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경험한 명기

by 애호가 posted Sep 12,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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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주석 잘 보내고 계신가요
저는 귀경길에 갤탭질하다가 생각나서 글올립니다
먼저번글 조회수는 많은데 제가 궁금했던 질문에 대한 답변은 몇개 없었지만 최동수선생님의 명장들의 글에서 발췌한 글이 큰 힌트가 되었습니다 역시 최동수선생님은 매니아의 멘토이신듯
제글을 읽으신 여러분들이  저의 오바를 악기자체에 대한 순수한 열정으로 보아주시고 많은 의견교류있었으면 좋겠구요
있는척 아는척 하려고 글올리는것 절대 아니고 제가 모르는게 너무많고 무딘 사람이라 여러분들의 의견과 조언을 참고로 제스스로도 방향설정을 하려는 것이니 서로 아는 만큼이라도 올려서 매니아분들 서로가 각자의 명기를 찾을수있도록  도움되었으면 좋겠네요

우선 저사람 연주를 얼마나 잘하길래 명기명기 노래를 부르나 하실분들 있을텐데요 저는 연주 못합니다
하지만 제가 단언하건데 좋은 악기가 의미없는 연습시간을 줄여줍니다
단적인예로 카바티나 쉬우면서 어렵지요? 10년을 연습해도 초입부 하이포지션 바레잡고 멜로디연주 하는것 깔끔하게 안넘어갈겁니다
이거 몇달 손가락 힘키우고 연습해도음악적으로 테크닉적으로 별의미 없습니다
어떤  악기로는 한번에 넘어가는데 어떤 악기는 쥐가날 정도로 해도 안됩니다
저도 최근에 악기 여러대 가지고 시연해보니 확연하더군요
악기가 좋지 않으면 아예안되는 곡도 분명 있습니다
roland  dyens편곡 all of me 같은곡 안되는 악기로 해봐야  초입부 하모닉스 멜로디 연주하는 부분부터 막힙니다
중간중간 음향효과  표현안됩니다

Grand jota같은곡은 숫제 탐보라 주법은 흉내도 못내죠

그리고 곡을 완성해도 악기가 좋지 않으면 맛이 없습니다
신선하지 않은 재료로 조미료 잔뜩 넣고 만든 음식은 언뜻 느끼기에 쌈박할 수 있지만  맛을 음미해보면 음미할 가치가 없듯 곡을 구성하는 한음한음이 아름답지 않을 경우 현란한 테크닉으로 조미료를 친들 맛이 없는 음악이 되고 말지요

반면좋은 악기는 스케일 연습 마저도 즐거움을 줍니다
좋은 악기는 흡사 악기가 노래를 하고 싶어 안달이 나 있는 듯 그 악기가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정확한 성감대만
건드려 주면 노래를 부릅니다.
설령 그것이 단음이고 스케일 일지언정 아름다운 울림으로 매혹적인 소리를 내어 줍니다.

솔직히 악기가 많아지고 나서 악기를 관리하느라 곡은 할 엄두를 못내고 탄현만 디립다 하고 있는데요....각 악기마다 최적의 탄현 위치와 탄현각 탄현 강도가 달라서 많은 악기를 다 가지고 가면서 최적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 한 것을 잘 압니다.
그래서 조만간 이별을 할 악기와 평생 가져갈 악기를 고르고 있는 중인데요 최소한 내 손에 들어온 악기가 4계절의 주기를 다 지나고 최적조건에서 평가할 여유를 갖고자 아직 보관중입니다.

제가 이렇듯 내 인생에서 평생을 함께 할 악기를 고를 수 있는 여유가 주어진 자체를 감사하며 즐기고 있습니다.
제가 이렇게 어떠한 확신을 가지고 악기를 찾게 된 데에도 계기가 있는데요.
솔직히 저도 기타라는 악기가 다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한 사람이었고 습도나 조건이 어지간히 달라도 관리 상태가 어지간해도 기타라는 자기 소리를 내어 줄 줄 알았습니다.

우선 첫번째 악기가 거기서 거기 일 것이고 좋은 악기던 나쁜 악기던 한계점이 있다고 생각했던 인식을 바꿔준 악기가 있는데요....
최초에 아주 충격적으로 보았던 악기는 Miguel Rodrigues 1991년산 시더 악기였습니다.
한창 기타를 시작해서 미쳐있었던 대학 새내기 시절인 1993년 선배님의 소장품이던 벨라스케스, 오리베,마르도네스, 디히터 호프, 고노, 페레즈, 마린 몬테로,베르나베 등 그래도 당시 이름 있는 악기들을 시연해 볼 수 있었음에도 그렇게 인상적인 악기는 없었더랬습니다.
그러던중 서울의 한 공방에 우연히 들렀는데 3층에 있던 그 공방 1층 입구에서 피아노 소리가 나길래 이 건물에 피아노 학원이 있나 싶어서 한계단 한계단 올라가는데 그 소리가 공방에서 나더군요.
무슨 피아노 소리가 나냐고 제작자님에게 물었더니 저 악기라고 가르키는데 한 학생이 악기를 치고 있더군요.
대단한 볼륨감에 소리 하나하나가 영롱하게 튀어나오는데 음 하나하나가 흡사 100미터 달리기 선수가 전력질주하듯 대단한 에너지감을 가지고 튀어나오더군요.
음 입자 하나하나가 수은방울처럼 분명한 존재감을 가지면서 뻗어나가는데 경이로움 그 자체였습니다.
지금 다시 본다면 그날의 감흥이 같을 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최초로 기타라는 악기에 대한 인식을 깨 준 악기였습니다.
그 학생에게 양해를 구하고 한번 시연을 해 보았는데요....
허....딱 악기를 쥐고 첫음을 내는 순간 그 아우라에 압도당해 버렸었지요.
대단한 악기였습니다.
그렇다고 다루기가 어렵지도 않았고 저는 그저 현에 물리적인 힘만 가했을 뿐인데 소리 하나하나가 저의 탄현을 기다렸다가 스스로 튀어나가듯 악기가 노래하고 싶어서 안달이 난 것 처럼 알아서 소리가 나더군요.

