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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itarMania

(*.244.125.167) 조회 수 7222 댓글 7
타이틀 : Victoria de los Angeles
           - Spanish Folk Songs(collected and harmonized by Garcia Lorca)
           - Ten Sephardic Songs(arranged by Valls)
           - Two Songs by Falla
녹 음 : EMI ASD 2649(LP)
연 주 : V. de los Angeles(Sop.), Miguel Zanetti(Pf.)

타이틀 : Falla(El Corregidor y la Molinera 시장과 물방앗꾼 아낙네)
            Garcia Lorca(Canciones Espanolas Antiguas 스페인 옛 노래집)
녹 음 : Harmonia Mundi 901520(CD)
연 주 : Ginesa Ortega(Cantaora), Josep Pons(dir.), Orquestra de Cambra Teatre Lliure

타이틀 : Festival Flamenco Gitano(플라멩꼬 집시 페스티벌), The Legendary Recording of November 15, 1965 in Berlin
녹 음 : emocion 9301-2(CD)

지난 해 3월부터 스페인 음악에 관하여 장르별, 시대별, 음악가별, 지역별로 분류하여 연재를 하고 있는데 아직 우리나라에 스페인 음악에 대한 애호가 층이 그리 넓지 못하고 자료도 구하기 힘든 상황에서 1년이 넘도록 연재를 할 수 있는 건 스페인 음악에 대한 사랑과 열정, 그리고 소명의식이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이번 호에서는 다소 딱딱한 글에서 벗어나 무엇이 스페인 음악에 대해 이토록 사랑에 빠지게 하였는지에 대하여 약간의 과장이 섞인, 그러나 거짓은 없는 필자의 신변잡기적인 이야기를 털어놓을까 한다.

필자는 어릴 때부터 기타를 가까이 하면서 자연스럽게 스페인음악을 접하게 되었는데 막상 스페인음악에 대하여 본격적으로 접근해보려 하니 국내에 스페인음악에 대하여 소개한 자료가 빈약하여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던 중 세광음악출판사에서 펴낸 《스페인음악의 즐거움》이라는 문고본을 발견하고 많은 도움을 받았다. 아마 이 책자는 우리나라에 스페인음악을 본격적으로 소개한 최초의 책자가 아닌가 생각되는데, 일본인 浜田滋郞 씨가 저술한 것을 음악평론가 김용만 씨가 번역한 것으로 1988년도에 출판되었다. 그러나 출판된 지 10년이 훨씬 지났고 스페인음악에 관심을 가진 저변층이 빈약한 국내 상황을 감안하여 볼 때 이미 절판이 되었으리라 생각된다. 이 문고본은 스페인어를 병기하지 않고 조잡한 스페인어 표기 - 표현력이 부족한 일본식 발음을 다시 옮겼기 때문이다 - 로 인터넷을 통한 정보수집에 다소 애로를 겪었다.

필자가 스페인음악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스페인의 민속악기인 기타를 접하게 되면서부터인데 중학교 때에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시던 둘째형이 사온 《카르카시 기타교본》을 통하여 기타가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가진 훌륭한 악기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더욱 기타에 빠져들게 되었다. 그러나 1970년대 초반, 그것도 음악적 토양이 척박한 시골에서 자란 탓에 클래식 기타를 연주하는 것을 보거나 들은 적이 없었음은 물론 가르쳐 주는 사람도 없었기 때문에 교본을 보고 혼자서 터득해야 했다.

