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나는 한나라당 부대변인이었다
[고백] 나는 한나라당 부대변인이었다
2009.5.26.화요일
나, 아는 놈은 알 거고 모르는 놈은 모를, 딴지 최초의 농설우원 중 하나다. 농설우원이 뭔지 모르면 그냥
찌그러져 주시기 바란다.
총수랑 개인적으로 막역해서 정치노선과 상관없이 그땐 딴지에서 잘 놀았다. 이후 10년 간은 이회창 캠프의 미디어 보좌역에도 있었고, 한나라당 부대변인도 하고 그랬다.
그래 맞다. 나 보수다. 그리고 나도 안다. 졸라 희한한 커리어라는 거. 딴지 농설우원과 이회창 보좌역, 한나라당 부대변인이란 극과 극을 동시에 체험했던, 아마도 대한민국에서 유일할 희귀 경험을 토대로 내 오늘 MB에게 짧게 한 마디 하려고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한나라당이 판판히 진 것은 모든 것을 내던지느냐 아니냐에 달렸던 거다. 한나라당에 나름 깊숙이 관여하며 인터넷 분야에서 부대변인도 하고 하면서 파악한 당시 한나라당의 정서는 노무현 전대통령을 "꼼수, 노림수, 잔머리, 토론의 달인" 정도로 파악하고 대응한다는 것이었다.
그게 한나라당의 한계다. 노 전 대통령은 잔머리를 굴린 것이 아니라, 자신을 전부 내 던졌기에 한나라당에게 패배를 안겨준 것이다. 한나라당은 머리 좋은 인재들이 많은 당이다. 서울대 출신에 변호사 교수진들이 의원의 대세를 이룬다. 그럼에도 그 정도 사고 밖에 안 된다.
한나라당의 머리 좋은 인재들을 '고수'라고 한다면, 노무현 전 대통령은 '무수'다. '고수'는 자기가 어떻게 하면 살까를 고민하며 수를 생각한다. 반면 '무수'는 수를 만들 지도 않는다. 그리고 그 전제조건은 자신을 전부 내던지는 거다. 그래서 고수는 무수를 죽었다 깨도 이길 수가 없는 거다. 그래서 한나라당은 판판이 노무현 전대통령에게 지는 거다.
이번에도 그러하다. 도대체, 이 분위기를 본다면 저렇게 대응할 수는 없고,
숨어서 잔머리 굴릴 수 없는 것이다.
난 나름의 선을 통해 MB의 진짜 모습에 대해
들은 바가 많다.
말했잖나. 한나라당 부대변이었다고. MB는
참모의 말을 경청할 줄 모른다.
참모가 문제가 아닌 것이다. 문제는 MB
자신이다.
작년, 설사 참모가 말렸더라도 광장에 나갔어야 했다. 나가서 "여러분! 죄송합니다. 촛불을 거두어 주십시오. 차라리 저에게 돌을 던지십시오!"라고 했어야 한다. 그런데 뭔 짓을 했나. 자발적인 촛불로 타오르는 것을 시위꾼과 순수촛불로 양분하고, 경찰로 겹겹이 둘러싸고 그 뒤에 숨어서 사과문 흉내만 내고 쫑낸 것 아닌가. 국민들은 그 꼴을 보고 작년에 벌써 평가를 다 끝낸 거다.
"쟤는 저것 밖에 안돼!"
그리고 이제는 또 다른 국면이다. 내 한나라당과의 과거 인연 때문에 이렇게까지 말하는 건데, 지금, 한나라당과 MB 정권은 매우 위태하다. 그런데도 아직도 상황파악을 못하고 있다. 국민들이 너무 슬퍼서 추모를 한다는 데 그걸 전경차로 막아서 어쩌겠다는 건가. 미쳐도 단단히 미친 거다.
아니, 상황 파악 제대로 하는 참모나 당 관계자도 분명 있을 것이다. 허나, 안타깝게도 우리의 MB님께서는 그것에 대해 매우 무심하시다고 한다. 본인의 판단만 정확하다고 자부하신다고 한다. 말도 안 되는 오산이요, 참으로 안습이다.
MB는 이번에도 사태 파악을 전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젠 너무 늦어 버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 했을 때, MB는 그 날로 봉화마을로 달려갔어야 했다. 돌 맞아도 가서, "돌 던지셔도 좋습니다. 제가 대통령이고 전직 대통령이 이렇게 되었는데 조문은 해야겠습니다"라고 했어야 했다. 그런데, 이래저래 꼼수 부리고 조율하고 돌 맞을 것 두려워 주춤주춤했다.
그게 뭐냐.
그리고, 더 이상 네이버에 댓글 알바 푸는 짓 좀 하지 마시라. 계속 도끼로 제 발등 찍고 있는 걸 보니 내가 다 눈물겹다. 나, 앞으로도 한나라당 부대변인이었던 거, 안고 갈 것이다. 그래서 하는 얘기다. 내가 다 망신살스럽다.
