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2,500여 유기농민들과 환경농업단체연합회가 KBS로 찾아가 데모하고,
간부들을 만나 고발하겠다고 했어요. 작년 1년 동안 우리 유기농 농가들을 찾아다니면서
부실한 방법으로 논밭의 토양을 조사하고,
그것을 화학농법을 옹호하는 교수들한테 의뢰하여 실험용 기계를 써서
ppm도 아니고 ppb 단위로 농약성분을 찾아내 가지고 농약이 나왔다고
과장된 주장을 한 겁니다. 그러니 유기농 농가들이 당연히 반발했지요.
KBS는 할 수 없이 프로그램의 일부 내용을 바꿔서 정부의 인증정책 공격에 집중했는데,
어쨌든 유기농을 폄훼하려는 의도가 명백했어요. 특히 땅속에서 농약성분 나왔다고,
그것도 극미량을 측정하는 실험실용 기계를 가지고 농약이 나왔다고 과장했지요.
선진국에선 농약의 반감기라는 것 때문에 하지 않는 조사방법입니다.
또 그것이 유기농 인증 이후에 검출된 것인지 인증 이전에 있었던 농약이 잔류한 것인지도
밝혀내지 않았습니다. 무조건 유기농가 인증 밭에서 농약이 나왔다고 했으니
유기농 농민들이 기가 찰 노릇이죠. KBS에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선포했습니다.
그런데 그 프로그램은 제주도까지 전국을 돌아다니며 만든 것인데,
취재비를 포함해서 비용이 어디서 나왔을까요?
왜 하필이면 그런 주제를 정했을까요? 그래서
다들 여기에 GMO 시장을 확대하기 위한 몬산토 등
다국적 제약회사들과
국내 식품산업계 및 GMO 수입회사들이 개입돼 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 그런데 몬산토가 쌀은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쌀은 아직 건드리지 않고 있어요. 지금 몬산토가 밀 등 서구인들의 주곡을
건드릴까 말까 생각하는 것 같아요.
미국 워싱턴주에서 일부 GMO밀을 실험하였지만.
미국 소비자들의 저항이 워낙 겁나거든요. 그래서 한국과 중국, 일본에 수출했는데
이명박 때 한국만 받아들였고 중국과 일본에서는 반송처리 되었죠.
유전자조작 쌀은 우리 진흥청이 스스로 만들었어요.
그 외에도 벌써 150여 종의 GMO 종자를 가지고 있으니
GMO 숭배자들은 이를 상용화하고 싶어서 안달일 겁니다.
좀 있으면 청와대로부터 농림당국을 통해 실용화하라고 지시가 나올지도 몰라요.
그러면 소비자단체, NGO들이 또 싸워야 할지 모릅니다.
원래 소비자단체와 생산자단체의 동의를 받아 상용화해야 한다는 것이
이제까지의 지침이었는데, 문서가 없다고 나올지 모르죠.
그러나 정부방침은 한번 정해지면 건강, 생명, 환경문제에 관한 한 문서에
관계없이 따라야 하는 거예요.
쌀 전면개방,
예견되는 농사의 종언
― 이제 쌀 문제 좀 말씀해주시죠. 정부에서 내년부터 쌀 관세화 시작하겠다고 합니다.
이렇게 쌀 시장이 완전 개방되면 우리 농업, 농촌, 농민이 더 이상 존립할 수 없을 게
분명한데, 정부는 왜 이렇게 국민들의 동의도 없이 밀어붙이는지 모르겠습니다.
우선 기본부터 따져봅시다.
우루과이협상 하면서 유일하게 예외를 인정받은 게 뭡니까. 쌀밖에 없습니다.
미국이 영화산업은 예외로 인정하기 곤란하니까 아예 빼버렸고요. 프랑스가 막판까지 우리 때문에 UR 협상이 깨지는 한이 있어도 프랑스의 영혼인 문화예술, 즉 영화시장을 개방하지 않겠다고 강하게 버티는 바람에 아예 협상 막판에 영화를 빼버렸지요. 그리고 쌀만 관세화(개방) 예외로 남았어요.
