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채화 5점 / 해설

by 솔개 posted Apr 14,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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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그림 몇 점 들고 왔습니다. 그동안 두문불출 그림에만 몰두했는데, 결과는 영 신통치 않네요.  많이 찢어내긴 했지만 그나마  몇 점을 건져서 다행입니다. 반타작은 한 셈이지요. ^^;  그림만 올리기는 뭐해서, 이번 기회에 수채화에 입문하고 싶으신 분들이나 초보자를 위해서 미력하나마 제 나름대로의 작업과정을 설명해볼까 합니다. 물론 다른 분들께도 작품을 감상하는데 어느정도의  길잡이가 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그림을 클릭하시면 큰 사이즈로 보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림의 색상, 명도 등은 모니터 설정환경에 따라 달리 보일 수 있음을 참고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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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겨울 아침, 2002,





사실, 이 그림은 3번째 시도하여 겨우 건진 작품입니다. 겨울아침의 따사로운 햇살을 표현해보고 싶었는데, 역시 수채화로 표현하기엔 까다로운 주제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지요. 몇 번 찢어낸 뒤에야 그런대로 쓸만한 놈이 나오더군요. ^^ ; 이 그림의 소재는 5년전에 찍어둔 사진을 토대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따라서 사진 원본과는 구도와 색감 등등이 판이하게 다릅니다.

사용한 종이는 아르쉬, 250g, 러프(Rough) 입니다.  종이는 표면의 거침 정도에 따라 세목(HP Hot Press:매끄러움), 중목(CP Cold Press:중간거침), 황목(R Rough:거침)으로 구분합니다. 일반적으로는 중목이나 황목이 많이 쓰이는데, '핫프레스'는 정밀화 같은 세밀한 작업에 사용됩니다. 국내에는 여러 종류의 수채화지가 수입되어 있는데 저는 아르쉬 (Arches:프랑스산)나 왓맨(Watman:영국산)을 즐겨 쓰고 있습니다. 수채화지에 대한 보다 자세한 해설은 "임흥빈"님의 홈페이지  http://www.watercolorpia.com 에 마련되어 있는 "수채화 재료학"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번의 작업들은 모두 아르쉬지를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250g은 조금 얇아서 애를 먹었습니다. 얇은 종이를 사용할 때는 미리 스크래칭 (종이에 물에 먹여서 고정시키고 말려서 화판에 팽팽하게 해주는 작업)을 해야 하는데, 이 작업이 또한 여간 귀찮고 까다로운 게 아닙니다. 스크래칭을 하지 않으면 물을 많이 사용하는 주제 ─ 바다나 호수 등 주로 물을 표현하는 작품에서는 표면이 뒤틀리게 되어 작업을 용이하게 할 수 없게 됩니다. 다시 말해 '종이가 우는' 현상이지요. 하지만 300g 이상의 두꺼운 종이에서는 굳이 스크래칭이 필요없습니다. 두껍기 때문에 아무리 물을 많이 먹여도 끄덕없거든요. 그러나 그만큼 종이값은 비싸지겠지요? ^^  참고로, 아르쉬 300g의 경우 전지 한장 가격이 10,000 내외를 호가하는데, 에구 너무 비싸요. 특히 저 같은 가난뱅이에게는.... 20만원 어치를 사다 놓고 그림 10여장 그리면 종칩니다. 물론 찢어버리는 횟수를 줄이는 게 최선의 방법인데...^^; 아무튼 이게 다 종이를 수입해서 쓰기 때문이지요. 앞으로 한국에서도 전문 수채화지가 생산되는 날이 온다면 좋겠습니다. 각설하고, 아무튼 게으른 탓으로  스크래칭없이 시작했습니다. 그대신 물을 주제로 한 작업은 물론 포기하기로 했고요. 다음에 보다 두꺼운 종이를 구입했을 때, 그러한 주제를 다뤄볼까 생각합니다. 에구~ 글이 너무 장황해졌네요.

먼저, 사진을 토대로 연습지에 몇 번의 스케치를 합니다. 마음에 드는 구도를 잡아내기 위해서지요. 마침내 스케치 중에서 가장 흡족한 구도를 선택하고 화폭을 마련합니다. 스케치와 사진을 참고하면서 밑그림을 그려넣습니다. 수채화에서 사용하는 연필은 HB를 사용하는 게 좋습니다. 흔히 미술연필 하면 4B를 떠올리겠지만, 수채화에서는 무른 연필은 좋지 않습니다. 무를수록 잘 번지기 때문에  그림이 지저분해져버립니다. 아, 그리고 참고로 종이 위에 손을 자주 대거나 지우개를 자주 사용하는 것을 삼가해야 합니다. 지우개는 어쩔 수 없을 경우에만 종이 표면이 상하지 안도록 조심해서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또  종이 위에 손자국을 자주 내게 되면 피부 표면의 기름기가 종이 위에 묻어서 나중에 물감이 제대로 칠해지지 않게 됩니다. 그러므로 이런 것들에도 신경을 써야합니다.  

