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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itarMania

(*.243.135.89) 조회 수 5214 댓글 3
◆ 내 첫사랑의 추억이 어린 그리그의 <페르 귄트>

별첨 파일은 그리그의 <페르 귄트> 중 가장 마지막 곡인 <솔베이그의 자장가>이다. 별로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무척 아름다우며 내가 특히 좋아하는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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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 : 그리그(E. H. Grieg:1843~1907)
지휘 : 토마스 비첨(T. Beecham:1879~1961),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녹음 : 1956년 11월(초기 스테레오 녹음), Angel Records, S.35455
독창 : 일제 홀베크(Ilse Hollweg:1922~1990, 소프라노)
합창 : Beecham Choral Society(Chorus Master : Denis Vaughan)

  1. 웨딩 마치, 2. 잉그리드의 탄식, 2. 산의 마왕의 궁전에서(합창), 4. 아침, 5. 오제의 죽음, 6. 아라비안 댄스(합창), 7. 솔베이그의 노래(독창), 8. 아니트라의 춤, 9. 페르귄트의 귀향(폭풍우 장면), 10. 솔베이그의 자장가(독창)

  사람은 누구에게나 잊혀지지 않는 어린 날의 추억이란 게 있기 마련이다. 그리그의 <페그 귄트>는 내 첫사랑의 추억이 어려있다. 나는 어릴 때부터 기타를 접하면서 자랐기 때문에 중학생일 때에 이미 "로망스"나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등을 연주할 수 있었는데 특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연주하면 친구들은 손가락이 안보일 정도로 빠르다고 신기해했다.

  학교에서 소풍을 가면 노래 반주는 항상 나의 몫이었다. 그래서 친구들은 물론 여학생들에게서도 꽤 인기가 있었다.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친구를 새로 사귀게 되었는데 그 친구는 나의 기타연주를 무척 좋아해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다. 그 친구네 집은 매우 자유스런 분위기여서 여학생들도 집으로 놀러오곤 했는데 그 친구의 소개로 소위 소개팅이란 걸 하게 되었다. 그 여학생은 시골에서 유학을 와서 자취를 했었는데 커다란 눈에다 뽀얀 피부를 가진 예쁘고 귀여운 인상이었고 윤기있는 단발머리가 퍽 인상적이었다.

  그녀의 생일날에는 예쁜 단발머리를 빗을 브러시와 뽀얀 피부를 씻을 비누를 준비해서 축하해주었다. 내가 연주하는 기타 소리를 들으며 커다란 눈을 허공으로 향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너무도 예뻤다. 그녀의 아버님은 공무원이었기 때문에 타지역으로 전근을 가는 바람에 우리는 아쉬운 이별을 해야했다. 순수했던 때이므로 손 한 번 잡아 본 사실도 없었지만 서로가 무척 좋아했던 것 같다.

  그녀를 떠나 보낸 날은 비가 장대같이 쏟아졌는데 나는 그리그의 <페르 귄트>를 들으며 기어이 눈물을 쏟고야 말았다. 그녀와의 이별이 아쉽기도 했지만 깊은 슬픔을 담은 <오제의 죽음>은 나로 하여금 거의 절망으로 빠져들게 했다. 눈물로 범벅이 된 내 모습을 어머님께 들키고 말았는데 어린 나이였지만 감수성이 예민한 때였고 내 속마음을 들킨 것 같아 어머님 보기가 부끄러웠다. 밖으로 나가서 한참을 돌아다니다가 저녁 늦게야 집으로 돌아왔는데 어머님은 더 이상 캐묻지 않으셨다.

  이 음반은 너무 많이 들어 마모되는 바람에 한동안 듣지 못하였고 어느새 이 음반도 어디론가 없어져버렸다. 그리고 20년 동안이나 나는 이 음반을 들어보지 못한 채 지냈다. 나의 기억에서도 차츰 잊혀져 갈 무렵인 7~8년 전의 일이다. 한창 LP수집에 열을 올리던 무렵이었는데 나는 미국에서 중고 음반(LP)이 다량 들어온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남이 먼저 보기 전에 골라야한다는 욕심에서 서둘러 서울로 가서 음반을 고르던 중에 이 음반을 발견하였다.

  이 음반을 보는 순간 환호성을 올렸고 곧바로 집으로 가져와서 이 음반을 들었는데 첫사랑의 추억이 어린 곡이라 그런지 감동이 밀물처럼 밀려왔다. 홀베크가 부르는 <솔베이그의 노래>와 <솔베이그의 자장가>를 듣는 순간 첫사랑을 다시 만난 듯이 반가웠고 그녀의 노래에서 느꼈던 모성애도 그대로 전해졌다. <오제의 죽음>을 다시 들었을 때에는 중학생 때처럼 눈물을 쏟지는 않았지만 그때의 기억이 되살아나 사뭇 감상에 빠져들었다. 바그너의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의 폭풍우 장면과 자주 대비되는 <페르 귄트의 귀향>에서는 흉폭한 관현악적 음향의 소용돌이에 몸을 맡긴 채 음파욕(音波浴)을 즐겼고, 신부의 약탈장면에 이어지는 <잉그리드의 탄식>도 새로웠고, 아니트라의 관능적인 춤이 눈에 선하게 그려지는 <아니트라의 춤>도 반가웠다.

  20여 년이 지나서 들었지만 그 때의 감동이 조금도 사그라들지 않고 마치 화석이 살아나서 환생하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이 홀베크라는 여가수의 이력을 알아보기 위해 찾아 나섰다. 연주가 사전, 인터넷 검색 등 백방으로 알아보았지만 이력은 커녕 사진조차 입수하지 못했다. 단지 그녀가 20세기 중반에 바그너에 자주 출연하여 음반을 남기고 있다는 사실만을 파악하였을 뿐이다. 성악가를 많이 알고 있는 동호인 오모형에게 물어도 모른다는 대답뿐이었다. 누구 아는 사람 없소?

* 위 글은 작고하신 안동의 임병호 시인이 매월 발행했던 "시를 읽자, 미래를 읽자"에 투고했던 것입니다.    
Comment '3'
  • 으니 2004.02.11 09:45 (*.145.233.39)
    테이프로 마르고 닳도록 들었던 그리그, 가만히 그려지는 그 얼굴.
  • 정천식 2004.02.11 16:41 (*.243.135.89)
    으니님도 이 곡을 많이 들으셨군요.
    가만히 그려지는 그 얼굴?
    으니님도 이 곡에 사연이 있으신가요?
  • 으니 2004.02.16 15:40 (*.145.237.178)
    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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