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GuitarMania

2005.10.07 15:51

어떤 11시 30분

(*.221.105.176) 조회 수 3223 댓글 4


가야할 곳이 너무 많은 하루였고, 이미 한군데는 들러서 출발한 길이었다. 이동시간까지 계산하여 빠듯하게 끼워넣은 일정 탓에 밥 먹을 시간 같은건 생각할 수 없고, 잠도 부족했으며 사랑하는 사람들은 모두다 멀리 있었고, 머리속에선 오늘 잊지 말고 챙겨야 할 것들과 전화걸어 확인할 일들 그외에 조잡한 것들이 서로 다투고 있었다. 게다가 길을 잘못들었고, 두리번두리번 한 끝에 제대로 된 길에 올라타려고 유턴을 하기로 했던 참이었다.

따끔한 눈을 달래주고 싶어서, 잠시 눈을 감고 있기로 했다. 헤드레스트에 머리를 기댔다. 여긴 유턴라인이니까 신호를 한번쯤은 놓쳐도 상관없겠지, 하면서 눈을 스르르 감는데, 갑자기 주위가 어두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래서 눈을 번쩍 떴다.

수송기였다. 프롭펠러 두개를 달고 있었다. 핫, 여긴 성남비행장 옆이지. 갑자기 정신이 번쩍 났다. 나는 창문을 아예 내리고 고개를 쭉 빼서 수송기의 배를 한참이나 쳐다보았다. 검은 그림자는 내 머리위를 지나 도로에 정확하게 CN-135의 모양을 그리면서 스르르 움직인다.

오랫만이다. 이렇게 비행기의 배를 본 건.




- 어릴 적에 화곡동에서 살았다. 종종 아빠의 오토바이 앞 자리에 타고 김포공항쪽으로 가서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것을 한참이나 함께 바라보았던 기억이 난다.

- 영종도에 가다보면, 고속도로의 왼쪽으로 아파트들이 많이 나타난다. 그래도 꽤 오래전에 지은거라 성냥갑같이들 비슷한 모양들을 하고 있다. 이름들도 다들 비슷하구.

- 고 2 때다. SU-37 이 온다길래 등교하자마자 조퇴하고 아빠랑 에어쇼 보러 갔다. 그 후엔 그런 기회가 없었는데, 아빠가 그저께 문자보냈다. 18일부터 에어쇼래.

- 이래저래 비행기도 많이 탔던 것 같다. 그래서 이젠 데면데면할만도 한데, 나는 그래도 항상 비행기가 아주 낮게 내 머리위로 나는걸 보면 가슴이 설렌다. 그립기도 하고, 눈물이 나기도 하는 떠남이다.





Comment '4'
  • .. 2005.10.07 16:23 (*.207.66.77)
    22일부터 일반인입장이 된다죠.. 재미있겠다....ㅡㅡ+
  • 안신영 2005.10.07 17:38 (*.49.0.57)
    73년도 김해비행장에서 아예 비행기 바퀴밑에서 밤을 세며 보초를 섰던 기억이...
    각기지마다 병들이 부르던 노래 아직도 기억이 생생한데
    결혼후에 가끔 남들 앞에서 부르고 나면 집에 올 때에 아내에게 야단 맞던 생각이 ...

    "마포종점"의 노래에 맞추어서

    다떨어진 작업복에 밑창없는 워-카에
    칼빈총을 울러메고 홀로 서었느은 야간 보-오-초
    수송기- 날개밑에 외로-이이 서---서
    실시 되지 않는 외-출 생각하면 무었-하나
    별들도 잠든 활주로 보-초는- 서글퍼-라
  • nenne 2005.10.07 21:25 (*.232.18.246)
    으니님 글은 언제 읽어도 좋아요~ 요즘도 많이 바쁘세요?