하지만 어찌나 기타가 좋았던지 학교에서 돌아오면 바로 기타를 잡았고 방학중엔 아예 기타를 붙잡고 살다시피 하였다. 중학교 2학년 때에는 타레가(F.Tarrega : 1852 ~ 1909)의 유명한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연주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이 곡을 연주하면 친구들이 오른손 손가락이 안보일 정도로 빠르다고 부러워했다. 보고들은 것이 없었던 친구들에게 트레몰로(Tremolo) 주법은 참으로 신기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기타 연주를 위해 길렀던 오른손의 손톱 때문에 곤혹을 치렀는데 선생님이나 선배들에 의한 복장검사 시간은 악몽과도 같았다. 선생님은 머리가 긴 학생을 위해 바리깡(Bariquant)을 준비했지만 손톱이 긴 학생을 위해 손톱깎이까지는 미처 준비하지 못해 손톱이 깎이는 불상사만은 모면하였다. 그러나 머리에 고속도로가 난 친구와 함께 복도에서 손을 들고 벌을 서야 했으며 그 뒤에 재차 행해진 복장검사 때에는 왼손으로 손톱을 감추다가 들켜 구제 받지 못할 불결한 학생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필자의 손톱은 당시 그 누구보다 청결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고 자부하는데 기타 연주를 위해서는 지판을 누르는 왼손은 짧게 깎아야 하고, 오른쪽은 기타 줄을 퉁길 때에 느껴지는 미세한 각(角)을 최상의 상태로 유지하기 위하여 매일 줄(야스리)과 고운 사포(Sand Paper)로 다듬어야 하기 때문이다. 자칫 오른쪽 손톱이 상하면 상당기간 동안 연습에 지장을 주기 때문에 거친 일은 주로 왼손을 사용하였고, 손톱 밑에 때가 낄까봐서 머리를 긁을 때에도 왼손의 손톱 등을 사용하여 항상 청결한 손톱을 유지했다. 오른쪽 손톱은 비누를 칠한 칫솔 위에다 트레몰로를 하면 깨끗해졌는데 손톱 청소용 전용 손톱 솔(?)까지 구비하여 사용한 필자의 손톱이 불결하다고?

작곡가 슈만과 테너 가수 신영조 씨를 조합한 것 같은 얼굴을 가지신 중학교 때의 음악 선생님은 그 용모가 그다지 친근감을 주는 편은 못되어 친구들 사이에서 ‘인상파’라는 별명으로 불려졌다. 당시 서라벌 음대 작곡과를 졸업하신 선생님은 대단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믿어져서 마음 속으로 흠모하였는데 그 인상 때문에 감히 가까이 하지는 못하였지만 음악수업 시간은 가슴 설레며 기다리는 시간이었다.

음악수업 시간에 낡은 오르간 - 필자는 시골에서 중학교를 다녀 요즘처럼 그 흔한 피아노조차도 없었다 - 으로 슈베르트의 가곡 《보리수 Der Lindenbaum》의 도입부 반주 부분을 연주하시면서 이 부분은 보리수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것을 묘사한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을 때에는 거의 제정신이 아니었다. 이 때부터 어렴풋이 작곡가로의 꿈이 싹트기 시작하였다.

고등학교 때에는 오이겐 요훔(Eugen Jochum : 1902 ~ 1987)이 지휘하는 베토벤 교향곡 전집을 마르고 닳도록 들어 줄줄이 외울 수 있게 되었는데 이러한 경험이 서양음악의 골격을 이해하는데 큰 자양분이 되었다. 그리고 틈틈이 음악이론도 공부해 나갔다. 필자는 음대 작곡과로 진학하기를 희망하였으나 부모님의 반대로 상대로 진학하였는데 음악에 대한 지적인 욕구가 충족되지 않아 혼자서 음악사, 화성학, 대위법, 악식론, 관현악법, 작곡법 등을 공부해 나갔다. 그리고 음악과의 전공과목을 수강하기도 하였는데 음악과의 특성상 비전공 학생이 수강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었다. 그러나 혼자서 공부하는 것에 비해 교수님의 강의가 그다지 도움이 되지는 못하였다. 아마도 필자는 음악에 관한 한 누구에게 배울 수 있는 팔자를 타고나지는 못한 모양이다.