미국의 눈으로 볼 때는 당시 한국의 쌀 수출 비중은 일본의 10분의 1도 안되었죠. 그래서 우리는 개발도상국으로 분류가 되었습니다. 일본한테는 예외를 인정해주되, 3~4년 후 일본이 완전 개방하면 그때 국내가격과 수입가격 차이에 따른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인정한다. 일본은 이미 우루과이라운드 전에 쌀을 수입한 적이 있으니까 그 제안이 가능했죠. 그리고 그때 UR 이행기준이 1986~1988년이었어요. 이 기준은 우루과이협상의 모든 개방계획이 타결되기 10년 전의 것이죠. 일본은 미일 간의 밀약대로 관세화 유예조건을 몇 년 지키다가 높은 관세율(800% 상당)로 완전 개방했죠. 사실상 의무 수입 물량(최소시장접근물량)도 별로였어요.
우루과이협상의 첫번째 목표가 예외없는 관세화, 두 번째가 정부의 농산물가격 지원 및 생산비 보조금지(de―coupling)였어요. 그런데도 우리는 쌀 시장 개방 예외로 인정을 받아 관세화가 유예되고, 그 대신 기준연도의 쌀 소비량의 4%를 2004년까지 단계적으로 수입하는 것으로 낙착되었죠. 그게 최소시장접근물량(MMA)이라는 겁니다. 그렇게 된 것도 전국의 180여 농민, 시민, 환경, 종교단체들이 치열하게 싸운 덕분이죠. 그러다가 10년이 지나서 2004년에 다시 협상을 하게 되는데, 당시 노무현 정부는 통상협상 개념이 전혀 없었어요. 협상의 기본이 여러 개의 카드를 갖고 있다가 자기에게 유리하도록 수시로 변통해 그것을 적극 활용하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 협상팀은 처음부터 아무 전략도 없이 무조건 쌀 의무수입량을 4%에서 8%로 늘렸어요. 그것도 1986~88년의 우리 국민 수요량 기준을 그대로 둔 채 8%로 늘렸어요. 근데 그때는 국민 1인당 쌀 수요가 많이 줄어서 환산하면 실제로는 8%가 아니라 12%에 해당합니다. 그래서 그때 내가 글을 써서 이미 UR 타결이 10년이나 지났으니 1986~88년 기준을 고쳐서 이제는 그보다10년 뒤 즉, 1996~98년을 기준으로 설정하라고 했어요. 그리고 당초의 4%를 고수하라고 했어요. 왜 4%냐. 당시 모든 우루과이라운드 이행계획이 2004년에 만료되고 다시 제2의 우루과이라운드에 해당하는 DDA(도하협상)가 성립돼야 했지만, 이것이 지연돼 있는 상황이었습니다.그러면 모든 약속들이 1993년 타결될 때의 이행계획을 2004년까지 유지하도록 돼 있습니다.당시 미국이건 일본이건 영국이건 1993년 타결 때 설정된 그 이행기준이 2004년에 멈춰져 있었어요. 그런데 왜 우리만 최소시장접근(의무수입량) 기준을 두 배로 더 늘린다는 것인가, 원래 예외로 인정받았으니까 우리는 그 기준을 고수할 기득권이 있다, 그러니 계속 4%를 유지하다가 정 안되면 기준연도를 10년 더 늦춰 변경하자고 역으로 제안하면 된다, 10년 전에는 기준을1986~88년으로 했지만 10년이 흘렀으니 지금은 그 기준을 1996~98년으로 고치는 게 타당하다는 주장을 해야 한다, 그러면 설사 최종적으로 쌀 국내 소비량의 8% 요구를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1996~98년에는 1인당 쌀 수요가 크게 줄어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4~5% 수준밖에 안된다, 그런 계산으로 하라는 것이었죠.
이런 게 협상의 기술인데도 장관이 미국 가서 기준연도를 1986~88년 그대로 두고, 의무수입 최소물량을 4%에서 8%로 늘려주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되자 1인당 수요량이 낮아졌기 때문에1986~88 기준의 8%는 실제로는 2004년으로 볼 때 12%가 되었어요. 정말 잘못된 협상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지금 또 10년이 지나서
재협상을 할 때가 왔어요.
내년부터 어떻게 할 것인가.
