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음악을 좋아한다.
그런데 모든 음악이 아니라, 좋아하는 것만 지독히 편식한다.
하여간 '음악'을 좋아하지만 '음' 그 자체에는 별 관심이 없다.
물론 음은 음악을 이루는 기본이다.
그런데 난 그 음, 그러니까 그 음질에는 거의 신경쓰지 않는다.
몇 천만원짜리 스피커가 어떤 음을 내는지 모르나,
몇 천만원짜리 기타가 어떤 음을 내는지 모르나,
난 그 음 자체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그 음들이 연결된 음악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형편없는 mp3 음악이라도 좋다.
그 곡이 내가 찾던 곡이라면 아무리 심한 잡음이 들어있어도 좋다.
그저 '그 음악'이면 오케이다.
내 기타가 내는 소리에 난 하나도 불만 없다!!
엉터리 내 연주 솜씨에만 언제나 화가 날 뿐이다.
내 기타에서 나는 듣기 싫은 소리는 언제나 내 잘못이다.
이러한 생각은 당연히 초보자들의 생각일 것이다.
어느 정도 전문가(?) 가까워지면 음질, 음색에 신경이 쓰일지 모르겠다.
그래서 난 즐겁다.
그 좋은 음질을 위해 술 사 마실 돈까지 모두 퍼붓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플라멩코 기타를 배우기 위해서는 플라멩코 기타를 먼저 장만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플라멩코 기타의 음색이 다르다면서 말이다.
플라멩코는 가난한 사람들의 음악이었는데...
대충 기타 소리 비슷하기만 해도 되는 것 아닌가?
플라멩코의 정신은 기타에서 내는 그 음색에 들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음악'에 있다고 난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