그래서 유튜브를 찾아 보았는데요....그날의 느낌과는 좀 다른 연주들만 올라와 있군요.
어디 Miguel Rodriguez 를 가장 Miguel Rodriguez 답게 연주한 링크를 아시는 분 올려 주시면 감사하겠네요.
http://www.youtube.com/watch?v=8hReasVrjk4
여기는 그나마 고음질로 녹음이 되어 있어서 올립니다.
쇳소리가 좀 나는군요.
제 기억속의 로드리게스는 금속입자감이 있는 소리라기보다는 수은방울처럼 광채가 있는 매끈한 소리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링크에 있는 파일은 로드리게스 기타의 에너지감과 분해능은 충분히 느낄수 있겠네요.

두번째로 제가 놀랐던 악기는
제 선생님이 소장하고 계신 아이힝어 2010년 산 시더 악기구요.
이 악기 막 왔을때 시연을 해 보았는데 1000만원 이쪽 저쪽의 악기에서 느낄 수 있는 Average 급의 악기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아이힝어 2001년산을 소유해 본 적이 있어서 아이힝어 하면 그냥 빼어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은 샤넬풍의 강남 며느리풍의 악기로 생각했었거든요.
그저 좋은 시더 악기네 라는 정도로 한두번 탄현해 보고 돌려 드렸는데요.
그 악기를 1년만에 다시 선생님 스튜디오를 찾아 갔더랬지요.
다른 학생들도 있고 이름만 대면 알만한 악기들이 3대 정도 있었지요.
먼저 2001년산 스프루스 아이힝어가 있어서 쳐 보았더랬지요.
제가 소장하고 있던 딱 그 느낌이 악기였습니다.
고음역대 뻣뻣한 느낌 좀 남아있고 저음 그냥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고 데드톤 한두개 있고.....
이름난 또 다른 제작자의 기타 잠깐 만져보고....그냥 내려놓고.....(천만원 조금 넘는 악기)
선생님 악기를 잠깐 시연을 하려고 첫음을 딱 치는데....
이건 뭐.....악기소리에서 황금빛 광채가 나는겁니다.
악기가 파르르 떨면서 소리를 내는데 이건 뭐 악기소리에 후광이 비치는 느낌이랄까
소리가 수십만가닥의 극세 명주실로 만든 고급 실크의 느낌이랄까요?
30년된 15인치 브라운관 TV로 연속극을 보다가 60인치 LED TV로 HD방송을 보는 느낌?
아....탄식이 나오더군요.

그래서 선생님께 물어보았지요.
도대체 기타에 무슨 짓을 하셨냐고
어떻게 하면 이렇게 되냐고.
왜 10년된 같은 제작자의 기타와 소리가 이렇게 다르냐고.
선생님 말씀은 새 악기를 받아서 최초 1년간은 지극정성을 다해 악기를 위해주라고 하시더군요.
첫째 줄은 항상 새 줄을 끼고 탄현을 하되 절대 허투루 탄현을 하지 않고 정성을 다해 소리의 이미지를 그리면서 탄현을 하면 악기가 그 소리를 기억한다고.
전 그 말씀을 그냥 동화같은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만.....
그 악기의 소리는 분명히 제가 1년전 들었던 악기 소리와는 완전히 차원이 달랐고 제가 쳐 본 6대의 다른 아이힝어 기타와는 달랐습니다.

이러한 두 악기의 영향이 지금 제가 기타 좀비가 되어 방황하는 이유일 지도 모르겠는데요.

이러한 깨달음이 조금 더 빨랐더라면 저도 기타를 꽤 잘 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드는군요.

좋은 악기를 만나는 것은 음악으로 가는 첫걸음을 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안되는 악기로 음악이라는 큰 바다의 초입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해변에서 헤매던 지난 시간들이 아쉽고요.
여러분도 좋은 악기는 내게 사치라는 생각보다는 좋은 악기는 나를 더 큰 바다로 인도할 배라고 생각하고 무리하더라도 좋은 악기 만나세요.
어쩌면 그렇게 큰 돈이 들지 않을 수도 있어요.
저는 뭐 좀 무모한데가 있는 사람이라 이렇게 허우적 거리고 돌아왔지만 여러분들은 좀 더 현명한 방법으로 음악을 즐길 수 있길 바랍니다.
명기는 돈만으로도 사지 못하고 명기를 명기답게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그 악기가 명기인데 그걸 못 알아본 것 일 수도 있겠네요.
자기의 악기를 한번 극한까지 시험해 보시고 관찰해 보시기 바랍니다.
아니면 과감하게 새로운 악기 찾아 보세요.

그리고 여러분들이 경험했던 명기에 대한 이야기와 동영상 링크 혹은 음악 샘플 링크로 제게도 정보를 좀 주시구요.
제작가님들 전문 연주가님들도 점잖 빼지 않고 낯간지러우시더라도 한수 팁을 알려주세요.
기타 매니아에서 제가 가장 답답한것이 악기에 대한 평가나 리뷰에 좀 민감한 듯 하네요.
국내 제작자들이 많이 보시는 사이트라 그렇다면 외국 악기에 대한 비평과 리뷰 토론이라도 좀 활성화 되었으면 좋겠네요.

하여간 제 게시물이  여러분들의 명기 또는 내가 좋아하는 악기에 대한 의견 서로 교환이 될 수 있는 시발점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허접한 장문의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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