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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itarMania

한국어
2005.04.04 12:13

4월에...

(*.36.69.229) 조회 수 3256 댓글 11

비료지기
-정창교 (안동 대곡분교 3년)




아버지하고
동장네 집에 가서
비료를 지고 오는데
하도 무거워서
눈물이 나왔다.
오다가 쉬는데
아이들이
창교 비료 지고 간다
한다.
내가 제비 보고
제비야,
비료 져다 우리 집에
갖다 다오, 하니
아무 말 안 한다.
제비는 푸른 하늘 다 구경하고
나는 슬픈 생각이 났다.


-1970










한 사내
-김사인



한 사내 걸어간다 후미진 골목
뒷모습 서거프다 하루 쎄끼니
피 뜨거운 나이에
처자식 입 속에 밥을 넣기 위하여
일해야 하는 것은 외로운 일
몸 팔아야 하는 것은 막막한 일
그 아내 자다깨다 기다리고 있으리
차소리도 흉흉한 두시
고개 들고 살아내기 어찌 이리 고달퍼
비칠비칠 쓰레기통 곁에 소변을 보고
한 사내가 걸어간다 어둠 속으로
구겨진 바바리 끝엔 고추장 자욱.











다시 아이에게




너에게 줄 것은
물려받은 가난도 푸념도 아니었다.
이 나라 삼천리
지천으로 깔린 들풀들의 싱싱함,
있는 듯 없는 듯
그러나, 봄이면 어김없이 고개를 쳐드는
힘찬 그리움이었다.
그 평범한 마음씨 하나였다.

아이야,
해마다 봄이 오면 들길을 걸어보아라.


-2000.







  

Chaconne (BWV1004)
-J.S. Bach / A. Segovia (guitar)



어제 일요일, 간만에
오후의 봄햇살을 마시러 들판을 찾았다.
막걸리 한 통 벗처럼 데불고...
여기저기서 풀들이 한참 봄물을 마셔대고 있었다.
그런데, 참 이 나이에 이르러서야
새로운 사실을 하나 발견했다.
아니, 발견이 아니라 그동안 내가 멍청하게도 몰랐던 것이리라.

겨우내 누렇던 풀들이 다시 푸르러지면
나는 그것이 작년의 풀들은 다 죽고,
뿌려진 풀씨들이 새로 자라서 새 싹을 틔우는 줄만 알았다.
즉, 세대교체를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누렇게 마른 풀대 밑에서부터 다시 푸른 물이 오르고 있었다.
물론 풀씨가 새로 자라 싹을 틔우는 것들도 있지만
잔디나, 떼 같은 풀들은
죽었던 풀대가 봄물을 마시면서 다시 푸르러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살아나는 다년생(여러해살이) 풀들이 의외로 많았다.
아무튼, 그 사실 하나를 발견하고 나는 기분이 매우 좋았다.
그래서 술맛도 좋았다. 하하. 싱거운 글. ^^;




  
Comment '11'
  • 1000식 2005.04.04 12:22 (*.228.153.58)
    안동 대곡분교라면 작년 가을 마을 사람들과 함께 질펀하게 놀았던 곳이네요.
    대곡은 안동에서도 가장 오지인 곳.
    1970년도라면 이오덕 선생님(작년에 돌아가셨지요?)이 교사로 재직하시던 때로 아동들의 동시를 모아
    <일하는 아이들>이라는 시집을 내서 큰 반향을 일으켰지요?
    제가 안동에 살고 있는지라...
  • 솔개 2005.04.04 12:27 (*.36.69.229)
    네, 맞습니다. ^^;
    나는 이런 시가 비록 동시일지라도 좋은 시라고 본답니다.
    그래서 시를 쓰고자 하는 후배들에게 가장 먼저 이오덕 선생의 책을 소개합니다.
    시를 무슨 말의 기교로 여기는 세태가 너무 팽배해서...ㅡ.ㅡ;
    시의 근원적인 힘은 역시 '진정성'에 있으니까요.
    해설을 보지 않고도 읽히는 시가 많아졌으면 합니다.

