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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itarMania

블로그에 올리려 작성한 글이라 존칭없습니다.
탈고 전이라 향후 수정될 수 있습니다. (저는 짧은 글도 자주 실수해서 여러번 탈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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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나의 피아노 이야기

   몇년 전 문득 피아노가 치고 싶어져서 아내가 아이들 레슨할 때 사용하던 바이엘을 찾아
   두달 정도에 끝내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려다가 도저히 재미가 없어서 그만둔 적이 있다.

   아내는 절대 나에게 피아노를 비롯해 자신이 전공한 악기를 가르쳐 주지 않는다.
   이유는 모르겠다. 하여간 나는 독습를 해야 했다.

   내가 음악을 전공할 것도 아니고 취미로 피아노를 연주하고 싶었던 건데, 즐기기 전에
   버텨내야 하는 시간이 너무 길고 이겨내야 하는 난이도가 높아서 중단하였다.
   코드잡고 내 노래에 반주 넣는 정도 였지만 기타는 쉽게 접해서 평생 즐길 수 있는데
   피아노는 너무 어려웠다.


1. 일단 제목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국내에 들어와 서점에서 책을 찾다가 우연히 이 책을 보았다.

   시간을 가지고 독자를 유혹하는 책을 싫어하는 편이다. 이건 일종의 사기다. '속여서'
   '이득'을 보면 사기다.

   굳이 '1만 시간의 법칙'을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배우고 익힘에 있어 2년 안에 준전문가
   급이 되는 것이 불가능한 것들이 있다. 아니, 거의다 그렇다.

   물론, 어떤 특정 분야에 재능이 있는 사람이 처음부터 혹은 몇시간, 몇일, 몇개월 안에
   훌륭한 성과를 보이는 경우도 있지만, 이것은 특별한 경우다.
   또한 처음부터 누구나 집중해서 노력한다면 짧은 시간에 쉽게 잘 할 수 있는 것들도 있다.
   이런 분야를 접해본 사람들은 그 분야가 그렇다는 것을 이미 알고들 있다.

   쉽지 않은 분야의 특별한 경우를 보편화해서 '누구나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것은 '확률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적지만' 극소수의 사람이 어쩌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제목이 '될 수 있다'도 아닌 '누구나 된다'식이라면 내 생각에는 '사기'다.

   그래서 '누구나 일주일 안에 피아노 죽이게 치는 방법'이라는 책 제목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용 중에 제목이 그렇게 된 사연이 있고 어느정도 납득은 가지만, 출판사 또는
   저자의 욕심에서 나온 제목이라 생각한다. 이는 한편으로는 우리나라 문화의 문제이고
   따라서 우리자신의 문제이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서 보았다.

   얼마 전 해외에 있을 때 다시 피아노 생각이 나서 외국 서점에서 책을 찾아 보았는데
   바이엘이 없었다. 피아노를 배우면 누구나 배워야 하는 바이엘이 없다는 것이 이상했다.

   오래지나지 않아, 피아노 레슨시 도레미..(그쪽에서는 CDE...)의 자리를 익히고 나면
   코드를 이용해 피아노에 친숙하게 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전공하려는 학생에게도 이런 레슨 방법을 사용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취미로 간혹 기타
   반주에 노래를 부르던 터라 그 방법을 이해할 수 있었고, 바이엘로 시작하는 그 기나긴
   여정보다 훨씬 즐겁게 피아노를 배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 후 클래시컬기타를 배우려고 레슨을 받고 있다.
   선생님으로 부터 기계적인 연주라 음악적인 재미가 없다는 지적을 자주 받는다.
   또한 선생님도 유학 초기에, 그 나라 학생들이 기능적인 면에서는 부족하면서도 음악적인
   감수성 등이 훨씬 풍부해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아직 나는 기타 연주에 있어 기능적인 부분보다 음악적인 부분을 이해하고 익히기가 더
   어렵다. 만약 우리나라 음악 교육이, 아니 음악을 포함한 문화 전반이 기교나 성과 보다는
   즐김에 좀 더 우호적이었다면 좋았겠다고 남 탓을 하고 있는 중이다.

   사실 이 시대의 예술은 즐기기 위한 것이 아닌가? 일부 예술밥벌이 상위 계층의 분들께서
   그 밥줄을 쉽게 빼앗기지 않으려고 갖가지 가위와 쪽집게를 사용하고 있고,
   고슴도치 부모들께서 자식 자랑의 방편으로 이용하다 보니 어려워 진거지.
   하긴, 이 현상은 예술계 뿐만 아니라 좀 빛이 나 보인다는 전 분야에서 마찬가지이다.

   '뭐야 이건 또'라는 첫인상이었지만, 시작만 하고 성과를 내지 못한 피아노에 대한 미련
   으로 책을 훑어 보다가 기본적인 개념이 맘에 들었다. 한편 소설과 교본의 조합이 재미있
   기도 했다. 그래서 얼마 후 인터넷으로 필요한 책을 주문하다가 다른 책들이 가격을 할인
   해 주길래 할인받은 금액으로 이 책까지 주문해 버렸다. 피아노를 꼭 다시 도전해 보고 싶다기
   보다는 책 자체가 궁금했던 것이다.


3. 소설+교본?

   내 생각에 이 책은 소설책이다. 어떤 나라에서는 철학을 하는 사람들이 소설책을 쓰기도
   한다. 자신의 철학사상을 이야기 하기 위해 소설을 쓴다. 그렇다고 그 책들이 철학책은
   아니다.
   어떤 소설은 유명해지고 나서, 그 소설에 관련된 사전이나 설명서 등이 따로 출간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그 책이 학습서는 아니다.

