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6.25 20:18
고전 몇 편 모음-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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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 노래 (석서(碩鼠))-김시습
碩鼠復碩鼠 無食我場粟
석서복석서 무식아장속
三歲已慣汝 則莫我肯穀
삼세이관여 칙막아긍곡
逝將去汝土 適彼娛樂國
서장거여토 적피오락국
碩鼠復碩鼠 有牙如利刃
석서복석서 유아여이인
旣害我耘秄 又齧我車軔
기해아운자 우설아차인
使我不得行 亦復不得進
사아부득행 역복부득진
碩鼠復碩鼠 有聲常喞喞
석서복석서 유성상즐즐
佞言巧害人 使人心怵怵
녕언교해인 사인심출출
安得不仁猫 一捕無有孑
안득불인묘 일포무유혈
곽쥐여 사나운 곽쥐여
우리네 낟알을 먹지 말아라
세해를 너를 고이 길렀건만
이내 사정을 어이 몰라주느뇨
두어라 너희 나라 버리고 가련다.
저 낙원으로 나는 떠나가련다.
곽쥐여 사나운 곽쥐여
네 이빠른 칼날과도 같구나
우리네 지은 농사 모조리 해치더니
이내 수레마저 쓸고 헐 줄이야
무삼 일로 떠나지도 못하게 하느뇨
가려도 가려도 갈 둥 말 둥 하여라
곽쥐여 사나운 곽쥐여
네 소리 왜 그리도 찍찍거리나
간교한 언사 인간을 해치나니
듣기만 해도 마음 끔찍하여라
어쩌면 사나운 고양이를 데려다가
씨도 없이 모조리 잡아버리나
곽쥐는 한 번에 새끼를 친다더니
젖 먹여 길러온 집안을 퍼뜨렸네.
내 본래 인자한 호인이 아니니
법관의 준엄한 심판에 넘기리라
깊은 구렁이에 모조리 처넣어
네놈들의 종적을 없애련다.
社鼠(사서)-김시습
鼠有戴冠者 主家貓甚仁
서유대관자 주가묘심인
徒懷秦李嘆 未有漢張嗔
도회진이탄 미유한장진
白晝財生脛 黃昏錢有神
백주재생경 황혼전유신
人皆永某氏 虛宿下臨身
인개영모씨 허숙하임신
갓 쓰고 싸다니는 쥐 떼들이여
주인집 고양이가 너무 어질다
편안한 쥐의 신세 그리워하고
쥐를 보고 욕질해도 헛된 일일세
대낮에고 재물에 발이 생기고
해가지면 돈에는 귀신이 붙어
사람들은 모두가 쥐새끼처럼
헛되이 빈집을 지키고 있네
사서(社鼠) 숨어 사는 쥐란 뜻으로, 어떤 기관(機關)이나 사람의 세력(勢力)을 의지(依支)하여 간사(奸邪)한 일을 하는 자를 이르는 말
큰 쥐(碩鼠) -詩經
碩鼠碩鼠 無食我黍 三歲貫女 莫我肯顧
석서석서 무식아서 삼세관여 莫我肯顧
逝將去女 適彼樂土 樂土樂土 爰得我所
서장거여 적피락토 락토락토 원득아소
碩鼠碩鼠 無食我麥 三歲貫女 莫我肯德
석서석서 무식아맥 삼세관녀 막아긍덕
逝將去女 適彼樂國 樂國樂國 爰得我直
서장거여 적피락국 락국락국 원득아직
碩鼠碩鼠 無食我苗 三歲貫女 莫我肯勞
석서석서 무식아묘 삼세관녀 막아긍로
逝將去女 適彼樂郊 樂郊樂郊 誰之永號
서장거여 적피락교 락교락교 수지영호
쥐야 쥐야 큰 쥐야 나의 기장 먹지
마라석삼년을 섬겼건만 나를 아니 돌봐 주네
이제 너를 떠나 저 즐거운 곳에 가리
즐거운 땅 그곳에는 내 살 곳 있으리라
쥐야 쥐야 큰 쥐야 나의 보리 먹지 마라
석삼년을 섬겼건만 나의 공덕 무시하네
이제 그대 떠나서 즐거운 나라 갈 테야
즐거운 나라 그곳에서 내 뜻을 펼치리
쥐야 쥐야 큰 쥐야 나의 나락 먹지 마라
석삼년을 섬겼건만 나의 공로 무시하네
이제 그대 떠나서 즐거운 시골 갈 테야
즐거운 시골 그곳에서 누가 탄식하겠는가
2008년 무자년(戊子年) 쥐해이기에 쥐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옮겨본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쥐는 집쥐로 원래는 서남아시아 원산이었으나, 15~18세기 해양문화의 발달로 전 세계로 퍼져나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쥐에 대한 문헌의 기록이 처음 나오는 것은 신라 때 사금갑(謝琴匣) 이야기와 삼국사기에는 혜공왕 때 강원도 치악현에서 8천 마리에 이르는 쥐들이 이동하는 괴변이 있었는데, 그해 눈이 내리지 않았다는 기록이 있다.
미술품이나 생활용품 등에는 쥐를 소재로 한 들이 많으며, 12지신 가운데 하나로 쥐가 등장하고 있다. 쥐가 신앙물로 등장한 것은 12지신에 들면서부터이다. 중국으로부터 들어온 12지신앙에서 쥐는 맨 앞자리에 자리하고 있다. 쥐는 음양오행(陰陽五行)으로 음(陰)과 수성(水性)에 들어 있다. 방위로는 북쪽이고, 시간으로는 밤11시에서 새벽1시가 자시(子時)이다.
