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을 건너 반대편 진지에 도착했을때...
처음 인원의 1/3은 싸늘한 시체가 되버렸고, 배안에 고여있는
붉은 핏물에 양손이며 얼굴, 옷에는 온통 피범벅이다.
배에서 내리자 마자 숨돌릴 틈도 없이 길게 줄을 서서 무기를
배급 받았다. 두명당 소총 한정과 실탄 5발...
옆의 동료가 쓰러지면 그 총을 사용해야 한다.
100명 남짓의 중대 병력이 출발지에 쪼그리고 앉아 거친 호흡을
가다듬으며 "돌격" 명령을 기다리고 있다.
호각소리와 함께 앞으로 뛰어 나간다. 한참을 뛰었을까...
참호속에 숨어 총구만 내밀고 있는 적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미리 설치해 놓은 덫 까지 달려 오는 먹이를 기다리듯...
"Fire!!"
어디서 날아 오는지 알수 없는 수백발의 총알에 1진이, 2진이...
차례로 쓰러진다.
애초에 지휘관은 없었다. 오로지 돌격만이 있을뿐...
서로 죽은 동료의 총을 잡으려 안간힘을 쓰지만...
당장 필요한건 총이 아니라 몸을 숨길 곳이다.
드넓은 광장의 분수대 주위에 쌓인 무수한 시체를 뒤로 하고
몇몇 살아 남은 병사들은 뒤로 후퇴를 하지만...
기다리는건 그들을 감시하던 아군의 기관총 세례...
마지막 병사가 다리에 총을 맞고 넘어지며 다시 가슴에 맞고...
숨을 거둔다.
영화 "Enemy at the Gate"의 한 장면이다.
그리고...
카메라 앵글이 쓰러진 병사들을 훓으며 움직일때...
쇼스타코비치(Dmitri Shostakovich)의
이 슬픈 멜로디가 떠올랐다.
.
.
재즈모음곡 2번 중 두번째 왈츠(Waltz)...
"번지점프를 하다"와 "텔미썸씽"으로 유명해졌지만...
이곡을 처음 알게 된건 예전에 잠시 활동했던 싸이트에서
"겨울전쟁"을 소재로한 글에 소개되고 부터이다.
"겨울전쟁(Winrer War)"은...
1940년, 소련이 독일의 동맹국 핀란드를 공격한것으로...
핀란드의 기후와 지형에 익숙치 않은 소련군이 막대한 피해를
입으며 간신히 핀란드의 항복을 받아낸 전쟁이다.
그 글에선 당시, 이름도 알수없는 곳에 고립되어 추위와 공포에
떨며 저격수의 탄환에 쓰러져 가는 소련병사들을 묘사 한건데...
"에너미..."에서의 소련병사들과 느낌이 비슷하다.
"아들은 조국을 위해 싸우다 영광스럽게 전사했습니다"
...는 통보를 받은 수많은 소련의 어머니들은...
자기 아들이 총 한번 제대로 못쏘고 그렇게...
무서움에 떨며 비참하게 죽어간 사실을 알까...
-_-;
.
.
쇼스타코비치의 곡을 전쟁으로 시작 했는데...
지금의 러시아란 나라는 역사적인 흐름만을 본다면
울나라와 가장 비슷한 "한"의 민족적 정서를 가지고 있다.
일례로... 그들은 "에너미..."나 "겨울전쟁"을 포함한...
2차대전 동안 1,200만의 전사자를 내는 엄청난 상처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가슴에 조용히 안고 살아온 사람들이다.
+_+;
이런 면에서 가장 러시아적인 작가 쇼스타코비치의 "왈츠"는...
러시아의 정서가 그대로 묻어 나오는 곡이라 할수 있다.
1930년대, 재즈에 심취한 그는 두개의 "재즈모음곡"을 만들었는데...
1번은 화려하고 퇴폐적인 느낌의 재즈 성향이 강하지만,
2번은 비인풍의 왈츠 분위기로 당시 소련의
"붉은군대(Red Army)"를...의미한다.
결국 이 곡은 소련병사들을 위한 것이라 할수 있으며...
그래서 그들에게 자연스럽게 어울릴지도 모른다.
.
.
