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연주를 위해 금호아트홀의 관계자 한 분이 나와계셨는데, 젊은 여자분이다. 표를 확인해주는 업무를 해주셨는데, 연주가 끝난 후 내게 물었다.
"저분 언제 또 오세요?"
표정이 아직도 연주에 취한 듯 했다.
"내년이요"
"어디서 하시는데요?"
"내년에는 예술의 전당에서 하실 거 같아요."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재차 물었다.
"대략 언제쯤 오시는데요?"
"정확친 않지만 한여름엔 유럽 기타 페스티발 같은 데 초청받으실거니까.. 이맘때쯤 아니면 여름 지나고 되려나요"
그녀는 고개를 가만가만 끄덕였다.
기타음악에 익숙치 않은 그녀가, 아마도 장대건이라는 이름도 오늘 처음 들었을 그녀가 감격한 것이 나는 놀랍고 고마웠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니 기타적이며 음악적인 감동, 진실은 어디서나 통한다 했으니 내가 받은 감동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감동을 받았다해도 당연한 것이다 싶었다.
연주를 잘 하는 것과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분명코 다른 것이다.
다른 이의 마음을 움직이는 법을 이미 온 몸으로 알고 있는 장대건님 감동적인 연주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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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장대건님 근황을 듣고 한토막 남깁니다.
콩쿨 때문에 바쁘다 해서 그러신가 했는데 알고보니 콩쿨 심사하는 거라 하였다. 우와 콩쿨 심사.. 콩쿨 나가는게 아니구 심사를 가는거냐고 놀라며 묻자 그는 덤덤하게 말했다.
"힘들어요, 콩쿨 심사하는 것..
마음이 아프죠.
모두들 열심히 자기만의 음악을 준비한건데
그 중에 누굴 골라야 한다는게 힘들어요."
1등 2등 3등.. 음악은 기록이 아니라 음악이라는 점을 장대건님은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생면부지의 젊은 기타리스트들이 무대 위에서 혼신을 다하는 모습에 마음이 아팠을 것이다. 그는 꽤 많은 콩쿨에 참가하여 좋은 성적을 거둔 바 있다. 콩쿨 심사가 맘이 아프다는 그가 그동안 각종 콩쿨에 부지런히 출전했던 이유는.. 다른데 있는 것이 아니다. 그는 1등을 수차례 했지만, 그가 관심있는 것은 순위가 아니다.
그는 "기타리스트"라는 자존심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오직 연주로만 삶을 꾸려가겠다는 고집을 피우고 있는 것이다. 물론, 연주나 음악활동 외에 다른 일을 병행하여 삶을 꾸리는 사람들이 "기타리스트"가 아니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쉽고 맘고생이 덜한 길을 놓아두고, 고집스럽게 지금도 연주회 준비와 콩쿨 연습에 사력을 다하는 그는 정말 대단하다. 장대건님이 연주회에서 주는 감동은 -언젠가 유명 프로바둑기사가 그랬듯이- "목숨걸고" 음악을 하기 때문이 아닐까.
그의 "목숨건 연주"를 올해엔 언제 들을 수 있을지.
벌써부터 설레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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