음악에 대한 관심도 고전파, 낭만파 위주에서 과거와 현대로 폭을 넓혀나갔는데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이자 베토벤 연구가로 유명한 로망 롤랑(Romain Rolland : 1866 ~ 1944)의 소설 《장 크리스토프》는 음악예술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주었다. 이 소설을 통하여 음악을 귀나 가슴이 아닌 머리로 들을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이해하게 되었고, 현대음악의 경우 무작정 듣기만 한다고 해서 이해될 수 있는 성질이 아님도 알게 되었다.

드뷔시나 라벨과 같은 인상주의 음악과 쇤베르크로 대표되는 12음기법 음악에도 빠져들었고, 스트라빈스키와 같이 현대적인 경향을 가진 음악은 물론 엄청난 스케일을 가진 바그너와 말러의 음악에도 빠져들었다. 이 시기는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이 음악에 대한 다양한 자양분을 마음껏 흡수하던 시기였다. 아울러 기타에 대한 연습도 계속하면서 이론적인 공부도 계속해 나갔다.

대학 3학년 때 《뮤즈 MUSE》라는 클래식기타 동아리를 만들었는데 독주, 2중주용 악보는 많았으나 합주용 악보가 드물었고 그나마 조잡한 것이 많아서 - 특히 일본에서 수입한 악보가 그랬다 - 대부분 편곡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합주용으로의 편곡은 주로 필자의 몫이었는데 동아리의 합주단은 어쭙잖은 아마추어들로 구성되어 있었지만 필자에게는 훌륭한 실험도구가 되어 주었다.

그러던 중 칼 뮌힝거(karl Munchinger)가 Decca사에서 녹음한 바흐의 《푸가의 기법 Die Kunst der Fuge》을 듣고 감동을 받아 기타합주로 연주해보기로 마음먹고 당시 일본 서적을 주로 취급하던 광복동의 문기서점에 이 악보(일본의 音樂之友社 발간)를 주문하였다. 그러나 이 악보를 분석하여보고는 정밀한 작곡기법에 그만 기가 질려 작곡가로의 꿈은 무참히 꺾어져 버렸다.

내가 작곡가가 되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이미 250년 전에 이토록 정밀한 작곡기법을 구사한 바흐는 너무도 거대한 산으로 느껴졌고 바흐는 인간이 아니라 신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나폴레옹 군대가 독일을 침공했을 때 베토벤은 “내가 전술을 대위법만큼 안다면 프랑스 놈들을 혼내줄 텐데...”라고 말했다고 하지만 대위법에 관한 한 베토벤은 바흐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물론 베토벤이 활동하던 시기는 대위법적인 작곡경향이 이미 빛을 잃어가던 시기이긴 하지만, 대위법적 작곡기술에 관한 한 바흐는 입신의 경지에 있었다.

대학시절에 같이 동아리를 만들었던 창립멤버 5명 중 2명은 현재 작곡가로 활동 중인데, 대학시절에 필자가 이들에게 바흐의 작곡가로서의 위대함에 대하여 밤을 새워가며 역설하였는데 필자가 아닌 이들이 오히려 작곡가의 길을 걷게 된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로 느껴진다. “내가 작곡가가 되지 못한 이유는 오직 바흐 때문이다”라고 한다면 너무 지나친 변명이 될까?

작곡가도 연주가도 되지 못한 필자는 음악의 3대 영역인 작곡·연주·감상 중 그 최종 영역인 감상에 매달리게 되면서 음반구입과 오디오 바꿈질로 인해 과다한 금전적인 지출을 가져왔다. CD에 한계 - CD로 과거 명연주자에 대한 복각이 이루어졌으나 턱없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 를 느낀 필자는 LP수집에 열을 올리게 되었는데 특히 모노(Mono) 음반과 스페인 음악 그리고 기타음악을 중심으로 콜렉션하였다. CD로 복각된 모노 음반은 음질이 딱딱하고 가늘어서 불만이 많았으나 LP로 재생되는 모노 음반은 훨씬 부드럽고 두툼한 음질을 내어주었다.