밑그림을 그릴 때는 세세한 사항은 그리지 않습니다. 몇 개로 구분되는 주요형태의 경계만을 표시하는 것으로 마무리합니다. 그러나 특별히 세밀한 묘사가 필요한 부분이 있을 경우엔 물론 밑그림에 표시를 해둬야겠지요. 대체로 세부표현은 직접 붓으로 그려나가는 과정에서 해결해야만 얽매임없는 자유로운 느낌을 이룰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그려나가다 보면 처음 의도와는 다른 그림이 태어날 수도 있습니다. 그것이 수채화가  갖는 의외성의 매력이기도 하지요.
밑그림 작업이 끝나면 화폭을 보면서 구체적인 작업 계획을 수립합니다. 예를 들면 빛의 방향, 색상과 농도, 채색순서, 그리고 부분적인 채색 기법 (Wet on wet, Dry on dry 등) 사용할 붓의 종류...기타 염두에 두어야 할 사항 등을  미리 구상해 둡니다. 수채화는 잘못 되었을 경우 지우고 다시 시작할 수가 없기 때문에 이러한 사전 계획을 치밀하게 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지 않고 아무 생각없이 그려나가면 실패할 확률이 그만큼 높아지겠지요.  구상이 끝나면 원경과 밝은 색부터 채색해 나갑니다. 작업 중간 중간에 화판에서 멀리 떨어져서 조망해 보면서 전체적인 균형을 맞춰나갑니다.  

이 그림에서 빛은 10시 방향 쯤인데, 아침 10시 무렵의 햇살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렇게 일관된 방향을 유지하면서 그림자 부분을 처리합니다. 가장 오른쪽 건물의 벽면 표정과 그 벽면에 비껴드는 빛살 자국을 음미해 보십시요. 가운데 부분의 하얗게 빛나는 차양, 휘돌아가는 길가의 말뚝들 ── 사실 이건 빨랫줄용으로 사용되는 말뚝인데 그림에서는 많은 부분을 생략해버리고 그냥 단순하게 말뚝만 몇개 그려 넣었습니다. 그리고 맨 왼쪽의 커다란 나뭇가지...이런 것들이 전체적인 균형을 이루는 포인트들입니다. 그림에서는 실물과 똑같이 표현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냥 전체적인 느낌을 살리고 균형을 위해서는 불필요한 것들은 과감하게 생략해버립니다. 또 필요하다면 없는 것도 그려넣을 필요가 있습니다. 이 그림의 가운데에 있는 몇개의 나뭇가지들, 그리고 맨 오른쪽에 있는 녹슨 드럼통과 거기에 걸쳐져 있는 각목들은 사실 실사에서는 없는 것들인데 그림의 균형을 위해 그려넣은 부분들이지요. 만일 그것들이 없다고 생각해 보십시요. 뭔가 허전하다는 걸 금방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또 맨 왼쪽 큰 나무 뒷편에 있는 집들의 형태와 그 표현을 주목해 보십시요. 원경이기 때문에 세밀하게 표현할 필요는 없습니다. 물감이 아직 젖어있을 때 '닦아내기' 기법으로 지붕 몇개를 표현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가운데 멀리 보이는 집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냥 느낌을 살리는 것만으로 충분하며 또한 그것이 수채화가 갖는 매력이기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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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건너서, 2002,




이 그림은 구도 자체에 매료되어 시작한 작품입니다. 빛의 방향은 1시. 지붕의 형태와 색상 그리고 그것의 표현방법 등을 염두에 두시고 보시면 됩니다. 세세한 표현은 거의 생략하고 형태 자체가 주는 균형에 포인트를 두고 그린 것입니다. 다리 건너편의 축대는 위쪽 부분만 축대라는 느낌이 들게 그려넣고 아래쪽은 그냥 습윤법(번지기 기법)으로 처리하여 세부표현을 생략했습니다. 만일 그 아래부분까지 세밀하게 묘사했다면 수채화의 담백하고 투명한 맛이 반감 되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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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길 오르면, 2002,




