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민족주의 음악의 큰 별, 알베니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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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베니스를 연주한 음반
알베니스의 피아노 작품을 연주한 음반은 무수히 많다. 그리고 기타로 편곡하여 연주한 많은 음반들도 포함시키고 싶지만 다음 기회로 미루고, 스페인 음악의 정서를 가장 잘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되는 라로차(A. de Larrocha 1823~) 여사의 피아노 연주를 먼저 소개할까 한다.
라로차 여사는 자국의 작곡가들이 작곡한 수많은 피아노 작품에 대해 대부분 음반을 남기고 있을 정도로 자국의 음악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그리고 그녀의 스승은 바로 그라나도스의 제자인 프랑크 마샬(F. Marshall 1883~1959)이라서 스페인 음악에 관한 한 안심하고 골라도 좋다. 즉, 스페인 음악에 관한 한 모범적인 연주를 보여주고 있다고 보면 무리가 없다.
물론 같은 스페인 출신의 피아니스트인 곤살로 소리아노(G. Soriano 1913~)나 호세 이투르비(J. Iturbi 1895~1980)의 연주도 좋다. 그리고 드뷔시와 라벨의 피아노 작품들을 초연했던 리카르도 비녜스(R. Vines 1875~1943)의 연주도 좋다. 그러나 이들이 연주한 음반이 구하기 힘들기 때문에 라로차 여사의 연주가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이다.
라로차 여사는 신장이 작고 손도 작음에도 불구하고 스페인 음악과 모짜르트의 연주에 특히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스페인 최고의 피아니스트이다. 그녀의 연주는 스페인 음악이 갖는 정감을 그대로 담고 있으면서도 보편성을 갖는다. 이것이 그녀의 장점이다.
SP시대인 1930년의 녹음을 HMV에서 LP로 복각한 리카르도 비녜스의 음반은 필자의 지인인 조모형이 나에게 양도한 것인데, 스페인 음악에 관한 음반을 애타게 찾아 헤매고 있는 필자의 정성에 감복하여 나에게 양도한 것이다. 이 음반 재킷 사진에 나타난 비녜스의 기형적으로 큰 손이 무척 인상적이다.
이 음반은 모두 6곡의 알베니스의 작품을 담고 있는데 후기작품인 《이베리아 Iberia》를 담고있지 않아 무척 아쉽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 음반에 포함된 6곡은 하나같이 명연을 들려주고 있다. 그의 연주는 스페인 음악이 갖는 민속성을 표현하고 있지만 밖으로 표출되는 법이 없이 속으로 갈무리되어 있으며 알베니스의 음악이 갖는 근대성을 잘 나타내고 있다.
통상 스페인 음악을 연주함에 있어 민속성을 과도하게 표출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되는데, 알베니스의 음악은 민속성에다 프랑스의 인상주의가 결합된 근대성을 갖기 때문에 민속성을 과도하게 표현하면 천박한 느낌을 준다.
비녜스의 연주는 감정의 표출을 절제하면서도 인상주의적인 울림과 음영을 기가 막히게 표현하고 있으며 여유까지도 느껴진다. 알베니스를 연주한 최고의 명연으로 꼽고 싶다. 그는 알베니스, 드뷔시, 라벨과 친분이 두터웠고 이들의 피아노 작품을 초연했던 만큼 이들의 음악세계를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었다.
독일인이면서 스페인으로 귀화한 부르고스(R. F. de Burgos)는 스페인 음악에 유난히 애정을 가진 지휘자이다. 그는 알베니스의 친근한 피아노 작품을 오케스트라로 편곡하여 들려주고 있는데 이 음반은 데카의 뛰어난 녹음기술과 결합하여 크게 인기를 모았던 음반이다.
모두 8곡으로 구성된 이 음반은 알베니스의 음악을 입문하는 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음반이다. 이 음반의 마지막에 수록된 《코르도바 Cordoba》는 필자가 대학시절 기타 합주용으로 편곡해서 연주를 했던 곡이라 각별히 애정이 가는 곡이다.
이 곡은 A-B-A의 형식을 가진 곡인데, 도입부는 멀리서 들리는 사원의 종소리로 시작하여 종교적인 경건함을 표현하고 있으며, 중간에 강렬한 민속적인 춤이 전개된 후 다시 사원의 종소리가 울리며 경건하게 끝난다. 이 곡에서 나타나는 종교적인 경건함은 기독교적인 것이 아니라 깊은 어둠에 싸인 회교사원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너무도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다. 이 음반에 수록된 《아스투리아스(전설) Asturia(Leyenda)》, 《카디스 Cadiz》, 《세비야 Sevilla》도 한 번 들으면 잊혀지지 않을 호연이다.
알베니스와 함께 벨기에의 브뤼셀 음악원에서 수학했던 아르보스는 알베니스의 대표적인 피아노 작품인 《이베리아 Iberia》 중에서 6곡을 가려 오케스트라로 편곡을 했다. 정말로 기가 막힌 명편곡이다. 첫 도입부의 《초혼 Evocacion》에서는 어둡고 신비로운 분위기가 느껴지는데 주체할 수 없는 어떤 운명이 다가오는 듯한 느낌에 몸을 떨게 된다. 앙세르메(E. Ansermet 1883~1969)가 이끄는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이 곡의 대표적인 연주로 평가를 받은 지 이미 오래다.
앙세르메는 관현악적인 색채가 풍부한 작품과 현대음악에서 특히 재능을 발휘했던 지휘자로서 이 곡에 포함된 스페인 특유의 어둡고 무속적인 요소까지를 잘 포착하고 있다. 스페인 음악에는 여타 기독교 국가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이상한 검은 정서가 있다. 이 검은 정서는 스페인 음악의 매력이기도 한데 어떤 특정한 작곡가에게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서 스페인의 보편적인 정서이다.
집시들이 집단으로 거주하는 세비야의 트리아나 지역을 묘사한 《트리아나 Triana》는 집시들의 분위기를 정열적으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다소 이지적으로 그리고 있다. 무도(舞蹈)가 나타나지만 뜨겁거나 정열적이지 않고 어딘지 차갑고 을씨년스런 분위기를 풍긴다.
◆ 리뷰에 사용된 음반
타이틀 : Suite Espanola, Cantos de Espana
연주 : A. de Larrocha(Pf)
녹음 : Decca 433 923-2(2CD)
타이틀 : Iberia
연주 : A. de Larrocha(Pf)
녹음 : Deca 448 191-2(2CD)
타이틀 : Iberia(Orchestration : E. F. Arbos)
연주 : E. Ansermet(Cond.), Orchesta de la Suisse Romande
녹음 : Decca SDD 180(LP)
타이틀 : Suite Espanolas(Orchestration : R. F. de Burgos)
연주 : R. F. de Burgos(Cond.), New Philharmonia Orchestra
녹음 : Decca SXL 6355(L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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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스트라로 연주되는 아스뚜리아스 첨 들어봅니다... 피아노나 기타 류트로 연주되는 독주 아스뚜리아스랑 또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네요... 그야말로 전설이란 이름에 걸맞는 신비감... 정천식님의 글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익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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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느낌의 기타연주를 들어본거 같아요.....누구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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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로도 일케 입체적으로 연주하면 얼마나 더 황홀할까...ㅠ.ㅠ
잼난글 유익한 정보 감솨드려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