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나무들의 손길 바쁠 때
그 꽃그늘 아래 무식하게 앉아 보았어
반쪽짜리 낮달의 희미한 울음과
부산한 들쥐떼 웃음소리를 들었지
나도 그처럼 재빠르게 살까
쉿 ──
꽃들은 모두 입술 위에 손을 얹더군
제기랄, 그래 남은 마음으로
밤이면 귀퉁이 통풍구로 오랜 별을 찾았지
거기 변함없이 별 하나 떠서 빛나건만
지상엔 지금도 쫓겨가는 그림자
그리하여, 나무들이 손을 내미는 동안은 침묵하자
그 뒤, 벌써 거덜난 내 봄의 한밤중
비 내리는 뒷길엔 새로운 어둠이 가득하고
서쪽에서 두견새 울면 가리라, 하니
다시금 다 쓰지도 못한 ──
참 캄캄하고 서러운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