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엔 시디플레이어가 없었다.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도구라곤 테잎과 라디오가 나오는 구식카세트와 워크맨 그리고 너무 낡아 돌아가지도 않는
턴테이블이 전부였다.
그의 음악이 담긴 테이프를 찾았지만 끝내 찾을 수 없었고 단지 몇장의 시디만 볼 수 있었다.
대학에 들어가서 첫 여름방학때 아르바이트를 해서 휴대용 시디플레이어를 하나 장만했다.
그리고 그의 음반을 사러 시내에 있는 음반가게는 다 돌아다녔다.
그의 음악은 탱고의 역사밖에 들어보지 못했던 나는 그의 다른 음악을 들으면서 그가 기타작곡가가 아닌 땅고
작곡자 였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 당시 내가 처음으로 삐아쏠라를 좋아하게 된 90년대 초반에는 삐아쏠라가 우리나라에 그리 잘 알려지지도 않
았을 뿐더러 그를 알 수 있는 자료조차 태부족이었다.
내가 그에 대해 알 수 있었던 자료는 단지 음반 속에 삽입된 속표지에 기록된 짧은 글들 뿐이었다.
삐아쏠라의 땅고를 들으면서 나는 큰 충격에 휩싸였다.
인간의 희노애락과 애수 그리고 노스탤지어가 그대로 녹아서 내 가슴을 울렸다.
그의 음악을 들으면서 때론 분노하고 가슴을 적시는 애수를 느끼기도 하고 어떨땐 혼자 미소를 지으면서 내가 마
치 다른 차원의 세계에 와있는 듯한 착각까지 들었다.
내가 그동안 갇혀있던 음악세계로부터 탈피하는 기간이었다.
그러나 그의 음악을 들으면서 느끼던 그 감동들이 나의 장래에 큰 영향을 줄 줄은 그 때는 미처 알지 못했다.
다음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