끝으로, 틀림없이 지금 대책을 강구한답시고 이래저래 잔머리를 짜내고 있을 것이다. 다 소용없다. 경찰 병력 전면 철수시키고, 시청광장 개방하고 그리고 사람들 하고자 하는 것 그냥 냅두시라. 그 사람들 지금 너무 슬프다.
그러고, 뚜벅뚜벅 걸어서 가시라. 조문하러. 돌 맞아야 할 때는 무서워말고 나가서 맞으란 얘기다.
노무현처럼.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더 하자.
조선일보랑 제발 결별하시라.
내가 예전에 한 번 손 잡아봐서 아는데, 걔들은 도움 안 된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한다.
열 받으면 또 나올 거다.
노무현 전대통령님, 저는 당신께서 당선되었던 16대 대선에서 반대진영 한나라당의 이회창 전총재 캠프에서 미디어 보좌역을 했던 사람입니다. 그러니까 당신은 제게 적장이었던 셈이지요. 하지만 오늘 당신을 떠나보내고서야 마침내 고백합니다. 정치적 노선이 달라 반대진영에서 당신과 맞서 싸웠으나, 저는 한 사람의 인간으로 당신을 무척 좋아하고 존경했습니다. 이렇게 황망하게 비명에 가시다니 너무 애통해 눈물이 납니다. 이제 부디 좋은 곳에 가셔서 편안히 쉬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구 딴지 농설위원이자 전 한나라당 부대변인
안동헌 (p7170@hanmail.net)
과거 한나라당 사이버 부대변인을 지낸 안동헌 씨가 "문제는 MB 자신"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쓴소리를 남겼다.
안 씨는 지난 26일 인터넷 언론 '딴지일보'에 '나는 한나라당 부대변인이었다'는 제목의 칼럼을 올리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대응하는 이 대통령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딴지 농설우원과 이회창 보좌역, 한나라당 부대변인이란 극과 극을 동시에 체험했다"며 자신을 소개한 안 씨는 최근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 노 전 대통령 분향소와 서울광장을 경찰차로 막고, 이 대통령이 아직 노 전 대통령 분향소에 방문하지 않은 것에 대해 "이 분위기를 본다면 저렇게 대응할 수는 없고, 숨어서 잔머리 굴릴 수 없는 것"이라고 질책했다.
그는 "한나라당과의 과거 인연 때문에 이렇게까지 말하는 건데, 지금 한나라당과 MB 정권은 매우 위태하다. 그런데도 아직도 상황파악을 못 하고 있다"며 "국민이 너무 슬퍼서 추모한다는 데 그걸 전경차로 막아서 어쩌겠다는 건가. 미쳐도 단단히 미친 거다"라고 비난했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 MB는 그날로 봉하마을로 달려갔어야 했다. 돌 맞아도 가서, '돌 던지셔도 좋습니다. 제가 대통령이고 전직 대통령이 이렇게 되었는데 조문은 해야겠습니다'라고 했어야 했다"고 지적하며 "그런데, 이래저래 꼼수 부리고 조율하고 돌 맞을 것 두려워 주춤주춤했다"고 아쉬워했다.
또한, "더 이상 댓글 알바 푸는 짓 좀 하지 마시라"며 "계속 도끼로 제 발등 찍고 있는 걸 보니 내가 다 눈물겹다. 내가 다 망신살스럽다"고 전했다.
안 씨는 "경찰 병력 전면 철수시키고, 시청광장 개방하고 그리고 사람들 하고자 하는 것 그냥 냅두시라. 그 사람들 지금 너무 슬프다"라며 "뚜벅뚜벅 걸어서 가시라. 조문하러. 돌 맞아야 할 때는 무서워 말고 나가서 맞으란 얘기다. 노무현처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A일보랑 제발 결별하시라"라며 "내가 예전에 한 번 손 잡아봐서 아는데, 걔들은 도움 안 된다"라고 덧붙였다. 그리고서는 "열받으면 또 나올 것"이라고 전해 그의 글이 여기서 끝이 아님을 예고했다.
마지막으로 故 노 전 대통령에게는 "정치적 노선이 달라 반대진영에서 당신과 맞서 싸웠으나, 저는 한 사람의 인간으로 당신을 무척 좋아하고 존경했다"며 "좋은 곳에 가셔서 편안히 쉬시길,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애도했다.
이 글은 공개와 즉시 각종 인터넷 게시판으로 옮겨지면서 많은 네티즌들 사이에서 이슈로 떠올랐다. 이들은 "한나라당 출신이 이런 글을 적었다는 점에 놀랐다" "무사할지 걱정된다" "이건 뭐 양심선언 급이다"라며 해당 글에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특히 "더 이상 댓글 알바 푸는 짓 좀 하지 마시라"라는 구절에 대해서는 그동안 소문으로만 존재했던 '댓글 알바(특정 정당에 소속돼 조직적으로 사이버 여론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조작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의 존재를 인정한 것이라는 의견이 일고 있다.
이는 그가 지난 2004년 한나라당 부대변인으로 활동했을 당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조직적으로 알바를 동원하는 건 없다"며 "당원이 개인적으로 올린 경우는 가능해 IP 주소가 (당사와) 같게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댓글 알바설을 부정한 것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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