디지털 녹음은 당연히 CD로 듣는 것이 좋겠으나 아날로그로 녹음된 음반은 LP로 듣는 것이 좋다는 것이 필자의 지론이다. 더구나 모노 녹음은 모노용 카트리지로 들었을 때 제 맛이 난다. 모노 녹음시대에 바이올린으로 세계를 사로잡은 크라이슬러(F. Kreisler : 1875 ~ 1962)가 HMV(His Master's Voice : 개가 유성기 앞에서 귀를 세우고 주인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 모양의 상표로 유명)사에서 1938년에 녹음한 《사랑의 슬픔》을 CD로 들었을 때의 빈약함이란! 그러나 모노 LP와 모노용 카트리지로 들었을 때에 가슴이 울렁거리고 코끝이 찡해질 정도로 감동적이었다.

오디오 마니아(Audio Mania)들은 주로 녹음상태가 좋은 음반을 선호하는데 모노 음반에 관하여는 대부분 관심을 두지 않는 경향이 있다. 같은 음반을 듣지만 오디오 마니아들은 재생되는 소리의 질에 주로 관심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도 오디오 마니아 클럽의 총무를 맡고 있는데 종종 선배 회원들로부터 젊은 사람이 곰팡이 냄새가 나는 모노 음반에 관심을 둔다고 핀잔 섞인 말을 듣곤 하였다.

그러나 모노 음반을 듣지 않는다는 것은 1877년 에디슨의 포노그래프 발명 때부터 스테레오 녹음이 시작된 1950년대 후반까지의 약 80년 간에 걸친 연주세계를 외면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필자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었다. 덕분에 회원이 운영하던 오디오 숍에서 판매하는 LP 음반 중 모노 음반은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구미대로 고를 수 있어 좋았다. 그리고 LP 슬리브(재킷)를 만질 때에 나는 오래된 종이 냄새가 좋았고 왜소한 CD 재킷에서는 느낄 수 없는 기품과 종류마다 다른 라벨(Label)의 모양과 특징 그리고 그 역사를 익혀 가는 재미가 쏠쏠하였다.

그러나 필자는 LP 지상주의자나 회고적 취향을 고집하는 자가 아님을 밝혀둔다. 기술은 진보한다는 것을 믿기 때문이다. 어찌 현재의 녹음 기술을 몇 십 년 전과 비교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모노 시대에 명멸했던 수많은 연주자와 그들의 삶에 얽힌 숱한 이야기와 시대적 분위기를 어찌 CD가 대신할 수가 있겠는가? 필자는 신보 CD도 자주 구입하고 있는데 다만 LP를 구하기가 점 점 어려워지고 그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기 때문에 CD 구입이 후 순위로 밀리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여하튼 이렇게 모인 음반이 어느새 6천장이 넘어서게 되었는데 산술적 계산으로 매일 10장씩 듣는다고 해도 거의 2년이 걸리는 많은 분량임을 감안해 볼 때 지나친 욕심임에는 틀림이 없는 일이다.

필자는 음반수집에 유난히 열을 올려 전국 어디를 마다 않고 달려가곤 하였는데 한 번은 미국으로부터 약 5천장의 LP음반이 들어온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남이 먼저 손을 댈세라 부산에서 서울로 달려가 밤을 새워 음반을 고른 적이 있었다. 부산에서 같이 음반을 보러 간 음반매니아 조(趙)모 형과 음반 1장을 놓고 신경전을 벌인 경우도 있었으나 필자의 음악에 대한 갸륵한 정성과 게걸스러운 식성을 이해하고는 못이기는 척 양보를 해주곤 하였다.

이곳에서 스페인의 시인이자 극작가이며 아마추어 작곡가이기도 한 페데리꼬 가르시아 로르까(F.G.Lorca : 1898 ~ 1936)가 스페인 민요를 채보하여 피아노 반주를 붙인 《스페인 옛 민요집, 그림#3 참조》을 발견하였는데 필자의 음반 항해(수집) 중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에 비길 만한 가장 위대한(?) 발견이었다.

