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시간 법칙"과 나의 기타 실력~

by JS posted Feb 14,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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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클래식 기타를 1983년부터 쳤습니다. 만 26 년 치고, 27 년째 들어가네요.

이제 아주 냉정하게 저의 기타 실력을 자평하자면 ... 종합적으로 볼 때 중급입니다.

지금 저의 실력 ... (1) 악보를 제법 보는 편이라 생전 처음 보는 악보도 더듬더듬 그 자리에서 칩니다. 그렇다고 생전 처음 보는 악보를 기가 막히게 초견 연주하거나 그런 건 아닙니다. (2) "11 월의 어느날" 정도 난이도의 곡은 생전 처음 봐도 4-5 번 쳐보면 제법 막힘없이 칩니다. (3) "전설" 같은 곡은 잘 안 되는 마디가 있는데, 10 년 전이나 지금이나 계속 안 됩니다. (4) "알함브라" 같은 곡은 트레몰로가 자꾸 엉키고 1 번 줄에 걸리는데, 어떤 날은 제법 잘 되고, 어떤 날은 이상하게 안 됩니다. (5) 오른손-왼손의 빠른 조응이 약한 편이라서 빠른 곡을 깨끗하게 치지 못합니다. (6) 그래도 어지간한 난이도의 곡(예: "바덴재즈", 짧은 바하 음악)은 1 달 정도 열심히 연습하면 제법 치는 편입니다.

저처럼 20 년이 넘게 기타를 치고서도 이 정도 밖에 못 치는 사람들은 "역시 난 재능 부족이야~!"라고 말하곤 합니다. 하(!)지(!)만(!), 저는 오늘 제 기타 실력이 아주 정직하게 저의 연습 시간을 반영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요즘 인터넷에서 자주 나오는 이야기가 "1만 시간의 법칙"입니다.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려면 최소 1만 시간 이상의 연습을 해야한다는 이야기이지요.

그러면 제가 지난 26 년 동안 클래식 기타를 몇 시간 정도 연습했을까요? 정확하게는 알 수 없지만, 제가 나름대로 타당한 기준을 적용해서 지난 26 년간의 연습 시간을 대충 뽑아보니까 ... 놀랍게도 5000 시간 정도 연습했네요. 그렇다면 ... 26 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 5000 시간이 중요한 것인데 .. 저의 기타 실력은 딱 5000 시간 연습한 아마츄어의 실력 같습니다.

5000 시간을 어떻게 계산했냐하면 ... 우선 연습을 아주 많이 하는 주를 생각해 보니 "주말에 6 시간 + 주중에 4 시간 = 10 시간" 정도 되는 것 같고, 1 년 내내 연습을 그 정도로 했다면, 그 해에는 500 시간 쯤 연습을 한 겁니다. 반면 연습을 아주 안 한 주의 경우는 "1 주일 내내 2 시간 정도" 되는 것 같고 ... 그렇게 1 년을 보냈다면 연간 100 시간 정도입니다.

이런 식으로 연간 100 시간, 연간 200 시간, 연간 300 시간, 연간 500 시간 정도 잡아보고요 ... 그 다음에는 해마다 저의 처한 상황을 생각해 보면서 시간을 넣어봅니다. 예를 들어 중 3 때는 연합고사 준비하느라 바빴으니까 100 시간, 고 1 때는 기타 좀 쳤지만 그래도 바빴으니까 200 시간, 고 3 때는 학력고사 준비하느라 바빴으니까 100 시간, 대학교 1 학년 때는 오랜만에 기타 좀 많이 쳤으니까 300 시간, 군대에서는 1 년차 때 100 시간, 2 년차 때 200 시간 ... 뭐, 이런 식으로 제가 살았던 Life Cycle을 중심으로 시간을 잡아보는 겁니다.

그랬더니 ... 26 년 동안 대략 5000 시간 정도 나옵니다. 저의 기타 실력이 이렇게 정직하게 저의 연습 시간을 보여주는 것이 놀랍습니다. (여러분들도 한번 계산해 보세요~.) 아무튼 저는 희망이 생겼습니다. 앞으로 5000 시간 정도 더 치면, 지금보다 훨씬 잘 칠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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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만 시간을 채우려면 매일 하루 3 시간씩 10 년을 수련해야 하는데, 이렇게 해야 전문가가 된다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제가 전공분야 (=언어학) 공부에 본격적으로 몰입한 것이 군대 제대하고 1993년 부터인데요 ... 그 무렵부터 적게 공부하는 날은 1-2 시간, 많이 공부하는 날은 10 시간 ... 평균적으로는 하루에 3-4 시간 정도씩 10 년 동안 언어학 공부에 몰입했었지요. 그리고 10 년이 지난 2003 년 2 월 ... 언어학 분야의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저의 전문 분야 중 하나가 "언어 습득"입니다. 언어 습득 분야에서 아주 중요한 발견이 있는데, 그것은 갓난아기가 특정 언어의 모국어 화자들과 1 만 시간 정도 상호 작용을 해야 그 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엄마/형제/친구들과 매일 8 시간씩 영어로 상호 작용을 하게되면, 대략 4 년 정도 지나야 1 만 시간이 채워지는데 ... 실제로 전 세계 모든 언어권에서 대략 만 4 세 정도 되어야 그 언어를 제법 유창하게 구사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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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기가 옆으로 샜는데요 ... 중요한 것은 "기타를 26 년이나 치고도 이 정도 밖에 못 치다니!"라고 자괴감을 가질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말만 26 년이지, 실제로는 5000 시간 밖에 안 쳤으니까요.

- J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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