나는 원래 관세화 예외로 인정받은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는 원칙을 고수하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2004년에 이행계획이 다 끝나버렸으니까 남들처럼, 타 품목들처럼, 현상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해야지요. 잘못된 협상이었지만 노무현 정권 때 정해버린 8%는 그대로 유지하기로 하고, 그 대신 이번에는 기준연도를 10년 전, 즉 2006~2008년으로 바꾸자고 주장을 해야 합니다. 설사 이것을 끝내 관철시키지 못하더라도 이렇게 자꾸 새 카드를 내면서 상대방과 협상을 해야 합니다. 그러면서 결렬과 중단을 거듭하면서 협상을 하는 거죠. 그것도 협상전략이거든요. 협상을 계속하겠다고 의사를 밝힌 이상 기한이 지났다고 페널티를 받지는 않아요. 필리핀도 2년 기한을 넘겨서 타결됐어요. 그리고 정부는 필리핀이 최소시장접근 물량을 2배나 늘려줬으니 우리도 지금보다 2배로 늘리라는 요구를 받을 것이라고 하는데, 실은 필리핀은 매년 쌀이 110만 톤씩 부족해서 수입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부족한 범위 안에서 늘린 거예요. 그것도 관세는 35%를 부과하고요. 우리는 MMA 관세가 단 5%에 불과해요. 자급하고 남아돌고 있는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추가로 더 수입해야 하는 사정과 필리핀 상황은 180도 다릅니다. 이런 근본적인 차이가 있는데도 자꾸 정부는 필리핀 자료를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합니다. 그러다가 전농에서 초청한 필리핀 대표가 국회 공청회에서 이와 같은 사실을 밝히자 정부의 거짓말이 들통 났죠. 정부는 필리핀도 양보했고, 더이상 관세화를 유예하면 우리가 더 많은 걸 내줘야 한다고 계속 말했지만, 필리핀 대표가 그게 아니고 자기들은 전략상 필요에 의해서 MMA를 늘렸다고 말하니 머쓱해졌죠.
결국 근본문제는 이 정부가 우리 쌀농사를 지킬 의지가 있느냐는 거예요. 정부는 완전개방하게 되면 고율의 관세를 매기면 된다고 주장하는데, 내기를 걸어도 좋습니다. 과연 정부 말대로 그렇게 될 것인지.
― 미국사람들이 관세 내리라고 하면 금방 내리겠죠.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 가입하게 되면 불가능하죠. 그런데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UR협상 때 유일하게 얻어낸 ‘관세화 유예라는 예외’를 이번에 정부가 자진 포기하는 것입니다.
정부는 관세가 최소한 400% 되면 외국 쌀을 막을 수 있을 거라고 하는데, 천만에, 우리는 그렇게 관세를 주장할 근거도 없어요. 우루과이라운드 타결 이전에 쌀을 수입해본 적이 없어서 기준이 없고요. 또 설사 미국이 봐줘서 300%로 타결되었다고 합시다. 우리 정부는 대승리라고 선전하겠죠. 그럼 두산이나 삼성물산과 같은 미곡 수입상은 어떻게 할까요? 예를 들어, 쌀을 도정하다 보면 싸라기가 생기죠. 근데 싸라기는 미국서는 사료용으로 거의 내버리다시피 해요. 그러나 우리에겐 엄연히 쌀눈이 있는 현미 쌀이니까 헐값에 관세를 붙여 그걸 수입할 것입니다. 그러면 그 현미로 떡 만들고, 기름 짜고, 효소 만들고, 각종 건강식 만들어 팔면 떼돈 벌죠. 중국에서는3~4년 쌓아두었던 고미(古米)를 못 팔아서 현지에서 가마당 2만여 원에 팔아요. 오래되어 쌀이 노래지니까 이걸 쪄서 표백제를 뿌려요. 이것을 찐쌀이라며 우리나라에 한때 팔았어요. 한국에서 이걸 사다가 막걸리도 만들고 떡도 만들었는데, 그 유해 표백제 때문에 들통이 나버렸어요.그래서 더이상 공개적으로 들어오지 않고 있지만, 몇년 동안 큰 재미를 봤어요. 그것을 관세300% 매겨 봤자 한 가마니에 6~7만원입니다. 우리 쌀이 17만원 하니까 누군들 유혹을 안 받겠어요? 음식점에서는 다투어 싼 중국 고미를 사 쓰지 않겠습니까?
― 그런 관세마저 유지하지 못할 건 뻔하지 않습니까.