이 음반은 필자가 너무도 좋아하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출신의 소프라노 가수인 로스 앙헬레스(V. de los Angeles : 1923 ~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폐막식에서 69세의 그녀가 행한 연주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지?)가 HMV(현 EMI)사에서 녹음한 것으로 그 기쁨을 말로 표현하기 힘들었지만 속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조바심을 내던 일을 생각하면 웃음이 나온다. 조(趙)모 형은 언제나 필자가 골라 놓은 음반에 불순한(?) 눈길을 보내곤 하였기 때문이다.

로르까가 채보하고 피아노 반주를 붙인 스페인 민요가 많이 있었으나 갑자기 닥친 그의 비극적인 죽음 - 프랑꼬 정권에 의한 총살로 추정 - 으로 거의 다 분실되어 없어지고 이 음반에 실린 13곡이 남아서 전해진다. 그 뒤에 기타리스트 예페스(N. Yepes : 1927 ~ 1997)의 반주에 메조 소프라노 베르간사(T. Berganza : 1934~ )가 노래한 음반도 구하고, 또 오케스트라 반주에 집시출신의 깐따오라(cantaora : 플라멩꼬 여가수)인 히네사 오르떼가(Ginesa Ortega : 1967~)가 노래한 음반(그림#4 참조)도 구했지만 앙헬레스가 부른 이 음반에 항상 손이 간다.

스페인 음악을 감상하면서 생긴 일이다. 대구의 타워레코드사로부터 1965년도에 베를린에서 있었던 플라멩꼬 페스티발의 실황음반(그림#5 참조)을 입수하고 기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와서 음반을 듣고 있는데 필자의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일이 발생하였다. 분명히 1965년에 베를린에서 실황 녹음한 것인데 쉰 목소리의 50대 가량의 여자가 너무도 또렷이 “노래함하자!”라는 경상도 특유의 사투리로 들려오는 것이 아닌가! 필자의 스페인어 실력이 형편없는 관계로 아직까지 그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였지만 음반의 기록으로 보아 경상도 여자가 이 페스티발에 참여하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 필자가 미친 사람처럼 웃자 당시에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던 아들녀석이 궁금해하여 다시 들려주고는 같이 웃었다. 필자의 집으로 찾아오는 음악애호가들에게 가끔씩 이 음반을 들려주고 함께 웃곤 한다

스페인 음악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면서 어느 새 스페인에 대해 모국과 같은 친근함을 느끼게 되었는데 애초에는 스페인 음악이 매개가 되었지만 이제는 음악뿐만이 아니라 그들의 역사, 문화, 사회, 그리고 생활 전반에 이르기까지 알고 싶은 부분이 많아져서 한 5년 정도 살아 봤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필자가 대학시절에 만든 클래식 기타 동아리 후배들에게 장난처럼 하는 말이 있다. “우리는 모국 스페인으로부터 유배를 당한 자들이다. 우리들은 기타연주를 통하여 기타의 음색이 지닌 우아함과 관능성 그리고 그 속에 담긴 불꽃같은 정념을 느껴봄으로써 우리의 몸 속에 스페인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다. 처음 대하는 사람이라도 기타인이라면 십년지기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우리들이 모국 스페인에서 유배당한 동족이라는 증거이다. 우리는 기타 연주를 통하여 동족으로서의 연대감을 느낀다.”고.

이쯤 되면 그야말로 중증이랄 수 있겠는데 병이 이미 골수에 사무쳐서 회복하기는 아예 그른 셈이다. 왜 그렇게 기타가 좋으냐고 묻는다면, 물기를 머금은 듯 촉촉하고, 갓 목욕하고 나온 여인의 머릿결처럼 윤기 있는 음색과, 손끝에서 느껴지는 기분 좋은 기타 줄의 탄력이 나를 미치게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대답하겠다. 기타는 우아하고 기품이 있으며 또한 관능적이며 불꽃같은 정념을 감추고 있어 한 번 빠지면 헤어나지 못하는 마녀와도 같은 악기이다.

