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랑님이 제기하신 대가들의 운지라는 주제에 대해, 나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운지가 결정되거나, 운지를 만들 때에는, 객관적 측면과 주관적 측면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각 관점에서의 여러 가지 시각이 있겠지만, 우선 고려되어야 할 것 중에, 객관적 측면의 대체적인 주요 포인트는, 악구, 악절의 흐름과 이에 따른 감정을 살리는 것일 겝니다. 물론, 엄밀히 말한다면, 악곡의 해석은 주관적이므로, 여기에 무슨 객관성이 있느냐고 할지 몰라도, 궁극적으로는 주관적이라 할지라도, 어느 정도까지는, 느낌의 공유 현상이 있음도 부정할 수 없는 것이니까요.
주관적인 부분에서는, 운지가, 각 연주자의 손가락 구조 등, 인체의 특성과 평소의 습관에 자연스럽게 부합되느냐 하는 점이겠지요. 아무리 대가의 운지라 할지라도, 아무리 많은 주자들이 쓰는 운지라 할지라도, 어떤 특정인의 인체구조나 습관에 맞지 않아서, 습득에 많은 애로가 있다거나, 많은 시간이 걸린다면, 굳이 이런 운지를 취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오히려, 악구의 재해석은 창의성을 결정하는 대상이므로, 꼭 대가를 따라가야 할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다만, 여러 주자들이 사용하는 운지는 이미 검증된 것이라 볼 수 있으므로, 특별한 주관적 장애가 없고, 악구에 대한 개성적인 재해석이 없다면, 그냥 따라가는 것이 무난할 것이고, 만일 어떤 이유가 있어서 운지를 바꾼다면, 악구의 흐름을 깊이 간파해야 하겠지요.
왼손 운지를 만들 때는, 대개, 첫째, 악구의 흐름을 살리기 위해서, 같은 선을 쓰느냐, 다른 선으로 이동할 것이냐, 이 프레이즈는 몇 번 선, 몇 번 프렛 부근의 음색이 가장 잘 어울리느냐, 이때 일반적으로, 기능적 무리가 없느냐, 하는 점들을 따지게 됩니다.
둘째, 악곡의 특정 부분에서, 어떤 운지를 결정할 때, 이 운지가, 전후 마디의 선율 및 화성 진행에 대한 변화감, 또는 안정감을 줄 수 있고, 연결되는 운지에도 기능적 무리가 없느냐, 하는 점을 유념하게 되며, 만일, 좋은 운지라 하더라도, 기능적 연결이 어렵다면, 포기할 수밖에 없겠지요. 그러나 이런 경우에, 프로 연주자가, 자기만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어렵더라도, 어떤 특별한 운지를 개발하는 경우는 많이 있습니다. 일반 애호가가 이런 운지를 따라갈 필요는 없겠지요.
셋째, 연주에 있어서, 기능만을 생각한다면, 어떤 악곡이든 악구 별로 분석하면, 그 연주 패턴은 결국, 온음계 또는 반음계의 스케일 연주, 분산화음의 연주, 화음연주를 통한 화성진행으로 압축할 수 있으며, 이게 어떤 형태의 표현이든, 그 흐름에는 화성학적 주요 음정의 진행이 숨어 있는데, 이때, 이 진행을 살리기 위한, 기타 선, 프렛의 관계 및 필요한 속도 등의 기능적 난이도 등이 운지를 결정한다 할 수 있습니다.
오른손 운지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프레이즈의 흐름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고, 어떤 운지가 기능적으로 자연스러운가, 무리가 없는가, 하는 점이 제약 조건이 될 것입니다. 다만 오른손 운지는, 같은 선, 같은 프렛에서도, 탄현 운지에 따라 음색과 느낌이 달라지므로, 결국 운지에 따라 여러 가지의 선택 가능한 표현이 나올 것입니다. 현악기 중에서도, 특히 기타가 어려운 이유는, 오른손 운지에 따라서도 표현감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일 것입니다.
어떤 대가들의 오른손 운지가 서로 다르다든가, 어떤 특정 대가의 운지를 따라갈 것인가, 자기만의 운지를 개발할 것인가 하는 것은, 결국은 각 연주자의 프레이즈 해석에 따른 음악성의 문제로 귀착될 것입니다. 여기에는 궁극적인 正道가 있을 수 없고, 오로지 연주자의 개성만이 유일한 잣대일 것입니다. 학문적 입장에서는, 연주는 연주자의 논문이므로, 어떤 대가가, 자기의 논문이 옳으니, 따라오라고 주장하는 것도 당연하겠지만, 반론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음도, 또한 당연한 것이므로, 이는 연주자의 선택의 문제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gm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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