시작부터가 틀렸다니까요. 관세를 고율로 하자는 것은 수입을 막기 위한 것이라지만, 결국 둑이 허물어져버립니다. 상인들이 쓰는 수법들이 기기묘묘합니다. 국내업자들이 외국 수출업자들과 짜서 싸라기로 달라, 고미, 고고미를 쪄서 보내달라, 그러면 구멍이 뚫려버리는 거예요. 관세가 설사 500%가 된다 하더라도 안됩니다. 일단 뚫려버리면 국내 쌀값이 폭락할 거고, 농민들에게 생산의욕이 남아있을 리 없죠. 그럼 결국은 국내 쌀 생산이 부족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거꾸로 우리가 사정하면서 외국에서 사와야 됩니다. IMF 위기 때 인도네시아 등 다른 나라에서는 식량폭동이 일어나도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았던 것은 쌀과 연탄을 자급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내년부터 쌀 시장이 완전개방 되면 2018년, 이 정권 끝나기 전에 우리나라 벼농사는 결딴이 나 있을 겁니다. 벼농사를 그만두면 그 논을 놀리겠어요? 거기서 돈이 될만한 딴 작물들이 과잉 생산되어 결국엔 연쇄적으로 모두 폭락사태를 맞게 되겠죠. 그렇잖아도 작년, 금년 박근혜 정권 들어서 대부분의 채소, 과일들이 반토막 가격으로 떨어졌는데….
― 결국 우리나라는 농민과 농촌이 없는 이상한 사회가 되겠네요. 그런 사회가 지속가능한 사회가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말입니다.
농촌 존립 자체가 불가능해지죠. 농업이 망한 곳에 농민, 농촌이 있겠어요? 이 사태를 누가 책임지느냐고요? 그때쯤 박근혜 대통령도 담당 장관도 다 무대에서 사라져 있을 텐데. 뭐, 하기는 농업, 농촌이 망할 때를 호시탐탐 노리는 자들이 있죠. , 도박을위한호텔 짓고, 일확천금을 노리는 땅 투기꾼들…. 거기에 편승하는 정치인, 법관, 외교관, 언론인….
―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군요. 깊게 생각할 것도 없이 이런 식으로 가면 나라가 망한다는 것을 쉽게 알 것인데…. 지금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21세기는 다시 농업의 시대라고 말하고 있지 않습니까?
‘떡볶이 수출’이 한국농업의 미래?
그래도 수출만 많이 하면 좋다고 생각하는 거죠. 심지어 대통령이라는 사람은 떡볶이 수출로 재미를 본 어느 기업을 예로 들며, 쌀이 완전개방되더라도 농업수출을 미래 성장의 동력으로 삼으면 된다고 합니다. 근데 이 정부가 원하는 대로 수출 많이 했다고 합시다. 누가 재미봅니까.그 원료는 외국산인데. 수출업자인 대기업, 자본가만 재미볼 뿐입니다. 경제가 성장을 해서GNP가 높아졌다고 합시다. 그게 우리 국민의 개별 가처분소득이 높아진 것입니까, 노동자의 삶의 질이 높아진 것입니까? 대기업 주주들의 이익이 많아진 것일 뿐입니다.
― 게다가 요즘 대기업 주주는 거의 다 외국인들이잖아요.
결국 ‘코퍼라토크라시’로 인한 필연적 현상입니다. 그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주식가격 상승뿐입니다. 그래서 정부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주가를 올리려고 기업한테 지원을 아끼지 않죠. 주가만 오른다면 노동자들 목을 몇백 개 잘라도 상관없다는 거예요. 그러나 수출 많이 하고 성장률 높여 봤자 더이상 일반 국민, 노동자, 일자리 찾는 젊은이들에게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 ‘불임경제’ 현상이 고착될 것입니다.
― 앞으로 수출이 잘될 리도 없잖습니까. 지금 세계경제 전체가 헤어날 수 없는 총체적인 파국에 빠져 있는데, 어떻게 한국 기업만 수출이 잘되겠어요?
또 한번 환율과 이자율을 가지고 장난칠지 모릅니다. ‘코퍼라토크라시’가 작동하면 대기업 자본의 이익 향방에 따라 이자율이나 환율이 대폭 변동하겠죠. 조세정책도 마찬가집니다. 이번에도 정부가 재벌들에게 엄청난 세금감면 혜택을 줬잖아요. 모든 게 ‘코퍼라토크라시’로 귀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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