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6일 도메니코니 연주회 후기 - I'm just a guitar player.
그의 첫 인상은 좀 무뚝뚝해 보였다. 굳게 다문 입선과 주름이 많지만 강한 인상의 눈매가 예사롭지 않았다. 하지만, 첫곡 로빈후드 모음곡을 연주하고서 도메니코니는 따뜻하게 인사를 건내주었다.
"이건 사실 아이들을 위한 곡이었는데.. 이제 여러분을 위한 곡을 해볼까요?"
로빈후드 모음곡은 정말 재미난 곡이었다. 별명과 걸맞지 않게 덩치가 큰 리틀 존의 몽둥이 휘두르는 모습, 괴짜 터크 수사의 땅딸막한 모습 등이 곡과 함께 잘 연상되고, 마리안과 로빈의 결혼테마는 햇살이 부서져내리는 듯한 느낌을 주어 정말 아름다웠다. 제일 특이했던 것은 활쏘기 대회에서 활이 날아가 박히는 모습을 짧은 불협화음으로 처리했던 것.. (아무래도 잘못 날아간 화살인가? ) ^^;; 나중에 아이들에게 들려줘야할 음반 호두까기인형에 피터와 늑대 그리고 로빈후드 수트 추가요~!
도메니코니 선생님의 터치는 상당히 두터운thick 느낌을 주었다. 아주 밝고 아름다운 음색이라기보다 두텁고 층이 넓은 음색이었다. 그리구 기타를 잘 모르는 내가 보기에 재미난 기법 - 일렉주자들은 곧잘 쓰는데 클래식 주자가 쓰는 것은 처음보는 것 같다 - 오른손으로 코드 잡듯 하고 왼손으로 튕겨 연주하는 기법.. 을 이용한 표현도 있었는데 생각외로 맑은 소리를 내주었다.
그 후에 이어진 곡들에 대하여서도 친절한 설명을 덧붙이며 열정적인 연주를 들려주었다. Sonata Nr. 3 의 설명에서는 영감받은 시인의 사랑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셨는데, 설명대로 inner problem, 사랑에 빠진 이의 내적 갈등을 적/나/라/하게 표현해주었다. 대부분 설명은 팜플렛의 설명을 그대로 해주었지만 중간중간 덧붙이는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인상깊었다.
특히 "코윤바바" 낙소스 월계관 시리즈의 주요 레파토리이며 기타리스트의 공연에서도 자주 접할 수 있는 곡이었는데, 다시는 이런 코윤바바 들어볼 수 없을 정도의 연주였다. 눈감고 몰입한 그의 표정에서 하늘과 구름 산마루로 쏟아지는 햇빛 등을 느낄 수 있었다. 완벽한 터치와 다이나믹한 곡 전개, 무엇보다도 온 힘을 다하는 그의 몸.. 기타에 머리를 슬며시 기댄듯한, 기타를 꼭 껴안듯 한 그 모습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리고.. 새삼 느낀 것은 역시 예술가의 기질이란 것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겠구나 하는 점이다. 같은 예술가라고 하더라도 어떤 사람은 고독을 즐기고 어떤 사람은 떠들썩한 분위기를 즐기며, 누군가 구상에 집착할 때 누군가는 비구상에 도전하고, 하는 것들.. 코윤바바가 끝난 후 우리들은 열렬한 박수를 보내었는데, 정말정말 개인적인 느낌일뿐이라는 것을 전제로 말하자면, 도메니코니 선생님은 기분이 상한 것 같았다. 환호성이나 휘파람소리, 꺄아~ 하는 소리들이 맘에 들지 않았던 것 같았다. 세번의 커튼콜에도 어딘지 모르게 갑자기 피곤이 확 끼쳐온 듯 한 표정이었고, 두번째 앵콜곡에 대해선 "이젠 이게 끝이야"하는 느낌의 마무리, 그리고 친절한 곡설명도 앵콜곡에선 자취를 감추었다. 잠시 후 싸인회를 위해 로비로 내려온 그에게 박수를 치고 환성을 터뜨리자 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I'm just guitar player"라고 말했다. 그가 갑자기 피곤을 크게 느낀 듯해 보이는 이유를 알았다. 아마도 그 말 뒤엔 (not a Rock star) 가 숨겨져 있지 않았을까.
