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Nam님의 글과 올려주신 음악을 듣고 하나의 문제을 제기해 보겠습니다.
이 곡의 제목을 보면 "Sonata for Violin and Harpsichord"로 되어 있는데 저는 이 제목이 그리 적절한 표현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제목은 바로크 스타일의 표현이 아니라 고전파 또는 낭만파 스타일의 표현이라는 것이지요.
즉, 바흐가 살던 시기는 통주저음(Basso Continuo) 시대이므로 그냥 "Sonata for Violin"이든지 아니면 "Sonata for Violin and Basso Continuo"라고 표기해야 시대양식에 적합하다는 것이지요.
바흐가 작곡한 트리오 소나타(예를 들면, '음악의 헌정' 중의 트리오 소나타)를 들어 보면 트리오 소나타임에도 불구하고 4개의 악기가 나옵니다. 즉 바이올린, 플루트, 첼로, 쳄발로라는 구성인데 첼로와 쳄발로를 하나로 묶어서 통주저음으로 보기 때문에 '트리오'라는 것이 성립합니다.
통주저음에는 선율적 베이스와 화성적 베이스가 있는데, 통상 선율적 베이스는 첼로나 오르간이 담당하고, 화성적 베이스는 쳄발로나 류트가 담당해 왔습니다. 통주저음의 악보를 보면 선율적 베이스는 악보로 기보했으나 화성적 베이스는 악보로 기보하지 않고 선율에다 숫자를 적어 화음을 표현했던 것이지요. 이를 '숫자 저음법'이라고 합니다.
eveNam님이 올려 주신 곡에는 2개의 악기가 나오는데 바이올린과 쳄발로이지요. 자세히 들어 보면 쳄발로의 왼손 파트는 하나의 선율선을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오른손은 분산화음으로 처리하고 있군요. 이 곡은 2개의 악기를 사용하고 있지만 베이스 라인이 독립적으로 움직이고 있어 3개의 파트를 가진 곡입니다. 따라서 베이스 라인을 독립시켜 첼로에게 이 파트를 연주하게 한다면 전형적인 바로크 스타일의 편성이 됩니다. 이런 스타일의 연주가 있을 법하지 않나요?
제가 보유한 LP에 이런 스타일로 연주한 것이 있습니다. Yehudi Menuhin(Violin), George Malcolm(Harpsichord), Ambrose Gauntlett(Viola da Gamba)가 연주한 음반인데 전형적인 바로크 스타일의 연주이지요.
제게 악보가 없어 뭐라고 단정적으로 규정하기 어려우나 2개의 악기로 연주하는 것은 바로크 시대의 표준적인 연주 스타일과는 분명 거리가 있습니다. 어떤 연주가 바흐의 원래 의도를 반영하고 있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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