   이 책은 소설 안에 피아노 교본이 나오고 그 교본을 따로 출간하지 않고 합본했을 뿐이다.

   저자가 책의 처음과 끝에서 밝힌 것을 보면 교본을 우선시 하고 자신의 생각과 교본을
   보게하기 위해 소설이라는 옷을 입혔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출간된 뒤의 평가는 독자 몫이다. 즐거운 마음으로 쓴 시(詩)도 독자가 읽으며
   슬퍼한다고 작가가 독자보고 즐거워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것이다.

   나의 평가는 소설이다. 하지만 책의 형식을 정하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단지 독특
   한 책이다 보니 언급만 하는 선에서 줄인다.


4. 소설을 보자.

   그다지 밝지 않은 가정을 가진 소년이 감정의 탈출구로 피아노를 독습하다시피 배우다가
   체르니를 30번 부터 시작하는 실수도 하면서 피아노 배움에 고비를 만난다.
   어떤 친구의 도움으로 즐기는 피아노를 배우게 되고 피아노는 그 소년의 진정한 벗이 된다.

   그 후 대학에서 어떤 여자를 보고 첫눈에 반해 피아노를 미끼로 그녀에게 접근하는 것이
   주된 줄거리다.

   그다지 추천할 만하지 않다. 재미도 없다. 소심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젊은날 한번쯤 공상
   해 보았을 만한 줄거리다. 문체도 잘 정제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흡인력이 있거나 폭발력
   이 있는 것도 아니다.

   백여페이지 넘게 별 큰 사건없이 진행되는 이야기지만 지루하지는 않다. 한 선위에서 죽
   나열되지 않고 적당히 시간을 흩어 놓았는데, 저자의 의도인지 편집부의 권유인지는 모르
   겠다. 저자의 솜씨라면 소설쪽 비 전문가로서는 감각이 좋은 것 같다. 이것도 비 전문가인
   나의 평가에 지나지 않는다.

   마치 예전 PC통신 시절 통신으로 한두페이지씩 연재로 올리는 비전문가들의 소설을 읽는
   기분이었다.


5. 교본을 보자

   기타에서도 기본적인 코드와 주법을 알고, 모르는 코드는 코드표에서 주법은 음악의
   분위기에 따라 적당히 운영할 수 있다면 기타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전문가 처럼, 책의
   표현대로라면 '죽이게' 잘 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내가 기타 이외에 악기를 전혀
   몰라서 기타로 예로 들었지만 피아노도 이 정도 수준으로만 보면 기타와 별 차이 없을
   것이다.

   이 교본의 목표는 메이저, 마이너, 세븐 정도의 기본 코드와 기타로 치면 한박자에
   한번의 스트로크 정도의 주법을 이용해 노래 반주를 할 수 있는 정도이다. 복잡한 코드에
   대한 설명도 나오는데, 저자가 의도한 책의 수준상 화성에 대한 언급보다는 코드를 암기
   하기 쉽도록 코드 종류별 패턴 설명 정도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메이저, 마이너
   코드의 자세한 설명보다는 이 정도에서 그치는 것이 이 책의 목표에 적합할 것 같다.

   기타와 바이엘로 그치긴 했지만 약간의 피아노의 경험으로 보아서 투자하는 시간에 따라
   다르기는 하겠지만 책을 따라하면 '죽이지'는 않아도 '어? 너 피아노 배우니?' 정도의
   평가 또는 음악성에 따라서는 충분히 혼자 즐기는 취미 생활 정도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역시 '일주일은 무리'다. (이 표현은 원래 내가 사용하던 표현인지 전에
   보았던 일본 드라마의 영향인지 판단하는 것은 '무리')

   아마도 이 책을 먼저 보고 피아노에 어느 정도 친숙해진 다음에 레슨을 받거나 독습을
   하더라도 좀 더 강한 추진력으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것 같다. 피아노 하면 즐거움
   이 떠오를 테니까.


6. 책을 덮으며.

   이 책은 피아노를 쉽고 재미있게 접할 수 있도록 소설로 시작하고 코드를 이용해 내 기분에
   따라 음악을 연주하는데 도움을 준다.

   음악을 포함한 예술쪽에 취미이든 전공이든 연관된 사람은 예술은 더 이상 지고지순한
   가치를 지향해야하는 고통스러운 작업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우리 삶을 어루만지며 위로
   도 하고 즐기기도 하는 친근한 것이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들 있을 것이다.

   최근 미술품 관련된 뉴스가 많아서 역시 세상은 경제논리로 돌아간다는 것을 다시 확인시
   켜 주고는 있지만 경제논리가 돌리는 대로 돌아가는 우리들은 예술을 통해 창작의 기쁨,
   세파로 부터의 안식 등을 원하고 있지 않을까.

   하지만 아직 예술을 접할 통로는 부족하고, 주변의 대가라는 사람들은 예술은 고상하다고
   경제적으로 부르짖고, 대중음악도 따라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서점의 책들은 고전/대중
   구분을 떠나 어렵기만 한데,

   이렇게 어깨에 힘 빼고 피아노가 쉽다고 이야기 하는 책이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일주일 안에 피아노 죽이게' 치지는 못하지만 노점상이 진짜라고 파는 다이아반지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재미로 구입하는 정도의 기분으로 피아노를 접할 수 있다면 구입해
   볼 만한 책이다.  
Comment '1'
  • 도토라 2009.02.18 12:45 (*.182.110.1)
    좋은 정보 고맙습니다.
    한번 뒤적거려야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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