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나도스의 또나디야 - La maja dolorosa No.1
곡명 : La maja dolorosa No.1(슬픔에 잠긴 미녀)
연주 : Teresa Berganza(Ms), Juan Antonio Alvarez-Parejo(Pf)
대부분 또나디야(Tonadilla)라는 용어가 익숙하지 않으리라는 가정하에 약간의 설명을 드리죠. 먼저 이 용어를 이해하려면 먼저 사르수엘라(Zarzuela)의 역사적 흐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할 것 같군요.
사르수엘라는 쉽게 말씀드려 스페인식 오페레타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독일식 오페라를 징쉬필(Singspiel)이라고 하듯이 말이죠(모짜르트의 <마술피리>는 독일의 징쉬필의 전통에 따라 작곡된 명작이죠). 사르수엘라는 대사가 있는 음악극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야기의 줄거리는 대화나 독백을 통해 진행시키고 중요한 대목만 노래를 넣는 스타일로 작곡된 것이죠. 17세기의 스페인 국왕 펠리페4세는 마드리드 근방에 있던 사르수엘라 별궁에서 배우들을 불러 노래나 춤을 섞은 극을 즐겼는데 여기에서 이러한 용어가 생겨났다는군요. 참고로 스페인 왕가의 초빙으로 오랜동안 스페인에 머물렀던 보케리니도 사르수엘라 작품인 <라 클레멘티아>를 남기고 있습니다.
그러나 부흥기를 맞았던 사르수엘라는 이탈리아 오페라의 영향으로 쇠퇴의 길로 들어서게 되는데, 스페인 왕가의 초빙으로 오랜동안 스페인에 머물렀던 전설적인 카스트라토(거세한 남자가수)인 파리넬리(1705~1782)의 출현은 이러한 쇠퇴를 가속화시키게 됩니다.
또나디야는 대략 18세기 중반부터 스페인에서 왕성해진 극히 소규모의 무대음악을 말합니다. 막간극 정도로 이해하시면 되죠. 이 소규모의 음악극은 스페인적인 요소로 가득찬 매력적인 음악이라고 합니다. 이 장르의 권위자인 호세 수비라(1914~1990)에 의해 이 또나디야를 정리하여 출판했다고 하는데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를...
또나다(Tonada)는 스페인어로 "노래"라는 의미인데 여기에 축소어미를 붙인 것이 또나디야(Tonadilla)로서 "작고 귀여운 노래극" 정도의 의미로 보시면 되죠. 이 또나디야는 등장인물도 소수이고 오케스트라도 극히 규모가 작았을 뿐더러 연주시간도 몇 분에서 길어야 10~20분 정도에 불과했다는군요. 루이스 미손(1720~1761), 파블로 에스떼베(1730~1801), 페드로 아라나스(1742~1821), 안또니오 로살레스(?~1801) 히신또 바예도르(1744~1809), 블라스 데 라세르나(1751~1816) 등의 작곡가에 의해 많은 작품을 남기고 있다고 하는데 눈을 씻고 찾아봐도 음반이 보이질 않네요. 이 시기에 또나디야는 형뻘인 사르수엘라를 밀어내고 부흥기를 맞게 됩니다.
잠자고 있던 사르수엘라는 바르비에리(1823~1894)에 의해 되살아나게 되는데 츄에까, 브레똔, 차피, 세라노, 루나, 구리디, 또로바 등의 작곡가들에 의해 황금기를 맞게 됩니다. 브레똔(1850~1923)은 <라 팔로마 밤축제>라는 곡을 작곡했는데 이 작품은 사르수엘라를 대표하는 명작으로 평가되며, 차피는 아름다운 선율을 많이 작곡하여 <스페인의 마스네>로 불리우며, 또로바는 세고비아에 의해 기타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작곡자이죠.
브레똔이 작곡한 <라 팔로마 밤 축제>의 LP음반은 제가 미친듯이 전국을 누비며 음반사냥(?)을 할 때 "하나님이 보우하사" 제 손에 들어오게 된 것으로 저의 스페인음악에 대한 열정을 어여삐 여기사 소원을 들어주신 것이죠. 기회가 되면 게시판에 올려드리죠.
그라나도스의 또나디야를 들어보면 극적인 요소도 느낄 수 없고, 연주형태도 피아노반주의 노래로 되어있어 또나디야의 숨결을 느낄 수 없어 아쉽군요. 그라나도스는 옛음악에 대한 영감(관심)으로 작곡을 하게 되었겠지만 이름(껍데기)만 남은 또나디야를 보니 울고싶네요. "하나님이 보우하사" 또나디야의 원형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기를....
* La maja dolorosa를 "슬픔의 성모"로 번역한 경우를 봤는데 차칫 종교적인 음악으로 오인될 소지가 있기 때문에 "슬픔에 잠긴 미녀" 정도가 적당할 것으로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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