    저도 어렸을 때나 지금이나 비행기 많이 지나다니는 동네에 살고 있는데요~
    옛날엔 뻥 조금 섞어서 집에 창문 열어놓으면 비행기가 막 집안으로 들어올 것 같았죠 ㅎㅎㅎ
    그러다 보니 전 비행기 하면 생각나는게...
    동네 아이들이랑 비행기가 지나가면 재빨리 '비행기!!'하고 먼저 외치는 거에요.
    그러면 상대편이 비행기가 완전히 다 지나갈 때까지 움직이지 못해요. 아니 움직이면 안되죠
    그럼 막 때리고, 과자 있으면 다 뺏어먹고.. 그러면서 놀았었어요 ㅋㅋ
    비행기 다니는 동네에만 있는 놀이 같아요 ㅎㅎㅎ
  • 아이모레스 2005.10.07 23:19 (*.158.12.96)
    "비행기의 배를 본 건..." 에고 이거 이해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어요!!!^^
    첨에 그냥 대충 읽으면서... 왠 비행기 얘기를 하다가 배 얘기람 그랬거든요...
    그랬다가는... 뭔가 찜짐해서 두번째 읽구서야 겨우....^^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738 친구 2010.07.25 3225
6737 [re] 쿄토의 료안지. file 콩쥐 2006.12.28 3226
6736 제주도가 중국 땅이 돼가고 있다 심각하다! 제주도 2015.12.13 3226
6735 [re] 전 비틀즈랑 사진도 찍었다구요!! 7 nenne 2006.11.18 3228
6734 明心寶鑑(명심보감)-第五篇 正己篇(정기편) 中 1 磨者 2009.06.15 3228
6733 특종 1 충격적 2016.12.31 3228
6732 다행이다 file 헬리코박터 2007.09.28 3229
6731 코스모스 2 file 칸타빌레 2014.09.20 3229
6730 요즘 이노래 인기죠? ㅋㅋㅋ 1 채소칸 2007.10.16 3230
6729 여기는 광주. 5 file 콩쥐 2008.04.24 3230
6728 모기와의 전쟁2 9 np 2008.08.12 3230
6727 야스쿠니즘의 정체 예술정책 2015.09.02 3230
6726 위대한 딴따라 1 금모래 2010.03.13 3231
6725 최재석 실제 인터뷰 고발뉴스 2017.01.11 3232
6724 이 분은 참 지혜로운 분입니다. 2 file 1000식 2005.10.25 3233
6723 사랑할만한 사람 11 1 으니 2006.11.24 3233
6722 무사히 연주중.. ^^;; file 괭퇘 2004.12.23 3234
6721 비바체님만 보셔요...^^* 2 2005.04.20 3234
6720 인천공항 2 file 콩쥐 2007.11.17 3234
6719 낙서 1 CDMA 2004.03.30 3235
6718 하늘에서 보고잇니? 2 file xylitol159 2006.06.17 3235
6717 한국 드라마 7 음.. 2007.05.03 3236
6716 미국國歌 4 2008.05.04 3236
6715 혼자시리즈 3 마루맨 2004.08.21 3237
6714 1867년 생 토레스로 연주한 바리오스 7 file 오모씨 2004.10.13 3237
6713 여러분 효도합시다!(2) 7 file rainbow eyes 2007.01.05 3237
6712 조롱이와 따쥐 따쥐 2014.06.30 3237
6711 우리가 몰랐던 소의 비밀 1 꽁생원 2014.07.25 3237
6710 비빔국수 드세요~ 11 file 한민이 2007.03.03 3238
6709 님이 있어 우주가 있네. 6 친구 2010.03.22 3238
6708 요즘 너무 무섭습니다.. 16 그놈참 2004.04.11 3239
6707 2족 보행 로봇 1 꽁생원 2016.02.25 3239
6706 예술은 없다. . . . 5 봉봉 2009.03.19 3240
6705 스마트폰으로도 이런 사진을 !!! 밝기조절, 초첨, 화이트 밸런스(자동,백열등,맑은날, 형광등,흐린날) 다양한 기능 적극활용하니 사진이 재미있군요 1 file 마스티븐 2016.06.07 3240
6704 전세계 울린 다섯살 꼬마와 오빠의 그림 기사 2014.05.14 3241
6703 산보후기.1 file 콩쥐 2008.06.26 3242
6702 아르헨티나 여행 사진 10 file 2005.01.05 3243
6701 사막서 쇠사슬 감고 명상하다.. 1 오모씨 2006.01.06 3246
6700 지구상에서 없어져야 할 놈들.. 밑에꺼 보충 ㅋ 10 file 하핫 2007.02.15 3247
6699 수님만 보세용~ ^^;; 9 옥모군 2004.05.06 3248
6698 먹고, 안 먹고의 문제가 아니라 대접받느냐, 아니냐의 문제. 4 file 식칼수집가 2008.05.02 3248
6697 외국초딩 vs 한국초딩 ^^ 음.. 2008.01.22 3249
6696 그가 이제는 없다. 1 2009.11.12 3250
6695 친구 2010.06.08 3250
6694 [[ 北외무성 "日, 6자회담 참가 않는게 바람직"]] 5 오모씨 2006.11.04 3253
6693 [re] seneka님께 2 niceplace 2004.04.17 3254
6692 우리나라가 얼마나 행복하냐면... 2 2015.12.01 3254
6691 [re] 부산여행........다꼬야끼. file 콩쥐 2005.10.18 3255
6690 어느 멋진날 _ 해운대에서 !!! 3 file HJ 2006.10.30 3255
6689 씁쓸합니다. 끝자락 옛선인의 말이 가슴에 와닿네요.(제모든글은 펌입니다) 펌맨 2008.05.06 3256
Board Pagination ‹ Prev 1 ...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 151 Next ›
/ 151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Powered by Xpress Engine / Designed by hikaru100

abcXYZ, 세종대왕,1234

abcXYZ, 세종대왕,1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