그동안 스페인 음악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수집한 스페인 음악관련 음반(LP, CD), 잡지, 해외여행 안내책자, 문학서적(특히 로르까 관련), 미술서적, 인터넷 검색 등을 토대로 본인의 관심이 미치는 범위 내에서 정리를 하고 있다. 1998년도에 1차로 정리한 것은 40여 페이지에 불과했는데 이제 그 분량이 제법 늘어나서 거의 400페이지에 이른다. 스페인 음악에 대해 학문적으로 접근할 의도는 없었으나 어느새 제법 책자로서의 모양새도 갖추어졌다. 책자로 출판할 생각도 해봤으나 스페인 음악에 대한 수요가 없어 선뜻 출판에 응할 출판사는 없을 듯하다. 그러나 그동안 기울인 노력이 아까워 스페인 음악을 공부하는 후배들이나 스페인 음악에 관심을 가진 이들에게 나눠줄 생각이다.      
Comment '7'
  • jazzman 2004.09.14 12:28 (*.241.147.40)
    음악에 대한 깊은 정열이 느껴지는 글이어서 놀랍고도 존경스럽습니다. 인터넷을 통해서라도 계속 다른 사람들에게 많이 나누어주십시오. 저 같은 사람도 좀 줏어듣고 배우고 하게요. ^^;;;
  • 오모씨 2004.09.14 12:38 (*.117.210.165)
    농축 액기스 같은 그 멋진 글들은 기타계의 미래를 위해서 잘 정돈되고 보관되어야 한다 생각해요~
  • 유진 2004.09.14 13:42 (*.150.185.28)
    주옥같은 글 잘 읽었습니다..
    공부가 많이 되네요..
    기회되면.. 고야의 그림도 올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아이모레스 2004.09.14 20:02 (*.204.203.140)
    1000식님의 글을 읽으면서 저의 기타사랑이란 게 좀 부끄럽네요... 저는 그저 저의 막귀와 손으로만 기타를 사랑한거지, 정말 1000식님처럼 온 몸으로 사랑하지 못했구나 하는 걸 느꼈습니다... 만일에 기타가 아름다운 여인이라면?? 그녀는 당연히 1000식님 겁니다...^^
  • 1000식 2004.09.14 22:02 (*.244.125.167)
    사람의 감성이란 비슷하다고 봐요.
    물론 세대에 따라 약간 차이는 나지만...
    아이모레스님 절대 막귀 아니라고 확신합니다.
    저도 실은 멋도 모르고 쓰는 글이 많답니다.
    경우에 따라선 쎄주 한 잔 걸치고 비몽사몽간에 쓴 글도 많답니다.
    중요한 건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이죠.
    일편단심.
    음악은 젊은 한 때의 패기로는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봅니다.
    패기는 오래가지 않는 법이거든요.
    언제나 변치 않고 버티고 서 있는 마을 어귀의 느티나무.
    그게 음악이라고 전 생각합니다.
    생활 속에 음악이 없고서야 어찌 음악을 사랑한다고 할 수 있나요?
  • niceplace 2004.09.15 01:22 (*.74.132.177)
    허걱 6000장 ..... 진짜루 매니아시구나. 구경하러 가고 싶네요.
  • 2004.09.15 14:26 (*.80.23.211)
    출판하셔야 해여......
    정말 짱 매니아시다......음반..6000장....
    사러 다니기만 해도 장난이 아닌시간이네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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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6 7화음 풀어쓰기 스케일 연습 - 예제 9 gmland 2003.03.27 6463
1015 기타 음악 감상실에여...... 음반구하고 싶은 곡이 있는데여!!! 2 강지예 2005.12.28 6463
1014 재즈쪽으로 클래식기타를 가르치시는 스승님 안계신가요? 스승님을 찾습니다ㅠㅠ 10 2005.10.04 6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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