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닿아 있다는 그 말.
나의 손이 피아노의 건반을 흝고, 곧 그의 손이 건반을 흝고,
한대의 피아노 앞에 나란히 앉아서 우린 피아노를 친다.
다시 나의 왼손이 건반을 흝어내리고, 그도 오른손을 들어올린다.
그리고.. 스친다.
살짝 스친 손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지만 우리의 손은 금새 다시 엇갈린다.
팔꿈치가 닿고, 다시 멀어지고, 음표들이 끊임없이 금가루처럼 흩어진다.
닿음과 스침을 반복하면서 난 목울대를 넘기는 침소리를 숨기고 싶어
두번째 박 강한 음을 기다릴 것이다.
볼이 달아오르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며 재빨리 오른손으로 악보를 넘긴후
다시금 라라라라라 하행하는 나의 음표들과 상행하는 그의 음표들을 보면
더욱더욱 목까지 빨개질 것이다.
우린 그렇게 잇닿아 있을 것이다.
연주가 끝나더라도 꽤 오랫동안.
아무도 모른다.
새까만 피아노는 조용하다.
난.. 눈물이 날 것만 같다.
만약 그가 나와 같은 닿음과 스침의 설렘을 느낀다면 행복한 일이겠지만..
그는 연주를 마친 후 악보를 거두고, 피아노의 뚜껑을 딸깍 소리나게 닫고,
"좋은 연주였습니다"라고 늘 같은 인사말을 남긴 채 뚜벅뚜벅 걸어나간다.
나는..
두 손만으로 다시 연주를 시작할 것이다.
내겐 두 손이 더 필요할 것이다,
이 곡이 두 손만으론 아무런 의미가 없듯이.
Take my hand, Take my whole life, too.
- Ma mere l'oye를 듣다 유치하고 조잡한 거짓말을 조금 쓴다.
나는 피아노를 전혀 못치고, "그"라는 사람은 원래 있지도 않다.
어릴 때 만화를 많이 봤는데, 그래서 상상만으로도 눈물이 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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