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뮤직랜드에 나갔던 이야기

by 으니 posted Oct 15,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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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종로에 나갔습니다. 종로는 제가 서울에서도 아주 좋아하는 거리예요. 특히 국일관 옆 시사영어사 건물의 뮤직랜드는 정말 정이 많이 든 씨디가게입니다. 음반경기가 아주 좋지 않다보니 이 곳 뮤직랜드도 일년 내내 세일을 하는 것 같아요. 가격도 싸고, 숨어있는 명반도 많아 한번 들르면 시간가는 줄을 모른답니다.

얼마전부터 늘상 수입클래식음반 할인 매대가 있고, 클래식 매장 자체가 반으로 줄어서 전 요즘 이 매장도 얼마 안되어 문을 닫아버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에 시달렸습니다. 그래도 저같은 입장에선 싸게 파는 것은 또 좋으니까 이런저런 불안한 생각을 떨쳐버리고 그 할인 매대를 주욱 흝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얼마나 소스라치게 놀랐는지 모릅니다. GHA에서 나온 롤랑 디앙스의 2집 앨범이 제 손에 걸린 겁니다. 터무니 없는 가격으로 내려가 있었어요. 저는 아 1집 Nuage와 3집 Night and Day 는 인기가 많지만 2집이 상대적으로 덜 팔려서 이렇게 나왔구나 하구 생각했어요. 그리고 맘을 진정하구 다시 음반들을 주욱 살폈습니다. 기타 음반은 보이는대로 다 찾고 또 제가 좋아하는 다른 작곡가나 연주자가 있나 하면서요.

매대를 다 흝어본 후 저는 가슴 속이 허하고 슬프다기보다는.. 뭐랄까 쓴 맛이 들었습니다. 롤랑 디앙스의 2집 뿐만 아니라, 그 아름다운 1집과 3집도 모두 그 매대에 올라와 있었습니다. 그 외에 다른 기타음반들도 수도 없이 올라와 있었죠. 텔락에서 나온 분홍색의 러셀 로드리고 음반, 존 윌리엄스의 두장짜리 협주곡 음반, 글로사의 스페인 기타 시리즈(모레노 연주 유명한 그 음반 1-5집), 샤론 이즈빈의 저니 투 더 아마존, 트뢰스터 앙굴로 협주곡판, 만돌린 협연판, 데일 캐브너의 리릭 기타, 델로스의 엘에이지큐 베스트, 스컷 모리스 독주판과 파가니니 켄톤 소나타 한장까지..

이 명반들이 모두 이 매대에 올라와 있어야했을까.. 오늘 한층 더 싸늘해진 날씨가 갑자기 더욱 파고드는 것 같았습니다. 이건 단순히 아! 내가 비싸게 제값 주고 산 앨범들이 이렇게 싸게 팔린다, 억울하다!!! 이런 감정과는 확연하게 다른 감정이었어요. 정말 맘 구석이 허전해졌습니다.

기타앨범들 솔직히 비싸잖아요. 아르바이트 해서 겨우겨우 앨범 하나하나 살 때 앨범을 사야하나 아니면 다른 것을 먼저 사야 하나 정말 많이 망설일정도였으니까요. 또 악보들도 마찬가지구. 얼른 보기엔 겨우 A4 용지 몇장되지도 않는 악보가 몇천원이고, 조금 두껍다 싶으면 금방 이만원.. 만든 사람 찍은 사람 파는 사람 입장에선 어떨지 모르지만.. 저같이 사는 사람 입장에선 비쌉니다. 연주회도 마찬가지예요. 한국에도 내놓으라 하는 오케스트라가 공연 오지만 전 뉴욕 필이나 베를린 필, 한번도 본 적이 없어요. 너무 비싸서요.

그런데도 오늘 그래도 자꾸만 그 매대 위에 있던 씨디들이 눈에 밟히고 마음에 걸렸습니다. 얘네들이 이렇게 될동안, 나는 뭘 한거지.. 하면서요.. 정말 좋아하는 거라면.. 내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위해서 나의 시간과 나의 얼마 안되는 돈과, 내 인생을 거는데..  



덧붙임 : 아주 어릴 때 외국 잡지에서 그런 우스갯 소리를 본 기억이 나요. "레코드샵에 가서 자기가 좋아하는 음반들이 죄다 헐값이라면 늙는것이다." 음.. 그저 경기탓을 해야겠죠!! 늙는 건 정말 싫어요!!! 오늘 바로 출시된 임재범 음반도.. 사왔다구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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