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우리 만난지 백일째 날이에요~

by nenne posted Jun 20,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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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애들은 그런 것도 세나 봅니다.
너무 정신없었던 지난 주 토요일이
아이들하고 만난지, 또 신규임용된지 100일째 날이랍니다.
애들이 그러더라구요.
내년엔 편지라도 한장씩 써주고 싶어요....

저란 인간은 참 장난치기를 좋아합니다.
또한 모든 상황을 엽기적으로 만드는 것도 즐겨요.
하나도 안 웃긴데 막 꼬고 꼬아서 웃긴 상황으로 만들어 놓고 혼자 즐거워하죠.  
그래서 세상을 살아가는데 즐거운 것도 많고 애로사항도 많죠.

조용히 시켜야 할 아침자습시간에도요
조용히해~!!!!! 조용히! 조용히!!!!!! 해놓고 제가 막 돌아다니면서 말 시키고 애들 갈구고-_-a
그러다 교감샘한테 몇번 걸리고.. -_-
엊그제는 판서를 하는데 앞에 앉은 놈이 뒤에 앉은 놈을 자꾸 괴롭히니까...
뒤에 앉은 놈이 아씨 그만해 썅년! 소리를 꽥 치는 거에요!!!
어허~! 누구냐 어떤 놈이야? 말 곱게 써라잉~ 얼굴은 이쁘게 생겨 가지고.. 앙?
판서 마치고 교실을 돌다가 아까 욕한 그 친구한테 가서
한번만 더 그런 막말 쓰면 진짜 쥐기삔다..하는데 앞에 아까 괴롭힌 놈이
"샘 이쁘게 봐주세요. 얘가 요즘 안 좋은 일이 있어서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어요.."
"안 좋은 일? 무신 안 좋은 일인데?"
"얘가 쫓아다니던 남자애가 다른 여자애한테 작업을 걸고 있거든요~"
"세상에~ 증말이가? 니 진짜 우울하겠다....니가 꿀리나?"
그랬더니 고개를 푹 숙이더라구요...

한바퀴 교실을 더 돌고 나서 그 친구 어깨를 툭툭 쳤습니다.
"그라믄 그 여자애한테 가서 한마디 해버려라!"
"머라고요?"
"...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시계를 딱 보니까 종이 치게 생긴 거에요..
그래서 그 칭구 귀 가까이 얼굴을 가져다 대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썅~년이라고.. "
그라고 막 도망쳐 나왔어요.. -_-
그 반은 완전 광란의 도가니로 빠지고... ㄱㄱㅑ~

반성합니다. 저 혼내지 마세요. 이제 안 그럴게요. 혼내지 마세요 ㅠㅠ

제가 교직생활 4개월을 채워가며 느낀 것은...
성직관+전문직관이었던 제 교직관이 자꾸 노동직관으로 기울어가고 있다는 것...ㅋㅋ
그리고 머릿 속에 체계가 잡혀 있지 않으면 정말 이래저래 휘둘리기 쉽다는 것..
그렇다고 체계를 잡아 나가자니 자칫하면 융통성 없는 선생으로 변할지도 모른다는 우려..
기타 등등....  

내 안에 세워놓은 잘하는 애와 못하는 애의 기준은 무엇인가 싶고,,,
내가 그 기준을 강요함으로서 그놈의 획일화 교육에 한 몫하는 건 아닌가 싶고,,
그래서 한 걸음 물러서다 보면 또 금새 개판되고...
아니 그 개판도 정말 진정한 개판인가, 내 기준의 개판인가 헷갈리고,,,
아하하 정말 환장하겠어요.

단지 그때그때 충실하면 되는 거다.. 제가 스물 몇 해 살아오면서 깨달은 점은 이건데...
사실 요즘엔 그렇게 충실하지도 못해요. 모든 일에 말이죠.
왜이리도 정리안된,, 숙제 안한 기분이 들까요.
100일이 넘어선 지금도 잘하고 있는 걸까.. 이게 잘하는 일일까.. 라는 생각이 자꾸 머릿 속을 떠나지 않는 건..
제가 못하고 있어서일까요......?


시험 문제 내느라 힘들었던 주말,, 비와서 기뻐했던 nenne였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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