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2.05 01:54
한 마리 새가 된 여인 - 로스 앙헬레스의 타계를 애도하며
(*.186.80.243) 조회 수 7506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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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월 15일 스페인 출신의 대성악가 빅토리아 데 로스 앙헬레스(Victoria de los Angeles 1923~2005)가 우리의 곁을 떠났다.
내가 그녀를 끔찍히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어느 음악애호가로부터 그녀의 타계 소식을 전해들었는데 그 이후 며칠 동안 내내 마음 한구석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여간 서운하지 않았다.
이미 그녀가 은퇴한지 십 수년이 지났으므로 그 이후의 생은 생물학적인 의미 이외에 특별히 다른 의미를 부여할 이유는 없겠지만 그녀의 음악성에 깊이 공감해온 나로서는 그녀의 죽음이 예사롭지가 않았던 것이다.
그녀는 나에게 있어 스페인 음악에 대한 사랑을 전해준 메신저(使者)와도 같은 존재였다.
사랑의 사자(使者) 로스 앙헬레스.
그녀가 남긴 수많은 음반들은 나로하여금 스페인 음악에 대한 정열로 불태우게 했다.
많은 녹음을 남긴 스페인 민요를 비롯하여 로르까의 "옛 스페인 민요집", 그라나도스의 "또나디야"와 오페라 "고예스카스"에 나오는 아리아, 파야의 오페라 "허무한 인생"과 "7개의 스페인 세속민요", 투리나의 "세비야의 노래" 등...
마르고 닳도록 들었던 음반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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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는 예로부터 곳곳에 솟대를 세웠다.
솟대 꼭대기에 매달린 새는 지상의 세계와 천상의 세계를 이어주는 사자(使者)다.
땅과 하늘과 새.
시간여행 입구에도 소나무를 깎아서 솟대를 세워 두었다.
기러기 세 마리 - 아빠 기러기를 앞에 세우고 엄마 기러기와 새끼 기러기를 좌우로 세웠다 - 를 깎아 석양이 물드는 서쪽하늘로 향하게 높이 세웠다.
눈이 소복이 온 작년 어느 겨울 밤, 인적이 끊어진 시간여행에서 따끈한 차를 마시며 창밖의 솟대를 응시하고 있었다.
눈을 맞고 서있는 기러기는 피안의 세계를 향해 비상을 준비하고 있었다.
진공관 오디오에선 그녀가 부르는 그라나도스의 "미녀와 나이팅게일"이 따스하게 울려나오고 있었다.
사랑하는 님을 그리워하는 감정을 이토록 애절하게 표현한 음악이 또 있을까?
(그녀가 부르는 "미녀와 나이팅게일"을 들으시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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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녀는 갔다.
높다란 솟대에 깎아 세운 기러기처럼 그녀는 한 마리 새가 되어 피안의 세계로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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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링크 파일은 제가 평소에 즐겨 듣던 "새의 노래"입니다.
그녀가 남긴 마지막 음반.
(그녀가 부르는 "새의 노래"를 들으시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Comment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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솟대에 대해 찾아보니 몽고, 시베리아, 중국, 한반도, 일본 등에 분포하며 북방문화의 흔적이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그 온전한 형태를 간직하고 있는 건 우리나라 뿐이라고 해요.
태국에도 솟대가 존재하는데 그 민족의 근원을 따져보니 북방으로부터 이주한 민족이라고...
따라서 인도 유래설은 아닌 것 같아요.
시간여행에 있는 것처럼 새의 부리에다 물고기를 물린 모양도 있고 더러는 낟가리를 물고 있는 것도 있더군요. -
신라시대 김씨왕조의 처 허씨부인이 인도인가 그쪽에서 온 공주라고 하네요~
그녀의 묘 문에 물고기 문양이 많아 추적해보니 인도쪽 어느 마을에 온통 물고기 문양이 가득하더래요~
그녀사 죽을때 자시느이 성을 남겨달라해서 지금의 허씨가 되었는데
동성동본의 결혼을 금하는 울나라에서는 김해김씨와 김해허씨?를 성이 다르지만 동 본으로 보고 경혼을 안하는 풍습이 남아있다네요.
빅토리아 데 로스 앙헬레스... 제 기억이 맞다면 그녀의 브라질풍의 바하 앨범으로 날 감동시켰던 그녀가 아닐까 싶네요.
예술가가 죽어 이름을 남긴다 해도
이렇게 한명 한명 떠나가는게 참으로 안타깝네요.
흑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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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모씨님~ 아마도 맞을 거예요.
그녀가 남긴 브라질풍의 바하 녹음이 있으니까요.
나이가 들어간다는 건 이렇게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낼 확률이 점점 높아진다는 것이기도 해요.
앞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더 떠나 보내야 할지...
그녀를 새와 연결시킨 건 처음부터 의도했던 건 아니지만 어떻게 글을 쓰다보니 그렇게 되었어요.
아마도 무의식의 작용이 아니었나 생각해요.
그녀는 내게 스페인음악에 대한 사랑을 전해준 사자였고, 솟대는 지상의 세계와 천상의 세계를 연결해주는 사자와 같은 존재니까 그녀가 죽어서 새가 되었다는 표현은 적절한 거지요?
그러고 보니 소개하는 음악도 모두 새와 관련된 것이네요.
나이팅게일은 고예스카스에 나오는 여주인공의 사랑의 마음을 전해주는 사자요, 새의 노래에 나오는 새도 이 세상을 구원하실 예수님의 탄생을 세상에 알리는 사자니까요.
그리고 애타는 사랑의 마음을 "미녀와 나이팅게일"처럼 잘 표현한 곡도 무척 드물겁니다. -
내세가 있다면,
그녀는 자유로운 새가 되어 나이팅게일처럼 고운 소리로 노래하고 있을 겁니다. -
아...정말 그리고 새는 북방문화가 맞겠네여....물고기가 인도공주가 맞고요...
간단의견중에 절묘하네여...
"수님의 탄생을 세상에 알리는...."
고부분만 복사해다 자랑하고싶네여...ㅎㅎㅎㅎ -
예 수님의 탄생을 당연히 세상에 널리 알려야죠.
New York Times 1면 Top 기사
조선목수 수, 세계 제일의 명장(名匠)으로 탄생하다.
요로케 되는 날. -
헉... 예수님이 목수였는뎅..........
묘하네용. -
저는 우리나라의 무속신앙과 관계있는 이 솟대가 너무도 아름답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시간여행 앞에도 세워 두었고, '소리굿'이라는 퍼포먼스의 무대장치로도 사용을 한 적이 있지요.
우리나라 연주회장에 가보면 무대에 연주자만 딸랑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같은 소품을 사용해서
연주회를 기획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컨셉을 잡아서 주제가 있는 연주회를 기획한다면 각종 소품들이 음악과 상승작용을 일으킬 수 있겠지요.
일전에 있었던 배모씨의 연주회처럼 발레를 도입한다든지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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