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

by gmland posted Dec 02,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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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

  재미있는 글이 있어서 옮겼습니다.

- 필자 : 김대식 (서울대 교수·고체물리학)

필자가 외국 친구들에게 주워들은 재미있는 이야기 중 하나는 비데가 왜 생겨났는가에 대한 야사인데 49%의 신빙성이 있다. 백인의 경우 남녀를 불문하고 몸에 털이 많은데 화장실을 이용할 때도 이로 인한 불편이 많다는 점이다. 화장실에서 일을 보고 휴지를 아무리 많이 사용해도 문제는 남아 이를 해소하기 위해 물을 이용하는 비데가 발명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서양인과 달리 상대적으로 털이 적어 비데가 필요 없다는 설명을 하면 백인 친구들은 많은 경우 이를 수긍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양 것이라면 근원에 상관없이 무조건 좇아가고 그게 상류층 문화가 되는 이상한 전통을 따라 우리나라가 수 년 안에 비데 사용률 세계 1위가 될 것은 93% 확실하다.

생리학적 이야기를 떠나 음악이야기를 하면 유럽 친구들이 한국에 와서 매우 의아해하고 심지어 불쾌하게 생각하고 더 나아가 분노하는 것이 있다. 왜 호텔이나 레스토랑, 심지어 공항에서조차 한국 고유음악이 안 나오고 난데 없는 슈베르트·비발디 등의 클래식 음악, 심지어 유럽 민요인 대니 보이 등이 나오느냐 이것이다. 분개의 정도는 문화의식이 높을수록, 음악을 잘 이해할수록, 한국을 사랑할수록 더 크다. 현실과 관념이 다를 때가 많은데 이 경우가 바로 그렇다. '서양인이니까 귀에 익은 서양음악을 듣고 싶겠지', '서양음악에 대한 이해가 깊은 우리를 대접해주겠지'라고 우리는 '관념적으로' 생각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들은 거꾸로 판소리나 거문고를 듣고 싶어 하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과 관념의 괴리에는 열등감이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 우리 것을 그대로 자신 있게 보여주지 못하고 남의 것을 얼마만큼 잘 모방했느냐, 흉내를 잘 내느냐로 기준을 삼는 데에는 우리는 어차피 그들보다 못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호텔과 레스토랑에서 판소리가 안 나오고 서양 클래식이 나오는데 의아해하는 외국인들은 또한 왜 인기드라마 '대장금'에 나오는 젊은 궁녀들의 얼굴이 한국적이 아닌가를 질문한다. 눈은 모두 쌍꺼풀이 있고, 코의 높이는 평균 18mm 이상이고, 눈은 최대한 동그랗고, 턱은 뾰족한 '서양적' 얼굴인 것이다. 20대 탤런트와 60대 탤런트의 얼굴을 비교하면 도대체 같은 나라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서양적'인 미를 추구하고 '서양인 못지않은' 미인들을 제조해내고 발굴했건만 정작 서양인들은 한국적인 얼굴이 브라운관에서 사라지고 있는 것을 개탄한다.

우리는 음악과 미모에서 서양을 짝사랑하면서 '따라잡았다'고 흐뭇해하지만 실제로 서양인들은 이럴수록 우리를 낮게 본다. 짝사랑하는 것처럼 확실하게 대접 못 받는 길도 없다. 우리 것을 지키면서 자신 있음을 보일 때 대접받는다. 얼굴 기준을 백인얼굴에 두고, 우리가 보기에 눈·코·얼굴모습에서 가장 백인에 가까운 사람을 미인이라고 해봤자 정작 백인들은 예쁘다고 보지도 않고 백인에 가깝다고 보지도 않는다. 이런 짝사랑에 밀려 수 만년을 거쳐 진화해온 우리 얼굴은 '이국적 외모'를 자랑하는 탤런트들에 밀려 대중매체에서 멸종돼 가고 있다. 이러면서 한국에 대해 어쩌다 쓴소리 하는 외국인은 금방 우리의 공적이 된다.

공항과 레스토랑·호텔에서 판소리와 거문고·퉁소가 주로 나오고 한국적인 얼굴이 브라운관을 장식하는 것이 진짜로 세계적인 것이다. 또한 살아있는 돼지가 밑에 있는 깊이 1.63m의 한국적 화장실을 복원시켜도 특정 외국인들에게는 훌륭한 체험 관광 상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김대식 (서울대 교수·고체물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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