또 쥐는 행동이 매우 민첩하고 잔꾀도 많다. 종족끼리는 질서가 분명해 부부침실과 새끼방·화장실과 식량창고 등이 따로 구분되어 있다. 그리고 쥐는 화산이나 지진, 또는 홍수나 산불 등 자연재해를 미리 예고해주는 영물로도 알려져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쥐가 집안에서 갑자기 보이지 않으면 불길한 징조로 여겼고, 어부들은 배 안에 쥐가 보이지 않거나 쥐 울음소리가 들리면 불길하다 하여 출어를 삼갔다고 한다. 그래서 일부지방에서는 배 안에 배서낭을 모시고 쥐들을 살게 하였다고 하는 이야기도 있다.
어떤 이야기는어느 부잣집에 쥐가 대를 이루며 살고 있었다. 하루는 무너져 내려 그대로 두면 주인네 식구가 모두 죽을 위기였다. 그때 어른 쥐가 나서서 여태껏 자기네들을 잘살게 해준 주인네를 구해주기로 하였다. 그래서 훤한 대낮에 집안에 든 쥐를 모두 마당으로 불러 모아 찍찍 소리를 내며 춤추게 했다. 그러자 집안사람들이 이 괴변을 보러 모두가 밖으로 나왔다. 집이 무너진 것은 그때였다. 이렇게 주인네 식구들이 구사일생으로 살아나게 되었다.
그리고 쥐에 대한 풍속은 새해 들어 첫 상자일(上子日)에는 쥐불놀이도 행해졌다. 이날 청소년들은 마을 부근의 밭두렁을 태우면서 한해의 건강을 빌고 마을의 풍년을 기원한다. 이때 불기운이 세면 풍년이 든다하여 밤늦게까지 쥐불놀이를 하였다고 한다.
쥐는 다복(多福)의 상징이었다. 그래서 당사주에서는 쥐띠를 자천귀(子天貴)라 하여 식복과 함께 다복한 운명을 타고난다고 하였다. 이는 쥐가 선천적으로 눈치 빠르고 어려운 여건에서 끈질기게 살아남는 습성에서 나온 것이다. 여기에다 생태적인 해석까지 달아서 밤에 난 쥐띠는 부자가 된다는 속설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쥐에 대한 이미지는 옛날부터 부정적이다. 쥐는 농작물을 해치고 곡식을 훔쳐 먹는 해로운 동물이며 더러운 곳에 사는 동물로 인식되어 있다. 그리고 옛날 사람들은 탐관오리(貪官汚吏)들을 쥐에 비유하기도 했던 것 같다. 희망의 새해는 석서(碩鼠)사서(社鼠)같이 사는 사람이 없는 해가 되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도 가져 본다.
다산 정약용도 탐관오리들을 쥐로 묘사하여 노래한 것도 있다.
"들쥐는 구멍 파서 이삭 낟알 숨겨두고,
집쥐는 이것저것 안 훔치는 것이 없네.
백성들은 쥐 등쌀에 나날이 초췌하고,
기름 말라 피말라 뼈골마저 말랐다네."
또 한말의 선비였던 황현(黃玹)의 매천야록(梅泉野錄)을 보면, 순종 3년(1909년)에 쥐로 인한 전염병이 돌아서 각 항구마다 외국 배들을 검역하였으며, 쥐를 잡아오는 사람에게 돈도 3전씩 주었다는 기록이 있다. 예로부터 농가에서는 쥐를 내쫓는 풍속이 많았다고 한다. 상자일 자시(子時)에 방아를 찧으면 쥐가 없어진다 하여 집집마다 방아소리를 냈다. '쥐주둥이 그스르자 쥐주등이 그스르자'며 콩볶아 먹는 풍습도 쥐를 내쫓는 풍속이다. 그러나 쥐의 날이나 동물의 왕인 호랑이의 날에는 쥐가 아무리 많아도 함부로 잡지 않는 다고 한다. 이렇게 쥐는 우리에게 해도 끼치면서 때로는 이익도 동물인 것 같다.
쥐에 대한 전설인 사금갑(射琴匣)은
제21대 비처왕(毗處王)이 즉위한 10년 무진(488)에 천천정(天泉亭)에 거동했다. 이때 까마귀와 쥐가 와서 울더니 쥐가 사람의 말로, “이 까마귀가 가는 곳을 찾아 보시오”한다
왕은 기사(騎士)에게 명하여 까마귀를 따르게 했다. 남쪽 피촌(避村)에 이르러 보니 돼지 두 마리가 싸우고 있다. 이것을 한참 쳐다보고 있다가 문득 까마귀가 날아간 곳을 잊어버리고 길에서 서성거리고 있었다.
이때 한 늙은이가 못 속에서 나와 글을 올렸는데, 그 글 겉봉에는, “이 글을 떼어 보면 두 사람이 죽을 것이요, 떼어 보지 않으면 한 사람이 죽을 것입니다”했다. 기사(騎士)가 돌아와 비처왕(毗處王)에게 바치니 왕은 말한다. “두 사람을 죽게 하느니보다는 차라리 떼어 보지 않아 한 사람만 죽게 하는 것이 낫겠다.” 이때 일관(日官)이 아뢰었다. “두 사람이라 한 것은 서민(庶民)을 말한 것이요, 한 사람이란 바로 왕을 말한 것입니다.” 왕이 그 말을 옳게 여겨 글을 떼어 보니 “금갑(琴匣)을 쏘라(射琴匣)”고 했을 뿐이다. 왕은 곧 궁중으로 들어가 거문고 갑(匣)을 쏘았다. 그 거문고 갑 속에는 내전(內殿)에서 분향수도(焚香修道)하고 있던 중이 궁주(宮主)와 은밀히 간통(奸通)하고 있었다. 이에 두 사람을 사형(死刑)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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