연전에 바루에코의 연주회 때 우린 록스타에게 어울릴법한 열광과 환호성을 보내었다. 바루에코는 만석의 연주회와 그러한 환호성이 맘에 들었던 듯 하다. 희색만연한 얼굴로 즐겁게 앵콜도 해주었고 싸인회가 길어졌지만 따뜻하고도 즐거운 태도로 임해주었다. 한편 엘에이지큐 연주회 때, 일본 사람들은 대부분 조용히 박수만 쳤지만 오히려 연주자들 자신이 락콘서트장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며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클래식 기타 연주자들 가운데서도 이런 환호성을 즐기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도메니코니 선생님처럼 그리 내켜하지 않는 타입의 연주자들도 있는 듯 하다. 다만 우리로서는 그의 연주에 대한 놀라움과 탄성 그리고 존경의 표시를 열광적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본 뜻을 이해하여 주시고 너무 언짢게 생각지는 않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론, 이것은 으니 개인적인 느낌이고 연주회 전체에 비하면 아주 사소한 것이다. 전반적인 분위기도 좋았고, 도메니코니 선생님은 성실하게 싸인회에 임해주셨다. 조금은 주저하면서 사진을 찍고 싶어서 버버벅거리며 부탁을(왜 나는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말이 안나올까 ㅠㅠ) 하자 선뜻 일어나 팔을 잡아주시길래 어찌나 긴장되고 당황되면서 고마웠든지 몸이 얼어붙어서 어색한 사진을 찍고 말았다ㅠㅠ 매우 감사했고, 좋은 기억이 될 것 같았다.
한편, 연주회 전반을 책임지신 ars sinus님께 매우 감사드린다. 첫인상이 좋은 느낌이라면 그 사람은 아주 오랫동안 실망시키지 않는다. 이번 연주회는 ars sinus의 첫인상이라 할 수 있다. 작은 홀에서 바로 들려오는 그의 두터운 기타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티켓도 아주 예뻤다. 진행도 깔끔했고, 특히나 좋았던 것은 싸인을 받을 수 있도록 도메니코니 선생님의 사진을 넣은 작은 엽서 크기의 인쇄물을 만들어 주신 것이다. 상업적인 기획이라기보다는 기타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써 그러한 팬의 입장을 잘 알고 있는 세심함이 돋보이는 좋은 연주회였다고 생각하며, 염치없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다음 연주회를 또한번 부탁드린다.
p.s. 도메니코니 선생님의 마스터클래스에 가지 않은 것이 후회된다.
아마도 고집스럽게, 그러나 친절하게 가르쳐주셨을 것이다.. 흑흑.
The Robinhoos suite /2000
-The Robin signal
- The greenwood
- Robin
- Little John
- Brothe Tuck, the heremite
- The marriage of Marian and Robin
- The church in the woods
- The Armbow competition
- King Richard Lionhard
- The tiranne Guy of Gisborne
- Marians death
- At the castle Richard-at-Lea
Prelude & Fugue Nr.5 (B-minor) Op. 97 /1999
Sunayama Henge Op. 71a /1994
Sonata Nr. 3 Op. 105/ 2002
(inspired by lyrics of Ingeborg Bachmann)
- Verwunschene Reme
- Innen
- rastlose Erde
- Stimmloses Meer
- Das Lied Herm Staub
Krysea Phorminx Op. 56 /1992
Gita Op. 26 /1988 (new version 2002)
Koyunbaba (Suite Pastorale) Op. 19 /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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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ㄱ~! 싸인회도 있었군요...난 없는줄알고 또 모르는 사람들 속에 어색하게 서있기도 싫고 해서 빠른 걸음으로 나왔는데..-_-;; 으니님 사진 올려주실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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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바깥으로 나와있길래 저두 그냥 나왔다가, 수님이 배장흠님과 얘기중이라 인사도 못드리고 시간도 늦어서 걍 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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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훌륭한 연주회였나 봅니다... 그런 연주회를 놓쳤으니.. 미쵸...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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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 콘서트 분위기 만든게 저라서.... 민망... >.< 그래도 이게 우리(나와 김*성 홍*석 등 과거 패밀리)들 방식의 표현이었는뎅 ㅠ.ㅠ 앞으론 잠자코 있어야지 =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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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니님 이 글 저희 까페로 가져갈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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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안녕하세요? 오랫만에 뵙습니다. 까페 주소를 다시 한번 올려주실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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