이 그림은 가장 많이 찢어낸 뒤에야 완성한 작품입니다.  주제는 오른쪽 담장 너머에서 비껴드는 햇살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 보는 구도인데, 큰 나무 아래 쌓아놓은 건축자재들(콘크리트 거푸집에 사용되는 판넬들)에 비껴드는 햇살과 그 아래 하얗게 빛나는 부분이 중심 포인트입니다. 이런 주제는 수채화로 표현하기가 정말 까다롭습니다. 전체적인 색의 농도를 이루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3번 정도 찢어내고 7시간의 집중 뒤에서야 원하는 그림이 나왔습니다. ^^;  오른쪽 브로크 건물의 벽면과 작은 창틀에 비치는 햇살의 느낌, 그리고 왼쪽 채마밭에 비껴드는 햇살, 울퉁불퉁한 길의 표정 등을 음미해보십시요. 빛의 방향은 3시 반쯤으로 상정했습니다. 지붕 위에 드리워진 큰나무 그림자를 보면 빛의 방향을 짐작할 수 있지요. 오른쪽의 가장 밑에 표현한 담장은 실사에서는 수직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그것마저 수직으로 반듯하게 표현해버리면 재미가 없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뒤틀린 듯하게 표현하여 변화를 꾀한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맨위의 길끝의 오른쪽을 보면 은은한 빛이 흘러들어와 집의 벽면에 비껴들고 있는 걸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아무튼 그런 점들을 염두에 두시고 은은한 빛살의 조화를 느껴보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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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봄날, 2002,



산촌. 어느 따사로운 봄날의 오후 쯤 되겠네요. 빛의 방향은 11시. 그림의 1/3을 차지하고 있는 앞산의 경우 단순하게 처리하지 않고 명암의 변화로 표정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보다 더 어둡게 표현했는데 그건 근경의 밝음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때문입니다. 전체적으로 다 밝아버리면 그림이 생동감을 잃고 밋밋해져버리기 쉽지요. 멀리 산 아래 보이는 원경은 그냥 들판의 느낌이 들도록 명암의 변화만으로 마무리했지요. 이 그림의 포인트는 역시 농가 뒷편에 있는 대숲입니다. 몇 번의 사선을 이루는 붓질로 대나무의 느낌을 표현했습니다. 따사롭고 조용한 봄날, 간혹 불어오는 바람에 대숲이 수런거리는 소리가 들리나요? 농가의 지붕은 단순하게 표현했지만 붉은 지붕의 옆면에 몇개의 골을 그려넣음으로써 양철지붕의 느낌이 들게 했음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농가 아래쪽의 과수밭과 듬성듬성 보이는 공간, 그리고 붉은 산밭에 빛나는 햇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돌아나가는 산길 등이 감상 포인트입니다. 말 그대로 조용한 봄날의 아늑함을 느낄 수 있다면 그런대로 성공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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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홀한 오후, 2002,



말 그대로 하얀 복사꽃이 흐드러지는 광경입니다. 전체적으로 붓자국을 거칠게 남김으로써 생동하는 봄의 숨결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물론 포인트는 하얀 복사꽃에 내리는 눈부신 봄햇살입니다. 빛의 방향은 거의 역광에 가까운데, 굳이 말하자면 11시 반쯤 되겠네요. 언덕배기의 경우 실사에서는 연두빛으로 이어지지만, 일부러 연한 붉은 계통을 더 많이 풀어놓았습니다. 그 이유는 언덕배기 아래 있는 묵정밭의 푸른빛과 대비를 주기 위한 것입니다. 만일 언덕배기도 똑같이 푸른 계통으로 처리해버리면 그림이 너무 밋밋해져 버립니다. 그림에서는 늘 전체적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변화를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이 점이 사진과는 다른 점이기도 하지요. 복사꽃의 표현은 흰 바탕에 연붉은 빛과 연한 그림자를 찍어주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수채화에서는 그런 것을 너무 세밀하게 표현해버리면 투명한 맛이 나오질 않습니다.

늘 말하는 것이지만 그림은 느낌의 표현이지 있는 그대로를 그려내는 작업은 아닙니다. 그래서 과감한 생략이 필요합니다. 실사에서는 울긋불긋한 꽃들이 복사꽃 사이사이에  피어있지만, 다 생략해버렸습니다. 그런 것들을 다 표현하자면 그림이 정말 지저분해져 버리지요. 또 언덕배기의 표정을 음미해보세요. 번지기 기법으로 대략적인 명암을 잡아주고 다 마르지 않고 아직 촉촉한 상태에서 다시 표정을 살리고, 완전히 마르기를 기다려 수십번의 엷은 붓터치로 언덕배기의 생동감을 만들어 주었지요. 하지만 이런 표현은 초보자들에겐 조금 무리일 것입니다. 동양화를 해보신 분이라면 금방 터득하실 수 있겠지만... 언덕배기 아래 펼쳐저 있는 묵정밭은 연두빛과 엷은 색 등으로 골을 표현하고 오른쪽과  중간 부분에 붉은 황토색을 풀어주어 색의 포인트와 균형을 만듭니다. 색상이 다 마르기 전에   그냥 느낌에 의지한 채 빠르고 거친 붓터치로 풀의 느낌을 표현합니다. 다 되었습니다. 그런데 뭔가 허전합니다. 결국 마지막으로 흑염소 두 마리를 그려넣어서 그 허전함을 채워주었습니다. 황홀한 봄날 오후의 느낌이 묻어나오나요? 그렇다면 어느정도 성공한 셈이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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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http://garosu.nayana.co.kr
e-mail: garosu2@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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