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 : F. Schubert(1797~1828)
편곡 : Gerald Moore(1899~1987)
곡명 : An die Musik(음악에 부침)
연주 : Gerald Moore(Pf)
수많은 성악가들과 솔로이스트들이 그와 파트너로서 함께 무대에 나설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기뻐하고 자랑스러워 했던 영원한 반주자 제럴드 무어(Gerald Moore:1899~1987)가 이승을 떠난지 올해로 16년이 되네요. 반주자는 실패한 솔로이스트가 아니며, 솔로이스트와 대등하게 양자의 협력과 조화를 통해 음악의 메시지를 전해주고자 한 위대한 예술인. 작곡가의 악보에 담긴 반주의 의미를 깨닫게 해주기 위하여 지치지도 타협하지도 않고 오직 예술에 대한 사랑 하나만으로 외로운 투쟁을 통해 마침내 승리를 이끌어 낸 위대한 예술인 제럴드 무어.
하기사 솔로이스트의 연주만을 듣기 위해 연주회장에 가는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 그가 진정으로 음악을 즐길 줄 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20세기 초반에는 반주자는 솔로이스트의 그늘에 가려 포스터, 팜플렛, 음반 등에 반주자의 이름조차 기록되지 않았던 게 사실입니다. 요즈음에도 이러한 상황은 크게 달라지진 않았지만 전문 반주자로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자들이 나타나고 있는데 제프리 파슨스, 달톤 볼드윈, 그라함 존슨과 같은 피아니스트가 바로 제럴드 무어의 후예들입니다.
제가 무척 좋아하는 러시아 출신의 베이스 가수인 알렉산더 키프니스는 1930년대에 제럴드 무어의 반주로 녹음을 했는데 자신의 이름과 무어의 이름이 나란히 음반 표지에 프린트된 것을 보고 자신의 품위와 명성이 손상되었다고 파랗게 질렸다고 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슬며시 웃음이 나오네요.
이 음반은 1967년도 있었던 제럴드 무어의 고별 연주회 실황인데 슈바르츠코프, 로스 앙헬레스, 디스카우가 출연한 호화로운 무대로서 맨 마지막에 무어 자신이 피아노 독주곡으로 편곡한 슈베르트의 "음악에 부침(An die Musik)"을 연주합니다. 위대한 반주자가 연주하는 마지막 독주곡을 감상해 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