    아무틍, 언제 수님 공방에서 막걸리 한 잔 했으면 싶네요. ^^
    고운 봄이 되시길....
  • 2005.04.04 13:03 (*.80.9.130)
    비료지기 ...시가 참 좋네여.
    솔개님 다니신 들판에 가서 저도 다년생풀들이
    죽은풀잎아래 새싹을 밀어올리는거 보고싶네여.

    사람붐비는 도회지를 떠나
    알라스카에 가서 몇년 살다오고 싶네여.
    복잡한생각을 많이 하니까
    하수구에 때끼듯이 머리에도 때가 끼네여.
  • 비료지기 2005.04.04 13:35 (*.247.159.52)
    옛날에 서울대에서 만들던 '메아리'에 비료지기에 곡을 붙인 노래가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시를 읽고 노래를 생각해봤는데 앞부분 조금밖에 기억이 안나네요...ㅠ.ㅠ

  • 조아 2005.04.05 00:52 (*.157.85.107)
    아버지가 올해부터 내게 물려준 사과밭에 오늘 비료 한차 그득 내렸다....
    너무 아름다운 시때문에 눈물 한방울 뚝,,,,
    비료 한포대에도 힘겨워하던 아버지 생각에 또 한방울 뚝,,,,,
    어제 렛슨때 힘겨워 하시던 선생님 생각에 또 한번 핑글,,,,
    쐬주가 땡긴다,,,무지...... 10000식횽아!!!!술한잔하죠!!!!!!!
  • 1000식 2005.04.05 01:52 (*.228.153.58)
    조아님이 누군지 모르지만 어제 렛슨이라면 제선생님의 렛슨?
    난 눈치가 넘 빨라 탈이여~ 뉘기여~ 대충 짐작은 가누만.
    지금 혼자서 쎄주 한 잔 하고 있는데 난 아무래도 알콜 중독인가벼~
    혼자 마시는 술은 독이라 카던데...
    요즈음 거의 잠을 못이루고 있는데 그도 그럴 것이 하루도 빼꼼한 날이 없응께.
    근데, 밑모를 이 어지러움은 뭐다냐?

    며칠 전 동화작가 권정생 선생님을 뵙고 돌아서면서 눈물 핑.
    생전의 이오덕 선생님이랑 무척 친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글고, 내가 좋아하는 임병호 행님이랑 이오덕 선생님과도 친했고,
    <객주>라는 소설을 쓴 김주영 선생님이랑도 다 술 친구였당께로.
    다 안동을 중심을 활동했던 사람들이었으니까 당연한 사실이지만.
  • 조아 2005.04.05 02:12 (*.157.85.107)
    ㅎㅎㅎ.......마추셨군요.......
    술을혼자먹으면 어케요,,,맨날천날.........가치머거야 마시쩨...
    눈물이 핑나서 잽싸게 휙돌아 섯는데,,,,,,,그만 가치가가 하는말....
    가~치~가~~~.......ㅜㅠ.....
    그래서 내가 그랬죠........
    조.... 아...!
  • ZiO 2005.04.05 02:33 (*.106.195.181)
    전 혼자 맥주 때리고 있습니다...안주는 담배...^^;;
    삼겹살에 소주가 그립네요.
  • 1000식 2005.04.05 02:40 (*.228.153.58)
    지얼님~
    '명정'이 뭔지를 알아야 술 맛을 제대로 안다고 할 수 있는데...
    삼겹살에 소주라면 내 전공.
    뇨자가 없어 좀 거시기 하지만서두.
    지금 지얼님의 '오 마이 러브' 계속 듣고 있어요.
    안동에 오면 맨날 쎄주에 삼겹살, 혹은 멸치, 아님 참치 캔.
    근데 오늘은 특별히 냉이 된장국에 쎄주.ㅋㅋㅋ
    지얼님 보고잡다.
    잠시 스쳐 봤지만...
  • 조아 2005.04.05 02:41 (*.157.85.107)
    하하하......전,,,
    지얼님이 준 비틀주에,,,담배안주........
  • ZiO 2005.04.05 02:43 (*.106.195.181)
    철푸덕~ OTL
    익명시간 설정 같은 거 이젠 안할랍니다...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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