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여행 : 800년 전의 음악은 어땠을까요?
작곡 : Perotin(또는 Perotinus, 생몰년대 미상, 활동기간 1183?~1238?)
곡명 : Viderunt omnes
연주 : Paul Hillier(dir.), Hilliard Ensemble
녹음 : ECM 1385
서양음악을 본격적으로 감상하고자 입문을 할 때 통상 고전파나 낭만파 음악부터 듣게 됩니다. 그러다가 관심영역이 넓어지면서 한편으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고, 다른 한편으로는 현대쪽으로 향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지요.
과거로의 행진을 계속하다 보면 바로크 시대의 바흐를 만나고, 더 거슬러 올라가면 르네상스 음악을 접하게 됩니다. 랏소, 팔레스트리나, 빅토리아, 조스캥 데 프레, 기욤므 메 마쇼... 더 올라가게 되면 그레고리오 성가를 만나게 되지요.
그레고리오 성가가 갖는 독특한 아름다움에도 불구하고 시대적으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본격적인 감상은 멀리하게 되는게 보통이지만...
서양음악사를 공부하다 보면 "오르가눔(Organum)"이란 것을 만나게 되는데 이 음악은 단선율 음악에서 복선율 음악으로 변화해가는 초기의 형태입니다. 이 오르가눔에 대한 음반은 극히 드물어서 실제 이 음악이 어떤지를 들어 본 사람은 아마도 별로 없을 겁니다.
지금부터 800년 전의 아득한 옛날로 시간여행을 떠나보죠.
이 당시의 음악은 과연 어땠을까요?
'아마도 무척 단순하고 지루한 음악이겠지? 그레고리오 성가처럼...'
과연 그랬을까요?
제가 페로탱이 작곡한 오르가눔을 들어 본 결과는 의외로 "No"였습니다.
대략 10년 전, 부산 서면 로타리 부근에 '신나라'가 있었습니다. 음반사냥을 하고 있는데 페로탱의 음반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 음반은 참으로 광오하기 짝이 없는 음반이었습니다. 쑥색 바탕에 회색 글씨로 "PEROTIN"과 연주단체인 "The Hilliard Ensemble"이라고 쓰여 있을 뿐 지극히 심플했습니다. 마치 "이 음반에 대해 아는 사람만 사가시오"라는 듯이...
제가 서양음악사를 열심히 공부했기에 망정이지 페로탱이란 작곡가는 일반 애호가들에게는 존재조차 알려지지 않은 작곡가였거든요. 게다가 더욱 괘씸(?)했던 것은 CD의 뒷면에는 작곡가(제기랄, Perotin이 작곡가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만이 알 수 있을 뿐 사람 이름인지 뭔지 알수가 있어야지 원...)의 생몰년대조차 적혀있지 않았고, 연주단체와 곡명(그것도 라틴어로)만 인쇄되어 있을 뿐 어떤 내용이 담겨있는지 짐작조차 해볼 수 없는 점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음반을 집으로 가져와서 들었을 때의 충격이란...
페로탱이 활동했던 시대는 단선율에서 복선율로 넘어가는 초기의 음악이라 화음의 개념이 아직 확립되지 않던 시기입니다. 2개 이상의 음이 있어야 화음이란 게 성립하는 것이니까요. 협화음이나 불협화음이란 개념이 아직 확립되지 않던 시절이라 울려퍼지는 음향은 스트라빈스키의 "시편교향곡"에서나 들어볼 수 있는 불협화음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저의 고정관념이 여지없이 깨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아니 이럴 수가!
페로탱의 이 작품은 1198년 크리스마스를 위해 작곡된 것으로 추정되는 작품입니다. 가사는 불과 22개의 단어로 되어 있는데 연주시간이 11분 36초입니다. 이것은 하나의 모음에 대해 여러 개의 장식적인 선율이 붙어 있다는 의미가 됩니다. 하나의 모음에 여러 개의 선율이 붙어 있는 오르가눔을 '장식적인 오르가눔(Melismatic Organum)'이라고 부릅니다. 페로탱이 작곡한 작품의 전형적인 특징이기도 하지요.
그리고 이 노래를 좀 더 자세히 들어보면 '장-단'의 리듬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시대의 노래는 '리듬창법(Rhythmic Mode)'이라고 하여 6가지 유형을 정해 놓고 그 리듬에 따라 노래를 불렀는데 이 노래처럼 '장-단'의 리듬을 가지고 있는 것을 '트로카에우스(Trochaeus)'라고 합니다. 아마도 영시(英詩)를 공부해 보신 분은 이 말을 기억할 겁니다. 영시도 이러한 리듬에 따라 낭송을 했거든요.
내용이 너무 전문적인가요? 제 설명에 개의치 마시고 가볍게 그냥 음악을 즐기세요. 옛날에 오르가눔이란 음악이 있었는데 그때의 음악이 이랬다더라.. 정도면 족합니다. 제가 이 음악을 소개한 이유는 이 오르가눔이란 것이 거의 들어볼 수 없는 음악일 뿐더러 칭구분들의 지적인 호기심을 어느 정도 채워줄 수 있으리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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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 얼룩진 이 시대에도 이런 멋진 음악이 있었네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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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그레고리안 찬트를 뉴에이지음악의 원조로 보고 있습니다....원시 음악을 빼고요...어쩌면 원시 음악까지도..지나찬 비약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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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 얼룩진 시대에 오히려 과학이나 예술이 더 발전햇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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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고리안 찬트와 뉴에이지 음악이 같다는 소리는 아닙니다..단지..비슷한 동기가 있고....음악 분위기도 비슷하다는 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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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곡역시 엔야의 곡을 들어보면 비슷한 분위기를 느낄수 있을겁니다.....너무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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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고음악 이야기에 뉴에이지 음악을 이야기 해서요..하지만 한번 생각해볼만 문제라서 글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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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그런가요? 제가 뉴에이지 음악에는 별로 관심을 가져보지 않아서... 이 곡과 분위기가 비슷한 곡이 있으시면 올려 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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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 음악을 듣게 해 줘서 고맙습니다. 여러 번 들어 봤어요. 글로만 대하던 음악사를 더 깊이 이해하게 해 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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