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에...

by 솔개 posted Apr 04,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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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료지기
-정창교 (안동 대곡분교 3년)




아버지하고
동장네 집에 가서
비료를 지고 오는데
하도 무거워서
눈물이 나왔다.
오다가 쉬는데
아이들이
창교 비료 지고 간다
한다.
내가 제비 보고
제비야,
비료 져다 우리 집에
갖다 다오, 하니
아무 말 안 한다.
제비는 푸른 하늘 다 구경하고
나는 슬픈 생각이 났다.


-1970










한 사내
-김사인



한 사내 걸어간다 후미진 골목
뒷모습 서거프다 하루 쎄끼니
피 뜨거운 나이에
처자식 입 속에 밥을 넣기 위하여
일해야 하는 것은 외로운 일
몸 팔아야 하는 것은 막막한 일
그 아내 자다깨다 기다리고 있으리
차소리도 흉흉한 두시
고개 들고 살아내기 어찌 이리 고달퍼
비칠비칠 쓰레기통 곁에 소변을 보고
한 사내가 걸어간다 어둠 속으로
구겨진 바바리 끝엔 고추장 자욱.











다시 아이에게




너에게 줄 것은
물려받은 가난도 푸념도 아니었다.
이 나라 삼천리
지천으로 깔린 들풀들의 싱싱함,
있는 듯 없는 듯
그러나, 봄이면 어김없이 고개를 쳐드는
힘찬 그리움이었다.
그 평범한 마음씨 하나였다.

아이야,
해마다 봄이 오면 들길을 걸어보아라.


-2000.







  

Chaconne (BWV1004)
-J.S. Bach / A. Segovia (guitar)



어제 일요일, 간만에
오후의 봄햇살을 마시러 들판을 찾았다.
막걸리 한 통 벗처럼 데불고...
여기저기서 풀들이 한참 봄물을 마셔대고 있었다.
그런데, 참 이 나이에 이르러서야
새로운 사실을 하나 발견했다.
아니, 발견이 아니라 그동안 내가 멍청하게도 몰랐던 것이리라.

겨우내 누렇던 풀들이 다시 푸르러지면
나는 그것이 작년의 풀들은 다 죽고,
뿌려진 풀씨들이 새로 자라서 새 싹을 틔우는 줄만 알았다.
즉, 세대교체를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누렇게 마른 풀대 밑에서부터 다시 푸른 물이 오르고 있었다.
물론 풀씨가 새로 자라 싹을 틔우는 것들도 있지만
잔디나, 떼 같은 풀들은
죽었던 풀대가 봄물을 마시면서 다시 푸르러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살아나는 다년생(여러해살이) 풀들이 의외로 많았다.
아무튼, 그 사실 하나를 발견하고 나는 기분이 매우 좋았다.
그래서 술맛도 좋았다. 하하. 싱거운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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