이브남은 쇼스타코비치를 "쇼아자씨"라고 친하게 부르지만...
근대와 현대를 연결하는 그의 음악은
편하거나 쉽게 친해질수 있는 그리 만만한건 아니다.
하지만 이런 작은 소품들에는
평생을 러시아에서 살아온 그 답게...
가장 러시아적인
서정과 슬픔이...
...담겨져 있다.
.
.
"Waltz" from "Jazz Suite No.2" - Dmitri Shostakovich
Piano- Ronald Brautigam
Royal Concertgebouw Orchesrta - dir. Riccardo Chailly
-
짝짝짝!!!
-
혁님...
뺨 맞는줄 알았어요... ^^;
잘 지내고 계시죠?
서울엔 갑자기 엄청난 비가 내렸답니다~
시원하게...
~.~
-
아모레님~
진실은 10% 밖에 안되요... =.=
원체 지독한 사견(-_-;)이라...
딴데 가서 쇼아자씨 왈츠가,
이렇다구 하면 욕먹을지 몰라요...
꼭 검증 하셔야 해요~ 헤헤... ^^;
.
.
덧붙인다면...
노르망디에서 독일군복을 입고 미군포로가 되어야 했던...
울 할아버지들의 애잔함도 있답니다.
-.-
-
이브남님 무척 오랜만이군요.
요즈음 바쁘신지 잘 안보이시더군요.
자주 뵐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아.. 슬라브 정서.. 왠지 유전적으로 제 피에도 흐르고 있는 느낌이.. 항상 들을 때마다 가슴이 뛰는..
-
토토님 반갑습니다. ^^*
선천적으로 타고난 슬라브인들의 예술적 기질은...
정말 부러울 따름이예용... ~.~
슬라브의 정서가 흐르고 계시다니~
토2님, 진짜 예술가 아니세요?
헤헤... ^^;
-
1000식님~~ 제가 아는 천식님 맞죵? ^o^
넘흐넘흐 오랜만에 왔어요...
브남이의 맘을 땡기는 천식님의 글도 그립구용~
자주는 힘들겠지만... -.-
가끔 이렇게 들러볼께요~
^*^
-
제가 좋아하는 앨범중 하나네요..이부남님은 어딘지 나하고 통하는데가 있나봐~~^^
프로코피예프와 함께 스탈린 치하에서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희생자였는데 그 와중에서도 많은 좋은 작품을 남긴걸 보면 역시 대가는 대가입니다...
"진실된 문화는 항상 평화에 봉사한다. 어느 나라의 것이건 문화를 서로 잘 안다는 것은 전쟁의 위험을 덜고
평화의 기회를 늘린다. 문화의 옹호는 격리가 아니라 문호를 개방하는 데서 이루어진다."
-
세네카님...
예전부터 통하구 있었어용~ ㅎㅎ
말씀대로 프로코피에프가 있었네요... ~.~
근데... 마지막 문구는 넘 어렵다는...
^^; -
냉전이 한창일때 미-소간의 문화교류를 위해 노력많이 했다고 하네요..그래서 국제평화상도 수상했다고 합니다..
말이 멋져 인용했어요 ㅎㅎㅎ
-
그래서 스탈린이 그렇게 싫어했구나~
사실...
애초부터 쇼아자씨의 음악을 싫어했던 사람이니...
-..-
게다가...
교향곡 "레닌그라드"로 일약 영웅이 된 쇼아자씨를,
눈꼴시려 못보던 스탈린이 무쟈게 괴롭혔다는...
-_-;
.
.
아까 "레닌그라드"...
들어 봤는데, 여전히 어렵네용~
+_+;
-
엇... 들린당. 볼륨 조절이 젤 밑으로 가 있어서 들리지 않았다는... ^^;;
-
내 그럴줄 알았어요... 흥! -.-
실은 볼륨도 "이빠이" 옵션으로 해놓았는데...
어째 그런 일이 생겼을까용?
ㅎㅎ
많은 레코딩이 있지만...
샤이의 이 연주가 젤루 맘에 들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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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음악만을 듣고서는 절대로 느낄 수 없었을 것 같은 두려움이나
배신과 슬픔 분노가 제 마음에도 함께 느껴지는 것 같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