글들을 통해서 어디서도 얻을 수 없는, 그리고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지식과 경험을 얻었고, 지금도 얻고 있다. 그 중에서 지난 해의 마르비 마스터 클래스의 글들은 ‘나도 저런 걸 할 수 있을까?’하는 촉발제가 되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엄벙덤벙 이번 앙겔라 마스터 클래스에 참가하게 되었다.

이번에는 억지로 사후 승인한 내 아내는 이를 두고 유희적 본능의 연장이라고 하였다.
RC 모형헬기, Marklin 모형기차 사모으기, 범선 제작 Kit, 더 나아가서는 오디오기기 바꿈질까지 어릴 적 장난감을 갖고 놀아보지 못한 아이가 어른이 되어 이를 보상하려는 본능이라고. 그래 동의한다. 나의 메인기타는 여전히 그 주문한 기타지만, 그래도 한번 만들어 보고 싶다! 오케이!

목표: 640mm 20fret 시더앞판(주문한 것이 스푸르스니까), 나머지는 인디안 로즈우드
모델: 내 맘대로 플레타/ 복제가 아니라 대충 그런 비슷한 것
설계도: 없음
특징: 몰라서 없음  
도구: 그냥 오라고 해서 하나도 준비하지 않았음
사전준비: Courtnall 의 Making Master Guitars,
          Bogdanovich 의 classical guitar making  딱 한번 씩 읽었음

앞서 곽 선생님은 좋은 재료이기 때문에 일정한 수준의 기타가 완성되는 경험들을 하는 것 같다고 말씀하셨지만, ‘시키는 대로 따라 해보자’ 정신으로 참가하게 되었다.

자, 서론이 길어졌고 이제 다음번에는 본격적으로 수업에 참가하여 앙겔라를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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